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또래에 비해 유달리 발육이 빠르거나,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 부모들은 혹시 성조숙증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특히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 성조숙증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알려져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불안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성조숙증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오히려 아이에게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조숙증은 유방이 발달하거나 고환이 커지는 등의 2차 성징과 사춘기가 여아는 만 8세 미만, 남아는 9세 미만에 너무 일찍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성조숙증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풀어봤다.
Q. 성조숙증이 크게 늘고 있다는데.
A.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진이 2004~2010년 성조숙증으로 의심돼 진료를 받은 8세 미만 여아, 9세 미만 남아 2만1,351명을 분석한 결과, 진짜 성조숙증으로 진단돼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치료를 받은 환자는 평균 10.3%인 2,19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조숙증이 아닐까 걱정했던 아이 10명 중 1명꼴만 실제 성조숙증으로 확진됐고, 나머지 9명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됐다는 의미다. 다만 발생률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건 맞다. 2004년엔 성조숙증 진료 인원 중 7.5%가 확진 후 치료를 받은 데 비해 2005년엔 6.8%, 2006년 5.7%, 2008년 9.3%, 2009년 9.6%, 2010년엔 15.8%가 치료를 받았다. 6년 사이 확진 비율이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Q. 사춘기 시작이 평균보다 빠르면 비정상 아닌가.
A. 현재 우리나라 여아는 평균 만 10~11세, 남아는 11~12세에 사춘기가 시작된다. 여아는 보통 사춘기 시작점부터 평균 2년 정도 지나면 초경을 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 전체 아이들의 평균치다. 사춘기나 초경 시작 시점이 평균보다 조금 이르거나 늦는 건 개인적인 차이일 뿐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사춘기가 성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유달리 빠를 때다.
Q. 사춘기가 빠르면 키가 안 큰다는데.
A. 성조숙증으로 확진받은 아이는 뼈를 비롯한 신체의 전반적인 성장이 또래보다 훨씬 빨리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엔 친구들에 비해 키가 눈에 띄게 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친구들이 자라고 성장을 마칠 때쯤 되면 결과적으로 오히려 키가 뒤처지기도 한다. 성장이 빨리 진행됐지만 성호르몬의 작용으로 뼈의 성장판이 일찍 받혀 성장이 빨리 멈춰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성조숙증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데, 또래보다 사춘기를 일찍 겪는 아이들에게도 이 같은 성장 문제가 생긴다는 법은 없다. 사춘기가 남들보다 다소 빠르다고 성인이 됐을 때 키가 반드시 작진 않다는 말이다. 사춘기가 빨라진 자녀 세대의 평균 키가 부모 세대보다 커졌다는 게 그 증거다. 여아들은 초경 후에도 평균 5~7cm 더 자란다는 보고도 있다. 최종 키는 사춘기 시작 시기뿐 아니라 유전, 영향, 스트레스, 병력, 운동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Q. 성조숙증은 완치 가능한가.
A. 성조숙증 치료는 완치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너무 빨라진 성적 발달을 인위적으로 적당한 시기로 미뤄주는 것이다. 성조숙증으로 확진받은 경우엔 대부분 성호르몬을 너무 빨리 내보내는 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을 쓴다. 뇌에 신호를 보내 성호르몬 분비를 늦추는 것이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보통 6개월 안에 2차 성징이 억제된다. 여아는 가슴이 약간 작아지고 월경이 없어지기도 하며, 남아는 고환이 작아지고 발기나 자위 행위가 줄어든다. 치료 기간은 평균 2, 3년 정도다. 약을 끊으면 다시 사춘기가 진행되면서 신체 변화도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Q. 플라스틱을 많이 쓰면 성조숙증이 생긴다는데.
A. 모든 플라스틱이 다 성조숙증과 연관이 있지는 않다. 다만 일부 플라스틱에 들어 있는 가소제 성분, 특히 비스페놀A나 프탈레이트 등이 체내에 들어가면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이나 비닐, 식품 포장지와 용기 등에 쓰이는 프탈레이트는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이 같은 유해물질에 소량만 노출돼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Q. 고기나 콩, 우유를 많이 먹으면 사춘기가 빨리 온다는데.
A. 두부를 비롯해 콩으로 만든 음식, 고기, 달걀, 우유 등을 많이 먹으면 사춘기 시작이 빨라진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은 사춘기 시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너무 많이 먹으면 물론 영양 불균형 등의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Q. 사춘기가 빨리 오지 않게 예방할 수 있나.
A. 어릴 때 자신의 사춘기가 빨랐던 부모는 아이에게 평소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들여주는 게 좋다. 소아 비만은 성조숙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여 유해 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보약이나 건강식품, 스테로이드 등 일부 약물 등은 사춘기가 오는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먹이지 않는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꼼꼼히 기록하고, 키가 지속적으로 한 달에 1cm 이상씩 크기 시작하면 혹시 사춘기에 접어든 것은 아닌지 전문의에게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
(도움말 : 박미정, 김신혜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혜순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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