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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19금 영화 ‘빅쇼트’ 그 이유는 무엇일까?

 

 


 

걸의 가슴 때문일까, 부동산 가계부채 붕괴 예언이 불편한 탓일까?

 

지난 주말 심심하던 차에 ‘19금’ 신작 영화를 봤다. ‘빅쇼트’ 영화명이 경제 주식 용어라는 것을 모르는 문외한인 나는 그저 ‘19금 딱지’에 살짝 기대를 했을 뿐이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빅쇼트’ 영화가 2007-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 금융 붕괴사태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 내에서만 800만명 이상의 실업자와 500만가구가 주택대출 문제로 파산한 금융붕괴 사태는 우리나라 국내 고금리대출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멀지도 않은 8년 전 일이다.


 

<사진 출처 : 영화 '빅쇼트' 스틸컷>

 

 

몇 분 지나지 않아 ‘빅쇼트’란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배팅하는 금융투자 전략임을 영화는 친절히 안내한다.  2006년 당시 지구 상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환상적인 성장을 하고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이 미국경제가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망할 경우 수익을 챙기는 상품’에 거액의 투자를 한다.

 

이 투자 의향을 제시했을 때, 은행 실무자들은 입이 귀에 걸리는 ‘쾌재’를 부르는 것을 감추지 못한다.“우와 미국 부동산 시장이 대박치고 있는데, 13억 달러를 망하는 쪽으로 투자하겠다니......” 하지만 빅쇼트로 투자 결정한 이들은 이미 미국 부동산시장이 거품임을 현장에서, 각종 투자지표에서 확인했다.

 

 


 

직업도 소득이 없어도 무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닌자’대출이 등장하는가 하면, 본인 이름이 아닌 ‘개 이름’으로 신청을 해도 주택대출이 이뤄지고, 거의 맨 몸(?)으로 일하는 쇼걸이 집 5채를 주택대출로 보유하고 있었다. 3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된다고 대출자들은 생각하고, 대출하는 은행들은 원금 회수는 집을 팔면 된다는 식의 ‘아주 쉬운 수익 상품’이 되어 있었다.

 

은행은 이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을 모아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론)’상품을 만든다. 예를들면 1억원 부동산 대출 원금과 이자를 20년 동안 2억원을 회수하면 1억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 은행은 1억2000만원에 증권사에 넘기고 2000만원을 챙긴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자들은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런데 변동금리가 오르자 서서히 저소득층 대출자들이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담보물을 내놓지만 이것 또한 팔리지 못한다. 은행에서 대출한 것보다 더 집값이 떨어진다. 은행도 손해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렇게 부실해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상품은 부채담보부증권 손실로 이어진다. 2007- 2008년 세계를 금융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미국금융붕괴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아이러니는 미국경제가 붕괴한다는 전제에서 투자를 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점이다. 엄청난 수의 기업. 대출자. 그 가족들이 경제 파탄에 빠질 것을 예언한 그 기발함에 미국 자본주의사회는 대박이라는 선물을 준다. 영화에서도 도덕한 금융제도와 금융기관. 무감각한 정부 관리 등을 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속에서 대박이라는 자본주의의 불로소득의 향수도 곁들인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나름 박진감 있고, 사실적으로 금융붕괴 사태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 들었을 법한 경제용어도 자상하게 설명한다. 나머지 세세한 재미는 영화 관람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왜 이 영화가 19금인지 모르겠다. 금융자본시장의 부패와 부도덕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그런 것인지, 잠깐 등장하는 쇼걸의 가슴 노출 때문인지, 아니면 부동산 대출에 묶인 가계부채가 폭등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 견주어 ‘경제파탄’이라는 불순한 상상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는 모 당국의 걱정(?) 때문인지.

 

 

 

글 / 김규철 내일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