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빗방울로 변덕을 부리던 5월 중순, 인천 문학경기장에 인천남부지사 최형근 과장과 |
이종일 씨의 야구기록원으로 새 삶
최형근 과장은 2009년 4월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이종일 씨를 처음 만났다.
이종일 씨는 고향인 대구에서 섬유사업을 하다 IMF의 여파로 사업이 부도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다리마저 잃었다. 괴로운 마음을 매일같이 술로 달래고, 외부 활동도 안하던 이종일 씨를 위해 최형근 과장과 인천남부지사는 재활의 의지를 키워드리기 위해 2009년 6월 지사 지하에 구두방을 마련했다.
구두방에서 이종일 씨는 새로운 꿈을 안고 일을 시작했고, 고정적인 수입으로 작은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지사 감사에서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구두방은 폐쇄되고 말았다. 그러던 중 평소에 야구를 좋아했던 이종일 씨에게 인천광역시 야구연합회 이사로 활동 중인 최형근 과장이 야구 기록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최형근 과장은 이종일 씨에게 야구 기록원들을 소개하고, 시합이 있을 때마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여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2009년에 시작한 교육으로 올해 3월부터 이종일씨는 정식기록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처음에 최 과장님이 제의했을 때 망설임 없이 흔쾌히 하겠다고했죠. 시작하면서‘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열심히 해야겠다’
고 다짐했어요. 배우는 기간이 길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배웠습니다.
봉사활동으로 배우는 것이 더욱 많습니다!
이런 최형근 과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이종일 씨는 집에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고, 집을 나서려는 최형근
과장에게 쇼핑백 하나를 건넸다.
“최 과장님…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윤리경영과 관련해 뇌물과 향응을 받을 수 없습니다. 성의는 감사하지만 죄송합니다.”
“뇌물 아닙니다. 제가 건강했을 때 쳤던 탁구라켓입니다. 지금은 다리가 없어 칠 수도 없어요.”
탁구를 무척 좋아했던 이종일 씨는 점심시간에 지하에서 탁구를 치던 최 과장을 보았다며 소중하게 갖고 있던 탁구라켓을
선물했다. 문학경기장에서 최형근 과장은 KBO(한국야구위원회 기록위원회)에 특별히 부탁해 그동안 구하기 어려웠던
<프로야구 기록법&기록 규칙 가이드>를 이종일 씨에게 선물했다.
“야구 기록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배웠는데,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분야에서 1인자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하겠습니다.”
자신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 이종일 씨는 최형근 과장과 손을 맞잡으며 웃었다.
저소득 계층, 장애인 등을 위해 아들과 함께 무의촌의료봉사, 사회봉사를 해 온 최형근 과장은 주위 사람들에게 과시용이
아니냐는 말 등으로 한때 봉사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일기장을 펼치다‘어려운 분들이나 장애인
들이 마치 옆집의 형과 누나 같았다. 내가 그들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라는 글에서‘내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최 과장님의 계속 봉사활동하시는 모습 보고싶습니다. 과장님은 제가 삶에 희망을 갖게 해주신 분입니다.
제가 좌절하지 않고 즐겁게 생활하고, 저희 가족에 희망을 주셨어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건 모두 최 과장님
덕분이에요.”
“아닙니다. 선생님. 능력이 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 하겠습니다. 오히려 봉사활동을 통해 제가선생님께, 주위 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어깨동무하며 함께 걸어가는 최형근 과장과 이종일 씨의 모습은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글 / 장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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