“에미야, 귤 한 개 더 넣었다.”

이렇게 다정한 말을 해주시는 분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당연히 친정 엄마 아니면 시어머니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결코 아닙니다. 그럼 누구? 지금부터 이분에 대해 말씀 드리렵니다. 이분은 바로 ○○은행 앞 노점에서 과일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고요. 그 다정한 말은 바로 그분께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랍니다. 저랑은 인연이 꽤 되었지요.

사람들이 수시로 오고가는 은행 앞 고정된 자리에서 항상 계시기 때문에 그 은행을 자주 이용하는 저로서는 참새와 방앗간이 된 셈이죠. 저를 멀리서 보시곤 소리치는 한 말씀.

“오늘 포도 들어왔어! 아주 싱싱해! 한 바구니 가져가, 옛다! 오천 원만 받을게.”
하시며 내미는 거친손 끝에 걸쳐진 검은 봉지는 어느새 제 손에 들려 있지요.


“오늘 포도 들어왔어! 아주 싱싱해! 한 바구니 가져가, 옛다! 오천 원만 받을게.” 하시며 내미는 거친손 끝에 걸쳐진 검은 봉지는 어느새 제 손에 들려 있지요.

할머니 동작 정말 빠르죠? ‘사겠다. 안 사겠다.’말할 기회도 없이 그냥 씨익 웃으며 돈을 드리면 되는 거죠. 제가 볼 때 할머니 장사 수단이 엄청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하시는 말씀 “에미야! 작은 것 한 송이 더 넣었다.” 하시며 거친 손으로 주름 패인 이마를 쓸어 올리시며 저를 보는 표정은 두 얼굴의 모습이죠.

고마움 반, 미안함 반의 그 어색한 미소 있잖아요.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계신 할머니의 언제나 변함없는 뽀글파마와 그 웃을 듯 말 듯한 그 미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똑같은 모습에서 저는 제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곤 합니다.

어쩌다 한번인가 할머니께서 안 보이길래 ‘두리번 두리번’ 하자  “에미야! 나 여기 있다” 하시며 앉아계신 곳은 조금 떨어져 있는 노점친구 할머니의 채소 가게였습니다. 숨차게 뛰어올 거리는 아니었지만 숨을 헐떡이며 뛰어 오시어 하시는 말씀

“어제 딸기 사 갔잖아. 벌써 다 먹었어?”

저는 “아니요. 할머니가 안 보이시길래요.”

할머니는 “내일와. 내일 딸기 또 들어 올 거야. 오늘 것은 어제 팔던 거라서 덜 싱싱해.” 이 상황에서 저는 당연히 할 말이 없겠죠?

“할머니 많이 파시고요.” 하고 가면 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가슴 한편이 찡한 건 왜 인지.

할머니께서는 그다지 많지 않은 몇몇 과일을 팔고 계셨지만 또 한 가지의 과일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항상 느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먹을 수 없는 그런 과일이 더 있었지요. 그 과일은 바로 ‘정’ 이라는 과일이었습니다. 바로 할머니의 마음속에 담아두고 파는 과일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할머니께서 싸 주신 검정 봉지는 언제나 다른 봉지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졌나 봅니다.

어느 날인가 급해서 막 뛰어가는 저를 보셨는지 제 뒤통수에 대고 할머니는 말씀하셨죠.

“은행 볼일 다보고 들려. 알았지?” 하고요. 그래서 제 발걸음을 또 망설여지게 하셨지요.

 “과일 집에 있는데요?” 하면
할머니께서는 “포도 다 먹었잖아, 오늘은 단감이 아주 맛나.”


하시며 저를 또 유혹하십니다. 정말 ‘귀여운 악마’ 같은 할머니의 유혹에 넘어가 오늘도 제 손에는 묵직한 단감봉지가 저희 집까지 따라 옵니다. 딸기, 수박, 포도, 사과, 감 그리고 귤…. 이렇게 봄부터 가을까지 싱싱한 과일을 먹을 수 있어 언제나 저는 행복하답니다.

하루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면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만났던 이들을 떠올려봅니다.

오늘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뽀글 파마머리의 할머니 모습…. 아마 꿈속에서도 저를 또 유혹하지 않을까요?

“에미야~” 하고 말입니다.

 

지영숙/ 강원도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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