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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위대한 스승, 마음의 양식 고전을 읽자






“고전을 통해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고전의 힘을 이 한마디로 압축한다. 그의 고전 키워드는 ‘재탄생’이다. 지식·사유·논리·추론·창의·상상의 재탄생이고, 궁극적으론 인간의 재탄생이다. 그만큼 고전은 위대한 힘이 있다. 고전은 그 자체가 위대한 스승이다. 사유의 물꼬를 터주는 철학자, 역사의 고리를 이어주는 역사학자, 우주의 신비를 벗겨주는 과학자다. 인간의 마음을 꿰뚫는 심리학자, 영혼에 위로를 주는 시인, 소리로 세상을 열어주는 음악가다. 다스림의 이치를 일러주는 정치학자, 신의 세계를 열어주는 신학자, 당신의 길을 인도하는 멘토다.




요즘 인문에 세간의 관심이 높다. 인문학 아카데미가 우후죽순 늘어난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증거다. 직장인·전업주부·대학생·기업가 등 수강층도 다양하다. 문학·역사·철학·예술에 관심이 커지는 건 그만큼 국격이 우아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성인이 모이면 저절로 지성국이 된다. 인문은 생각의 힘이다. 앎을 넓히고, 관점을 업그레이드하고, 창의적 질문과 답변을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 고전은 더없는 동반자다. 창의는 무지(無知)에선 결코 싹트지 못한다. 상상도 결코 무한하지 않다. 아는 만큼 넓어질 뿐이다. 인류의 고전으로 지식을 쌓고, 창의를 키우고, 상상을 넓혀라.





고전은 옛것이다. 하지만 그 옛것은 새로움을 잉태한 고귀한 씨앗이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당신 삶에 그 씨앗을 심는 일이다. 동양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는 “상인의 재능도 논어를 통해 충분히 배양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의 좌표가 헷갈리고, 미래의 길이 흐릿하면 고전을 읽어라. 고전은 길을 밝혀 주는 횃불이다. 고전은 확장성이 크다. 지식을 쌓고, 논리를 강화하고, 필력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고, 관계를 맺는 데 두루두루 쓰인다. 세상에 고전만한 다목적 카드는 드물다.




“돈이 조금 생기면 책을 산다. 그리고 남는 것이 있으면 음식과 옷을 산다.(에라스무스)” “자신의 책이 없다는 것은 가난의 심연과 같다. 거기에서 탈출하라.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은 사둘 만하다.(존 러스킨)” “낡고 오래된 코트를 입을지언정 새 책을 사는 데 게으르지 마라.(오스틴 펠프스)”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긴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을 사서 읽으라”고 한다. 이구동성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고전은 가슴에 새길 대목이 많다. 문장이 수려하고, 함의도 깊다. 밑줄 그어가며 읽고, 나중에 그곳만 훑어봐도 양식이 된다. 세월을 좀 익혀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그게 고전의 묘미다. 인류의 고전을 책꽂이에 하나둘 꽂아가는 재미도 있다.





커피 서너 잔 값이면 책 한 권을 산다. 고전은 책 값을 열 배, 백 배, 천 배로 불려준다. 엄청 수지나는 장사다. 혹시 1만5000원을 아끼려고 책을 사지 않는가. 그럼 당신은 정말 좀스런 인생을 사는 거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치에 돈을 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재미에 돈을 쓴다. 전자는 투자, 후자는 낭비다. 삶을 건조하게 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재미에 기울어 가치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전과 다른 이후의 삶을 원한다면 이전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 읽지 않았다면 읽어야 하고, 게을렀다면 부지런해야 하고, 뒤졌다면 앞서야 한다.




첫 만남은 누구나 어색하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통하면 둘도 없는 벗이 된다. 고전과의  만남이 처음엔 조금 서먹하고, 약간 버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얘기의 물꼬만 터도 고전이 얼마나 유익한 벗인지를 금세 알게 된다. 문지방을 건너야 세상으로 나간다. 8부 능선을 넘어야 정상에 오른다. 세상에 쉬우면서 가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한 번 읽어 어려우면 두 번, 세 번 읽어라. 어렵다고 멈추면 당신은 늘 그 자리에 머문다. 어려우면 다시 읽어라. 그럼 쉬워진다.





내일 읽겠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은 내일, 같은 말을 또 반복한다. 지금 바로 읽어라. 시간이 없다고 둘러대지 마라. 그건 뻔한 핑계다. “책읽기에 좋은 곳으로 세 가지 장소가 있다. 침상, 말안장, 그리고 화장실이다. 책을 읽고자 하는 뜻이 진실하다면 그 장소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중국 송나라 때 학자 구양수(歐陽脩)의 말이다. 나이 든 원숭이도 새로운 재주를 배울 순 있다. 하지만 두어 배 힘이 든다. 세상은 ‘지금’을 잡는 자가 언제나 앞서간다. 안 보이면 바로 안경을 써라. 인류의 고전이 당신의 안경이다.

 


글/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