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일 게 있다면 뭘까. 바로 친구다. 마음이 통하는 벗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실제로 형제보다도 더 자주 만난다. 마음에 맞는 친구 몇이 있다면 인생을 아주 잘 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
친구 사이에도 예를 갖추어야 한다. 가깝고도 어려운 사이가 바로 친구다. 그냥 욕이나 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친구가 아니다. 그것을 친구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말 친구는 내가 아껴야 한다. 말 한 마디도 가려서 해야 함은 물론이다. 행여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빠는 **아저씨가 있어서 좋겠어" 시골 초등학교 친구들 두고 하는 말이다. 아들의 눈에도 그렇게 비친 모양이다.
일찍 서울로 올라와 자수성가한 친구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었다. 한달에 적어도 서너번은 만난다. 일주일쯤 보지 못하면 궁금해진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약속을 비워두는 이유다. 자꾸 미루다보면 얼굴을 보지 못한다. 친구도 자주 만나야 훨씬 가까워진다. 안 보면 남이 된다. 주먹보다 큰 사과를 한 상자 갖고 왔다. 내가 사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사들고 온 것. 청송 사과란다. 새벽에 일어나 1개를 깎아 먹었다. 엄청 맛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맺은 친구들도 좋다. 얼마 전 아들과 남도여행에서도 페친을 만나 환대를 받았다. 여수의 이상철 대표님.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90년대 중반 고향으로 내려갔단다. 수산물 유통업과 대형 식당을 운영하신다. 원래 여수에 갈 생각은 없었다. 광주에 내려갔다가 연락이 닿았다. 광주에서 여수까지는 140km.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이 대표님의 식당에서 맛 있는 점심을 대접받았다. 그리고 직접 담근 새우장도 싸주셨다. 서울에 가지고 올라왔더니 장모님과 아내가 좋아했다. 나는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책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 페친이 있는 편이다. 대도시는 거의 있는 것 같다. 동갑내기 친구인 전주의 김종선 회장도 페친. 대전 조웅래 회장, 박원천 사장, 최순희님도 페북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어디를 가든 페친을 만날 수 있어 좋다. 타지에 가면 그쪽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광주 조영호 사장님께는 일부러 연락을 안 드렸다. 안경점을 하셔서 주말에도 바쁘다. 광주 정기식 사장님은 마침 중국 여행 중이라 못 만났다. 순천 김선일 대표님도 연락이 닿았지만 행사 관계로 뵙지 못했다. 페북이 아니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분들이다. 나에겐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 인연은 이렇게 쌓이는 법이다.
케이디파워 박기주 의장도 회사엘 다녀갔다.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밤 늦게 회사를 찾아왔다. 나도 마침 회사 인근에서 저녁 모임이 있어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박 의장이 지난 번 장모상을 당했는데 문상을 못 갔었다. 미안하던 차에 친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하루 24시간을 쪼개 사는 친구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나도 열심히 사는 편이지만, 그 친구는 나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산다. 그래서 오늘날 KD그룹을 일궜다. 언제봐도 에너지가 넘친다. 항상 먹거리를 찾아 세계를 누빈다. 요즘 그의 먹잇감은 중국 대륙. 수시로 중국을 오간다. 최근 관심 분야는 헬스 케어. 대략 사업 구상을 들어보니 아이디어가 훌륭했다. 그 친구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다. 나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생각이다.
우리 논설위원실에서 한 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눴다. 저녁도 거른 그였다.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헤어졌다. 50년, 100년 후를 내다보는 친구다. 미래를 꿰뚫는 눈을 가졌다. 춘천의 카이로스도 그렇게 탄생했다. 케이디파워와 박 의장의 미래는 밝다.
벗. 친구. 어감이 참 좋다.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게 친구다. 자주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는 사귀기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어울려 노는 사람들을 친구라고 한다. 친구가 20~30명 된다고 떠벌리는 이들도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를 합치면 그 정도는 될 듯 싶다. 그렇다면 진짜 친구는 어떻게 정의할까.
속마음도 터 놓을 수 있는 사이가 친구 아닐까. 과연 그런 친구는 몇 명이나 될까. 1~2명만 돼도 적지 않다고 본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과연 자기 주위에 그런 친구가 있는지. 고교 대선배 네 분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다. “선배님들, 친구 있습니까.” 그들 모두 한참 망설였다. 그러더니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마음에 맞는 친구를 얻기 어렵다는 얘기일 터.
쉰이 넘어 만난 친구가 바로 케이디파워 박기주 의장이다. 인생 설계도 함께 한다. “자네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일세.”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니야. 내가 더 고맙네.” 그 친구가 내 손을 덥석 잡으며 화답했다. 나이를 먹어서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물론 그 뿌리는 믿음이다.
글 / 오풍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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