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네 글자로 압축하면 생로병사(生老病死)다. 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이 과정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만일 내가 아직 젊고 병들지 않았고 살아있다고 자랑을 하는 순간 바로 질병이 찾아온다. 과연 누가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누구라도 앓을 수 있는 가벼운 감기질환도 소홀히 관리하다가는 비염, 축농증 등 여러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지어 폐렴으로 확산되어 위중한 상태에 처할 수 있다. 자칫 상한 음식이라도 먹다가는 배탈이 날 수도 있고, 과식으로 인한 소화기질환도 찾아오기 쉽다. 특히 나이가 들면 늘어나는 것은 주름살과 함께 질병밖에 없을 정도다.
사정이 이와 같을진대 현재 건강하다면 이를 자랑하기 전에 먼저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른 자세가 아닐까?
대개 어떤 병이든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질환이라고 일컫는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물론이고 각종 관절질환 및 근육긴장 등도 3개월이 경과되면 이미 내 몸 깊숙이 침투하여 몸과 하나가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질병들은 내 몸의 강력한 방어기능을 뚫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까?
그것이 병이 이미 세력화를 통해 조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예컨대 타박상을 입었을 경우라도 치료하지 않아도 절로 낫는다. 감기의 경우도 대부분 그러하다. 배탈이 나거나, 웬만한 피부질환의 경우도 모두 저절로 낫는다. 대부분의 모든 질병이 그렇게 절로 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질병이 지속된다면 이는 내 몸의 질병에 대한 면역기능을 뚫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체계를 뚫고 침입해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병증 홀로 불가하다. 반드시 질병이 조직력을 갖추고 세력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모공편(謀攻篇)에서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면 한 번 진다. 적을 모르는 상황에서 나조차도 모르면 싸움에서 반드시 위태롭다(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라고 하였다.
이러한 원칙은 내 몸에 들어온 질병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이미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그리고 어떤 병이 계속적으로 재발하고 있다면 이미 병세가 굳건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병은 이미 진영을 갖춘 군대처럼 조직력과 전투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만성병을 깔보다가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반드시 만성병이 가진 위력을 인정해야 그 다음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과 같은 성인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결코 한 가지 요법으로는 벅차다. 운 좋게 증상이 개선될지라도 조직화된 병의 세력에 의해 다시 재발하기 일쑤다. 악성종양(암 질환)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세력에는 세력으로 대응해야 마땅하다. 예컨대 양방치료, 한방치료, 대체요법, 생활관리, 마음공부, 운동요법 등이 어우러져서 조직력을 갖춘다면 만성질환을 이길 수 있다.
그러므로 만성적 질환의 경우 단지 수술요법이나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거나, 혹은 거꾸로 수술과 약물 치료를 모두 거부하고 자가 치료만을 고집하는 등 모두 바람직한 대처법이 아니다. 이는 마치 경기장에서 공격력 하나만 갖추거나, 수비력에만 의존하는 플레이와 같기 때문이다.
농구경기는 5명, 야구경기는 9명, 축구경기는 11명이 모여야 비로소 경기를 할 수 있는 조직력이 갖춰진다. 어떤 질병이 만성화 되었다면 이미 팀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병에 제대로 대응해야 하는 지 분명해진다. 즉, 수비력과 공격력이 조화로워야 한다. 뛰어난 공격수 한두 명으로는 세력화된 질병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우리 몸에 질병이 생긴 것은 크게 다음 세 가지 대응력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첫째는 식생활의 문제다. 불규칙적인 식사, 각종 인스턴트식품의 범람 속에 여러 가지 유해성분들로 인한 혈액이 탁해진 것이 문제다. 둘째는 바쁜 생활로 인해 운동이나 휴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과도한 스트레스다.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에는 ‘면역기능이 있으면 병이 침입할 수 없고, 이미 병이 머무르고 있다면 면역기능이 약해진 것이다(正氣存內 邪不可干, 邪氣所奏 其氣必虛).’라고 하였다. 면역기능은 자연치유력인 바, 한의학에서 말하는 정기(正氣)이고, 원기(元氣)다. 자연치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식생활, 운동과 휴식의 조화, 마음의 평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자연치유력은 마치 뒤를 받쳐주는 수비수와 같다. 수비가 튼튼하지 못하면 공격진이 마음껏 공격할 수 없다. 팀플레이가 살아나려면 반드시 탄탄한 수비가 받쳐질 필요가 있다.
치료법에 있어 조직력을 갖추면 모든 병은 반드시 낫는다. 다만 병을 너무 적대시하는 것은 좋지 못한 자세다. 병은 생활의 일부요, 내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다. 그러므로 병을 대할 때는 스포츠 경기를 임하는 것처럼 가볍게 대하는 게 좋다. 죽기 살기로 전쟁을 하다가는 자칫 병으로부터 완패를 당하여 극단적인 경우에 처할 수 있다.
사노라면 흐린 날도 있고,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도 있고, 소낙비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질병 없이 오래 살겠다는 마음은 그저 욕심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내 인생을 모두 맑은 날씨로 채우려는 것과 같다. 질병을 바라보는 자세도 중요하다. 질병이 발생하면 ‘혹시 내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지 않았는가.’, 혹은 ‘내가 혹시 과도한 욕심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등의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은가.
성급히 병세를 꺾으려고 하다가는 수비력이 약해져서 오히려 병증이 깊어줄 수도 있다. 스포츠에서 공격일변도로 나가다가 쉽게 골을 허용하는 경우와 같다. 질병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겸허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보자. 질병을 모두 박멸하겠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떤 이는 양방치료에만 의존한다. 또 어떤 사람은 한방치료만 고집한다. 또 어떤 사람은 대체요법만을 찾는다. 또 다른 사람은 종교적인 치유능력만을 믿는다. 이와 같다면 질병과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다.
질병 치료에 있어 모든 것을 의료인에게 맡기는 자세도 치우침이요, 의료인을 멀리하고 스스로 낫겠다는 생각도 치우치기는 마찬가지다. 반드시 의료인과 함께 손을 잡고 협력할 줄 알되, 스스로가 해야 할 책무 역시 소홀치 말아야 한다.
또한 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질병을 잘 앓아야 한다. 질병도 흥망성쇠가 있는 법, 이 과정을 잘 견뎌내면 면역기능이 강화되어 오히려 더욱 건강할 수 있다.
내가 지금 병들었다면 다음의 5가지 사항을 점검해 보자. 그러면 질병과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고 방어와 공격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다.
1. 나는 양방과 한방, 대체요법 등 두루 두루 모든 요법들을 수용하고 있는가. |
위의 5가지 부분을 갖추었다면 이제 질병과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떠한 병이 오더라도 두렵지 않다. 질병은 당찬 세력이자 언제나 생활 속에서 나를 찾아오는 손님이다. 우리가 미리 세력을 갖춘다면, 언제라도 찾아오는 질병과 맞서 유쾌한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고, 또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글 / 제천시 제3한방명의촌 자연치유센터 대표 황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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