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맞춤형

남자 화장품은 회장품 회사가 만든 마케팅 전략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언론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WP) 홈페이지에는 서울발로 한국 관련 흥미로운 기사 한편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한국 남자들이 화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나타난 '한국적 현상'을 조명한 기사였다. 피부 관리에 몰두하는 한국 남성 모습이 세계인의 눈에 신기하게 보인 것이다.


 

 

 

실제로 한국 남자들은 화장품을 많이 사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2014년 4월 8~20일 15~59세 남녀 1천800명을 대상으로 최근 한달(30일)간 사용한 적이 있는 화장품의 종류와 사용 빈도를 물어봤다. 그랬더니 한국 남성들은 한달 평균 13.3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평균 27.4개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여성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남성이 한달 평균 15.0개로 가장 많았다. 남성 2명 중 1명은 향수나 폼 클렌저를 사용하고 있었다. 로션(87.2%), 바디 클렌저(76.3%), 핸드크림(67.1%), 스킨토너(57.9%), 선크림(56.4%), 세이빙 폼·크림·젤(53.4%)뿐 아니라 팩(36.7%)과 비비크림(19.4%)을 사용하는 남자도 많았다. 그만큼 한국 남자들이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한국 남자들이 자신의 피부 관리에 몰두하면서 화장품업계는 신이 났다. 포화 상태인 여성 제품 시장 대신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남자 화장품 시장을 겨냥해 각종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어떤 회사는 남성 화장품 시장에 커지자, 연령대별로 세분화한 남성 화장품 제품을 내놓았다. 스킨케어 등 기초 화장품뿐 아니라 자외선 차단, 미백, 주름 개선 등의 기능을 담은 남성 전용 기능성 화장품도 출시하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한 회사는 남성용 아이 크림을 선보이기도 했다. 주름진 눈가 피부에 탄력을 주는 등 눈 주위의 노화 현상을 관리해 준다는 명목이었다.

 

 

 

 

유통업체들도 남성 화장품이 인기리에 잘 팔리자 팔을 걷고 나섰다. 한 백화점은 지난 8월말 명품관 행사장에서 처음으로 남성만을 위한 화장품·미용기기 기획전을 열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남성 전용 라인이 행사에 참여했다. 백화점측은 남성 고객들이 피부를 측정하고서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이 백화점에 따르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2011년 처음으로 30%대에 들어선 이후 올해 상반기 32.9%로 늘었다.


한 대형할인점은 자체 개발한 남성 전용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해 팔고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쑥쑥 성장하지만, 과연 남성만을 위한 화장품이 필요한지 의문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남성 화장품은 화장품 업계가 화장품을 많이 팔려고 만들어낸 마케팅 전략일 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남자와 여자의 피부가 서로 다를 것이 없으니, 굳이 남성만을 위한 별도의 전용 화장품은 필요 없다는 논리다.


 

 

 

론 남자가 여자보다 피지분비가 많고, 모공이 크며 피부 결이 거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남자가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지 않는 등 피부관리에 소홀한 탓이지, 피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피부가 고운 여자가 있듯이, 고운 피부를 가진 남자도 있다. 피부는 사람에 따라 다를 뿐이지 남녀성별에 따라 다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피부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화장품 회사들이 소비자가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기를 바라며 펼치는 마케팅 때문에 남자와 여자 화장품을 구별하는 의식이 퍼졌다"고 진단한다.


화장품 업계는 점성이 다를 뿐 똑같은 성분의 보습제품인데도 로션, 크림, 젤, 에센스, 세럼 등으로 잘게 나누고, 똑같은 크림인데도 데이크림, 나이트크림, 아이크림, 넥크림, 가슴크림, 바디크림, 핸드크림, 풋크림 등으로 신체부위별로 세분화해 끊임없이 소비하게 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화장품 업계는 화장품 자체를 성별로 구분해 더 많이 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남자 화장품과 여자 화장품은 다만 제품 포장과 디자인, 향기만 다를 뿐이라고 피부과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남자들에게 필요한 화장품은 남성 화장품이 아니라, 단지 피부를 촉촉하고 매끄럽게 유지해주고, 건조하지 않고 번들거리지 않게 해주는,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는 좋은 화장품일 뿐이다. 남녀가 만약 같은 피부타입이라면 같은 화장품을 나눠 써도 좋다는 말이다.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
<참고자료 :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정혜신·최지현 지음, 위즈덤스타일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