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정말 중요하다. 가정의 구성원이다. 더 소중한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아끼고 사랑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가족 돌봄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일 봐서 그럴 지도 모른다.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가족을 최우선해야 한다. 가족을 챙긴다고 팔불출로 여기지 않는다.
나도 처음부터 가족의 중요성을 느낀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땐 일에 치여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할까. 그러나 나이들면서 그것을 깨우치게 됐다. 몇년 전부터 골프 나가는 것도 확 줄였다.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의미 있었다. 물론 골프는 재미 있는 운동이다.
그럼에도 가족과 골프 중 택일하라면 가족을 택하겠다. 우리 가족은 모두 네 명. 장모님, 우리 부부, 아들이 전부다. 요즘은 장모님이 외출을 못 하신다. 지팡이 두 개에 의존해 겨우 걸을 정도다. 그 전에는 항상 넷이 같이 움직였다. 다리가 불편한 것 말고는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 것이 다행이다.
아들도 외할머니, 엄마 아빠를 잘 챙긴다. 아주 자상한 녀석이다. 딸을 뺨칠 정도. 아내도 마찬가지. 넉넉하진 못해도 집안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런 가족들이 곁에 있어 늘 고맙다. 직계 가족 뿐만 아니라 형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출가하면 내 식구 챙기느라 소홀하기 쉽다.
근 형제들과 아주 의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우리 5남매가 부부동반으로 서울에서 모임을 가진 것. 생전 처음이다. 나의 9번째 에세이집 '오풍연처럼' 출간 기념도 겸한 자리였다. 세종에서 형님, 대전에서 남동생이 올라왔다. 나와 누나, 여동생은 서울, 부천에 각각 산다. 진작 이같은 모임을 가지지 않았던 게 조금 후회스러웠다. 형제들이 그렇게 좋아했다.
나와 누나, 여동생이 대전에 제사지내러 종종 내려갔지만 대전 형제들의 서울나들이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형수님과 제수씨가 즐거워 했다. 12시 정각 성북동 누브티스에 모두 모였다. 승용차는 나와 여동생만 가지고 갔다. 차량 두 대로 하루 종일 같이 움직였다.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님이 멋진 점심을 내 놓으셨다. 풍'스 패밀리 메뉴까지 개발했던 것. 모두 맛있게 먹었다.
점심 식사 후 누브티스 바로 이웃에 있는 길상사에 들렀다. 서울에서 기를 받을 수 있는 3대 명당 중 한 곳 이란다. 이어 교보문고로 가서 누브티스의 '오풍연 쇼 케이스'도 구경했다. 그리고 아내와 형수님, 제수씨가 차를 마시는 동안 우리 5남매만 경복궁에 들렀다. 나도 20여년만에 다시 가봤던 것. 사람이 정말 많았다. 경회루와 근정전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저녁은 여의도 산삼골. 오리훈제와 전골을 정말 맛있게 한다. 사장님이 안 계셨지만 직원들을 시켜 복분자 술도 내왔다. 형님과 남동생은 거나하게 마시고 내려갔다. 음력 11월 17일 어머니 제사 때 대전에서 다시 모인다.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 얘기를 많이 했다. 집에 돌아오는 나 역시 뿌듯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다시 한 번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첫 제사는 2010년 1월 1일이었다. 2008년 12월 14일 돌아가셨는데 윤달이 끼어 새해 첫날 모두 모였다. 엄숙한 가운데 제가 시작됐다. 맏상주였던 형님이 먼저 술을 부어 올렸다. 두 번째 잔은 차남인 내가 가득 채웠다. 이후 식구들이 돌아가며 참배를 했다.
한 분이 어머님을 ‘작은 거인’에 비유하며 기도를 드렸다. 베풂의 삶을 실천하셨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어머님은 그랬다. 우리 다섯 자식들에게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모성애를 보여주었다. 친․인척 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집안의 중심에 섰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도 가족 대소사를 모두 챙기셨다.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녀석이 내 대신 할머니 임종을 했었다. 그리고 2009년 4월 6일 군에 입대했다. 놈이 마침 외박을 나와 첫 제사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가슴이 뿌듯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은 놈이다. KTX로 상경하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할머니는 작은 거인이셨다. 너도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잠시 후. “명심하겠습니다.” 녀석이 더욱 늠름해 보인다.
이제 녀석도 28살. 머지않아 장가를 갈 것이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한다. 나 자신부터 가족을 챙기고, 효도를 해야 하는 이유다.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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