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하면서 경조사는 항상 고민거리다. 마음은 다 챙기고 싶지만,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선별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섭섭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의 애경사를 일일이 챙기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 나이로 쉰 여섯~쉰 일곱살이 대부분이다. 자식들을 여의기 시작했고, 부모님 상도 가장 많을 때다.
일주일에 평균 1번 이상 소식을 접한다. 나는 문과 출신. 우리 대전고 전체 졸업생은 12반 720명 가량 된다. 문과 5반, 이과 7반이다. 2학년 때 문이과가 갈렸으니 아무래도 문과 출신을 조금 더 신경쓴다. 3학년 때 한 반이었던 8반 출신의 경조사는 최대한 챙긴다. 직접 참석을 원칙으로 하되, 못 갈 경우 성의 표시는 하는 편이다. 물론 같은 8반인데도 졸업 후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가 있긴 하다.
애경사는 품앗이 성격이 강하다. 내가 한만큼 돌아온다는 얘기다. 따라서 사람이 적게 온다고 서운해 할 필요도 없다. 먼저 나는 사람 도리를 다 했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럼 답이 나온다. 돌아오는 토요일 고등학교 친구가 딸을 여읜다. 지난해 12월 내 출판기념회 때도 왔던 친구다. 당연히 참석한다. 두달 전쯤 소식을 듣고 스케줄을 비워 놓았다. 마침 휴가 마지막 날이다.
애경사를 비교적 잘 챙기는 편이다. 소식을 듣거나 연락을 받으면 적더라도 성의를 표시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일일이 다 챙길 수는 없다. 그래서 나 나름대로 기준과 원칙은 정해 놓고 있다. 모임을 같이 하거나 친인척 등 가까운 사람은 반드시 챙긴다. 지인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다. 고향, 학교, 직장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만난 분들도 적지 않다.
2008년 12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당시 많은 분들이 문상을 오셨다. 대전에서 상을 치렀는데 그곳까지 직접 찾아오신 분들이 많았다. 방명록도 만들어 놨다. 내 손님만 500여명쯤 됐던 것 같다. 때문에 어머니를 잘 모실 수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이다보니 더러 불편한 연락도 받는다. 한두 번 만났을까 하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오는 경우다. 명함만 받고 연락을 한다고 할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줘서는 안 된다. 내 일처럼 여길 수 있는 분들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애경사엔 가급적 참석하고 있다. 특히 상가집은 직접 찾아가는 것이 좋다. 상주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가야 상대방도 온다. 나는 가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오기를 바란다면 뻔뻔한 짓이다. 그런데 자기 도리는 하지 않으면서 부담을 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차별적으로 청첩장이나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다.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에게서 메시지를 받는다. 주로 부음을 알린다. 문자 메시지가 편리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발송하는 것 같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나지 않는다. 한 두 번 만나 명함 정도 주고 받았을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부음을 알리는 것은 결례다. 웬만하면 신문 부음란을 보고 찾아가기도 한다. 주소록이나 전화번호를 정리할 때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살아가면서 잊기 쉬운 게 예의다. 그것은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키지 못할 경우 찜찜하다. 특히 애경사는 간과하기 쉽다. 얼굴을 내밀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에 상을 당하면 난처한 경우가 많다. 우선 연락이 잘 안 된다. 그래서 나흘이나 닷새장을 치르기도 한다. 문상객을 맞이하기 위해 장례식을 늦추는 것도 모양새가 좋진 않다.
얼마 전 지인의 부음 연락을 받았다. 주말을 이용해 시골에 다녀왔다. 발인은 다음날 이었다. 조의금이라도 대신 전달하기 위해 각방으로 수소문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직접 영안실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차가 밀려 밤 늦게 서울 집에 도착했다. 그래서 발인을 하기 전 새벽에 찾아갔다. 다행히 상주에게 인사도 했다. 장례식을 마친 뒤 상주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 새벽의 조문, 잊지 못합니다. 그게 오풍연이 사람 꼼짝 못하게 하는 인간미…. 고맙소.” 비록 잠은 조금 설쳤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사람 도리를 다하긴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인간은 혼사 살 수 없다. 어울려 함께 살아야 한다. 애경사를 잘 챙기는 것도 그 중의 하나다.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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