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관계가 아닐까. 사람을 의미하는 한자(人)는 혼자서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부부관계가 성립되어야 하고, 태어나는 즉시 부모자녀 관계, 형제자매 관계를 맺는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또래를 만나 친구관계를 만들며, 성인이 되어서는 부부관계를 맺는다. 이처럼 사람은 관계 속에서 태어나, 관계 속에서 살고 관계 속에서 죽는 존재다. 관계는 인간의 본질이다.




관계가 중요하건만 우리는 관계를 배워 본적이 없다. 학교에서도 관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잘 맺을 수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래도 적응의 동물인 사람은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만, 일부는 관계 속에서 길을 잃는다. 관계중독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중독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한 두 가지 기준으로 내성과 금단을 꼽는다. 내성은 우리 몸과 마음이 중독 대상에 익숙해 져서 점점 더 자주,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이고, 금단은 대상을 얻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불안과 우울 등의 고통을 말한다. 알코올 중독을 예로 들어보자. 처음에는 소주 한 병으로도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량이 늘어나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 술을 먹던 사람이 매일 먹게 되는 것은 내성이다. 술을 먹지 않을 때 안절부절 못하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등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금단이다. 관계중독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사람을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도 만족했지만 점차 더 자주, 더 길게 만나야 만족한다면 내성이고, 혼자 있는 상황에서 불편함을 강하게 느낀다면 금단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중독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다. 인생 최초의 관계라 할 수 있는 양육자(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양육자는 생명 유지의 원천이기에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양육자에게 일방적 돌봄을 요청한다. 양육자가 아기의 욕구에 적절하게 반응해 주면 아기는 관계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이후 사람들과의 관계도 편안하게 맺는다. 그러나 양육자가 여러 이유로 아기의 욕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 아기는 불안함을 느끼며, 이후의 삶에서 관계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대상(물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 아기는 양육자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 대상으로 인식한다. 양육자가 어떤 감정 상태든 상관없이 자신의 욕구를 채워달라고 요구한다.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이런 경향성이 있는 사람이 관계중독에 빠지는 것이다. 아기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인지보다는, 상대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는지 여부다. 마찬가지로 관계중독에 빠지게 되면 자신의 욕구(헛헛함을 채우기)를 위해 사람을 만난다. 사람을 물건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가 금단을 없애기 위해 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앞에 있는 술을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



 
관계중독증인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감정이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상대방을 이용하면 상대의 감정은 어떨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관계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상대방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 알아차리고 이해할 수 있다면 단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관계를 맺기보다는, 나와 상대가 온전히 만나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서 혼자 지낼 수 있는 힘, 즉 고독력(孤獨力)을 키워야 한다. 사람의 본질이 관계라고 하지만,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온전한 내’가 있어야 한다. 마치 알코올 중독이 아니라 건강하게 술을 먹기 위해서는 술을 먹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건강하게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혼자서도 괜찮을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근육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복적 운동을 하는 것처럼, 고독력 같은 마음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도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서 식당에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혼자만의 활동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중독적 관계가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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