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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돌아온 탈모의 계절, 머리카락 지키는 노하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며 식욕의 계절인 동시에, 탈모의 계절이기도 하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이상하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느끼는 사람,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가을에는 모발의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이 분비된다. 가을 특유의 건조한 날씨 때문에 두피에 각질이 많이 생겨 모공이 막히면 머리카락이 더 쉽게 빠지기도 한다. 또 지난 여름 동안 모발이 자외선을 많이 받아 약해졌거나 피지와 땀 등으로 두피가 손상됐다면 탈모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렇다고 속수무책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생활 속에서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소중한 머리카락을 한 올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무심코 베개 위를 쳐다봤는데,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다면 누구나 탈모를 걱정하게 된다. 사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물의 털이 자라고 빠지는 걸 반복하는 것처럼 사람의 머리카락도 발생과 성장, 퇴화, 휴지기의 4단계 생장 주기를 지난다.


 

 

 

휴지기에 들어간 머리카락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60~80개 정도 빠진다. 빠지는 수는 계절이나 나이, 건강상태 등에 따라 다른데, 보통 나이가 들수록, 날씨가 건조할수록 많이 빠지게 된다. 하지만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이라면 자연스러운 탈모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탈모가 걱정된다면 빗 선택부터 주의할 필요가 있다. 끝부분이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빗보다는 둥글고 부드러운 빗이 낫다. 빗는 방식도 중요하다. 두피를 가볍게 자극하는 정도는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탈모 방지에 좋지만, 물리적으로 힘을 줘 잡아당기듯이 빗질을 하거나 너무 자주 빗는 건 좋지 않다.


 

 

 

가을에는 헤어 드라이어 사용을 되도록 피하는 것도 탈모 방지의 한 방법이다. 드라이어의 열 때문에 두피가 과도하게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헤어 드라이어를 써야 할 때는 머리카락에서 20c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열을 가해 자극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계절이 바뀌면 으레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어진다. 하지만 염색과 파마는 머리카락이나 두피를 손상시키는 주범이다. 화학약품이나 뜨거운 열이 두피를 과도하게 자극해 심한 경우 붉은 반점이나 가려움증, 수포 등 피부염 증상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 또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에 들어 있는 케라틴 성분이 산화하면 모발 손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손상된 머리카락은 적어도 1, 2개월은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탈모를 피하려면 염색이나 파마는 따라서 4, 5개월에 한번 정도가 좋다. 특히 염색과 파마를 한번에 하기보다는 적어도 1주일 이상 간격을 둬야 한다. 또 염색 후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곧바로 다시 염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모발 손상과 탈모를 방지하려면 이는 금물이다.

 

 


두피가 자외선을 많이 받았거나 피부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탈모가 생기는 건 아니다. 두피에서 피지가 많이 나오면서 피부염이 생겨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부분은 심한 탈모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피부염이 생겼다 해도 두피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은 다시 난다.


 

 

 

자외선도 마찬가지다. 강한 자외선이 탈모를 일으킨다고 믿고 더운 날씨에도 모자를 오랫동안 쓰고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탈모가 더 생길 수 있다. 통풍이 잘 되지 않아 땀이 두피를 지저분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머리를 꽉 조이는 모자를 쓰거나, 모자를 너무 푹 눌러쓰는 경우엔 두피에 혈액순환이 잘 안돼 모근이 약해질 수 있다. 야외에서 모자를 써서 자외선을 차단은 하되, 실내에 들어왔을 땐 바로 벗고 통풍을 시켜야 한다. 또 모자를 쓴 날은 다른 날보다 머리를 더 신경 써서 감아야 한다.

 

 


남성호르몬이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알려지자 어떤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근육을 키우면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의 혈중 농도 자체는 탈모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 탈모를 일으키는 물질은 남성호르몬이 아니라 남성호르몬이 특정 효소의 작용으로 형태가 변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머리카락의 수명을 줄이고, 자란 머리카락을 약하게 만든다.


 

 

 

단 운동을 무리하게 하거나 몸무게를 너무 줄이면 영양 불균형이 돼 일시적으로 탈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땐 운동량을 적당히 조절하고 영양상태를 원래대로 회복시키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좋아진다. 또 식물성 단백질과 제철 과일을 먹고 하루 7시간 이상 푹 자면 우윳빛의 건강한 두피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이 빠진다 싶으면 비누로 머리를 감는 건 삼갈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비누는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약산성인 두피를 자극하게 되고, 잘 씻기지 않은 채 두피에 남으면 탈모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을 땐 두피에 쌓인 기름과 각질 등을 씻어내는 샴푸를 쓰는 게 좋다. 단 너무 잦은 사용은 두피를 건조하게 하므로 샴푸는 하루에 한 번 사용하길 권한다. 린스 사용도 주의해야 한다. 린스를 완전히 헹궈내지 않아 두피에 남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시중에선 탈모 방지나 발모 촉진 효과를 강조하는 샴푸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의약품이 아니라 의약외품이다. 의약외품 검증은 대개 제조공정이나 함유성분의 안전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탈모 예방이나 발모 촉진 등의 효능을 의학적으로 검증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약이 아닌 탈모 방지 제품은 탈모 예방을 돕는 보조 수단일 뿐이다.

 

 

글 /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
(도움말: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이규호 모아름 모발이식센터 원장, 이중선 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