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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활동량 많아지는 봄, 통풍을 조심하자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펴면서 활동량이 많아지는 요즘, 봄과 여름을 맞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통풍 환자들이다. 국내 한 병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을과 겨울에 비해 봄과 여름에 통풍 발생이 더 많다. 상대적으로 신체활동이 많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측하고 있다.

 

 

 

 

젊은 층보다는 40~50대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30대 통풍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전체 발병 빈도는 1,000명당 약 2명. 비교적 흔한 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통풍에 대해선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통풍은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오는 화학성분의 하나인 퓨린이 대사과정을 거친 뒤 요산이라는 형태로 바뀌면서 관절에 과다하게 쌓여 발생하는 병이다. 보통 요산은 혈액 속에 녹아 있다가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요산이 너무 많아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거나 배설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혈중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통풍이 발병하게 된다.

 

 

 

통풍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 또는 발작이다. 통증이 나타나는 주요 부위는 관절. 관절 부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프기 시작하면 이후 8~12시간 동안 점차 통증 강도가 세진다. 환자의 약 90%가 엄지발가락에서부터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하고, 이 외에 발등과 발목, 무릎 관절에도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통풍 증상을 방치하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해 여기저기 많은 관절들이 손상되고 발작까지 일어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대부분 관절의 통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통증에만 관심을 두고 일단 통증이 사라지면 병원에 발길을 뚝 끊는 환자도 적지 않다. 한번 치료를 시작하면 꾸준히 받고 예방까지 잘 신경 써야 이후 재발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통풍 때문에 시달리거나 신장질환, 뇌혈관질환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통풍은 비만이나 과체중인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서 평소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이 자주 과식 또는 과음을 하면 갑작스럽게 통증이나 발작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게 바로 통풍의 신호다. 또 운동을 지나치게 무리해서 하거나 몸에 오랫동안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요산을 비롯한 체내 노폐물이 원활하게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럴 때 혈중 요산 수치가 올라 결국 통풍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유전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전체 통풍 환자의 30~40%는 유전의 영향인 것으로 학계는 추측하고 있다. 가족 중에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있는 사람이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다. 부모나 형제 중에 통풍을 겪었거나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통풍 발병 위험이 있거나 통풍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은 퓨린이 들어 있는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쇠고기와 돼지고기, 오리고기, 새우, 표고버섯, 메주, 등푸른 생선 등에 퓨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맥주는 퓨린 함유량이 높아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이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도 억제한다. 때문에 통풍 환자가 맥주를 많이 마시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과식과 흡연, 심한 운동 역시 삼가야 한다. 대신 쌀과 보리, 메밀, 밀 같은 소맥류, 김과 다시마 같은 해조류, 채소와 과일 등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이런 식품에는 퓨린이 거의 없거나 아주 적은 양 들어 있기 때문이다.




통풍 때문에 통증이나 발작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조심하는 게 최우선이다. 아픈 관절에 무리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 통증이 심해질 때마다 찜질을 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데, 이는 금물이다. 온찜질은 통증의 원인인 염증반응을 더 악화시키고, 냉찜질은 관절에 더 많은 요산이 쌓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베개 같은 걸 아픈 부위 밑에 받쳐서 높여주면 통증을 덜 느끼는데 좀 도움이 된다. 신발도 되도록 편한 것으로 바꾸는 게 좋다.





통풍 환자는 언제 발작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해서 혈중 요산 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통증이 줄어들면 약 복용을 게을리 하거나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럴수록 치료 효과는 떨어지고 병은 만성화하게 된다. 일단 통풍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적절한 의료기관을 선택해 꾸준히 치료를 지속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도움말 : 고혁재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서영일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글 / 한국일보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