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주사, 백옥 주사, 미백 주사, 비타민 주사, 마늘 주사, 웰빙 주사. 요즘 일부 병·의원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기능성 영양주사들이다. 신데렐라처럼 얼굴이 하얘진다고, 피부가 백옥 같이 뽀얘진다고, 피로가 빨리 회복되고, 체력이 튼튼해진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사를 맞으러 간다.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런 주사들 대부분은 수액에 일부 영양성분을 섞어 만든 것이다. 외모를 확 바꿔주거나 피로를 싹 날려줄 것처럼 알려진 효능은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영양성분을 수액에 담아 몸에 주입해주고 비싼 값을 받는 식으로 일부 병·의원이 돈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사에 현혹된 소비자들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환자들이 집단으로 C형간염에 감염된 사건도 이 주사를 맞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료 과실이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천구의 해당 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C형간염에 걸린 환자들 중 상당수가 수액으로 제조된 영양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를 처방한 의료진은 수액에 특정 영양성분을 넣어 환자들의 정맥에 투여했다. 이 과정에서 한 환자에게 쓴 주사기는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환자에게 쓰면 안 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의원에서는 버젓이 주사기를 재사용하고 있었다. 의료진이 돈벌이에 급급해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판단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부 환자의 C형간염 바이러스가 재사용한 주사기를 통해 다른 환자에게로 옮겨가면서 감염이 여러 사람에게로 확산됐다는 추측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었다. C형간염 집단 감염의 원인은 주사기 재사용 등의 의료 과실이라고 밝혀졌는데도 수액을 맞아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수액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수액은 환자 치료와 회복에 꼭 필요한 의약품인데, 막연한 불안감이나 잘못된 오해 때문에 기피하려는 경우가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수액은 인체의 혈관에 직접 들어가는 ‘생명수’다. 그만큼 엄격한 위생관리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지하수를 끌어올린 뒤 미생물 오염을 차단하면서 전해질이나 비타민 같은 영양성분을 혼합하고 멸균하는 등 10여 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대부분의 수액에는 성인과 소아, 나이, 증상 등에 따라 정해진 용법과 용량이 있다. 예를 들어 5% 포도당 주사액은 어른이 한번 맞을 때 정맥으로 500~1,000㎖를 시간당 0.5g/㎏ 이하의 속도로 투여하는 게 원칙이다.





수액은 성분과 기능에 따라 기초수액과 영양수액, 특수수액으로 나뉜다. 기초수액은 사람이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인 수분과 전해질, 당을 공급한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전해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호흡과 혈압, 심장박동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환자에게 보통 기초수액이 처방된다. 이를테면 고열이나 심한 설사로 수분 손실이 심한 환자, 입으로 식사하기 어려운 환자, 출혈이나 수술 때문에 전해질 손실이 큰 환자 등에게는 수액으로 수분이나 전해질을 즉시 공급해줘야 한다.


영양수액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가 작은 분자 단위 성분으로 들어 있어 환자의 영양상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거나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가령 수술을 앞둔 환자나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경로가 정맥을 통한 영양수액 주사다. 과거엔 영양수액이 영양보충이라는 보조적인 개념으로 주로 쓰였지만, 최근 들어선 치료 수단으로도 진화했다. 소화기관으로 영양 공급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수액을 통해 적절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회복을 앞당기고 합병증을 줄이며 복용하는 약을 줄이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밖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액의 핵심 기능으로 약물 전달을 빼놓을 수 없다. 항암제나 항생제는 정맥으로 원액을 직접 투여하면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액이 새어 나와 심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의약품이 바로 수액이다. 고농도의 약물을 용해시켜 체내에 주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수술 중 적정량을 계속 주입해 의료진의 시야를 확보해주거나, 장기를 보관하거나, 의료기기를 세척하는 데도 수액이 필수다.




이 같은 수액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액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좌불안석이다. 수액에 의약성분을 적절히 혼합해 의료행위에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지만, 일부 병·의원처럼 검증되지 않은 용법에 신데렐라 주사, 백옥 주사, 마늘 주사 같은 이름을 붙이고 소비자들을 현혹해 고가에 무분별하게 주사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액의 주성분은 물이다. 그렇다 해도 함께 포함된 여러 가지 성분들과 많은 양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무분별하게 수액 주사를 맞으면 소변이 정상적으로 걸러내지 못하는 등 신장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심장이 좋지 않은 환자 역시 건강한 사람과 같은 속도로 같은 양의 수액 주사를 맞을 경우 체액이 갑자기 늘면서 심부전이나 폐부종 등이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포도당이 들어 있는 수액 주사를 조심해야 한다.


간혹 수액 주사를 마치 건강을 증진시켜주거나 면역력을 키워주는 보약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맞으면 별다른 부작용이 생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건강에 더 이득이 되지도 않는다. 전문의들은 수액 주사 역시 꼭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맞아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강조한다.



글 / 임소형 힌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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