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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5060세대는 고달프다





아들 녀석이 장가는 가겠다고 한다. 만약 가지 않겠다고 하면 그것도 걱정일 터. 따라서 며느리도 보고, 사돈도 생길 것 같다. 아들은 올해 28살. 언제 갈지는 모르겠다. 3~4년 안에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며느리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듯하다. 우리에게 딸이 없기 때문이다. 


녀석에게 한 살 위가 가장 좋다고 한다. 말하자면 연상녀. 그래서 29살 먹은 아가씨를 보면 더 유심히 본다. 며느리를 삼고 싶은 마음에서다. 사돈될 분들도 궁금하다. 정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나 말고도 형제가 넷이나 있지만 사돈과도 형제처럼 지내려고 한다. 그게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이 사돈은 어렵다고 얘기한다. 나는 그렇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내도 나와 마찬가지. 둘 다 사람을 특히 좋아한다. 남도 아닌데, 사돈이면 얼마나 각별하겠는가. 공개적으로 사돈을 모시고 싶다. 장가는 아들이 가는데.


요즘은 미소년들이 인기다. 아주 잘 생겼다. 조각같은 외모를 자랑한다. 텔레비전도 그들이 점령하고 있다. 어떤 채널을 돌리든 항상 볼 수 있다. 어린 나이지만 입심도 대단하다. 연기력도 뛰어나 기성 배우들을 위협한다.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존에서는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결혼관도 많이 바뀌었다. 서로 눈만 맞으면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남자가 서너살 많은 것은 옛말이 됐다. 나이 어린 신랑, 연하남이 추세란다. 여자쪽, 신부가 능력이 있다 보니 남편감을 고른다. 한 두 살 연하남은 적지 않게 본다. 대여섯 살, 심지어 열 살 까지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사랑엔 국경선이 없다더니 나이는 이제 더 이상 장애물이 못 되는 것 같다.


남자들은 연상녀에 대해 관심을 갖곤 한다. 동아리 선배나 누나 친구들이 곧잘 대상이 된다. 그들은 남자 후배들에게 자상하다. 일종의 모성애를 느낀다고 할까.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결혼에 이르기 어려웠다. 집안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연하남이여! 당당한 남편이 되라.


중년들이 고달퍼졌다. 특히 50~60대가 그렇다. 베이비부머 세대도 여기에 해당된다. 70~100세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20~30대 자식도 뒷바라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다들 그와 같이 살고 있다. 고령화, 청년실업 등에 기인한다. 물론 오래 사는 것은 좋다. 부모님이 오래 사신다고 원망할 수 있겠는가. 자식이 취직 못한다고 나무랄 수 있겠는가. 자식과 부모로서 의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자식들의 혼수비용이 부담스럽다. 예전에는 숟가락 두 개만 있으면 결혼을 시킨다고 했다. 전·월세도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다. 단칸 셋방에서 시작을 해도 얼마 안 가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요즘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됐다. 부모가 보태주지 않으면 자식이 결혼을 꿈도 꾸지 못할 처지다. 세태를 탓할 수만도 없지 않겠는가. 자식 결혼을 위해 적금이라도 들어야 할 판이다.


특히 아들 둘 이상 둔 부모의 걱정이 크다. 최소한 전셋집을 마련해주려면 목돈이 들어가는 까닭이다. 딸 가진 부모는 그래도 낫다. 대학원 박사 과정의 큰아들과 직장에 다니는 둘째 아들을 둔 지인과 점심을 했다. "아들 한 명당 5억원씩 필요한 것 같아요. 강남 전셋값이 매매가와 비슷하더라고요" 10억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산층에게는 꿈만 같은 소리다. 그러나 그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난 다행히 아들 녀석을 하나만 두었다. 둘 이상 낳지 않은 것을 가장 잘한 선택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중에 쥔 돈도 없다. 그분의 얘기를 들으니 귀가 먹먹해졌다. 무능한 아버지가 된 것 같아 녀석에게도 미안하다. 대신 "몸만 건강하면 된다"는 말로 위안을 삼는다.


실제 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딸 가진 부모보다 아들 가진 부모의 부담이 훨씬 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데 따르면 아들의 결혼 비용이 딸 비용보다 3배 정도 많았다. 아들의 결혼 비용은 평균 1억735만원, 딸의 결혼 비용은 3540만원이었다. 이 비용 중 결혼 당사자인 아들이 직접 부담한 비용은 3496만7000원, 딸이 직접 부담한 비용은 1623만9000원 이었다. 딸의 본인 부담 비용은 아들 본인 부담 비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는 부모의 몫. 적지 않은 돈이어서 허리가 휠 만하다.


결혼식을 간소하게 치러야 한다. 비싼 예식장 등 허례허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노총각, 노처녀가 많은 것 또한 사회적 낭비다. 게다가 결혼 비용 때문에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글 /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풍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