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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합성비타민제, 지나치면 좋을 게 없다






"세 살 된 아들이 있는데, 도통 채소와 과일은 입에 안 대려고 합니다. 좀 자라면 나아지려니 생각했는데, 계속 거부하네요. 이러다 영양 불균형에라도 걸리는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영양제라도 먹여야 할까요?"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집이 하소연하듯 털어놓는 흔한 고민이다. 몸에 좋다는 음식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햄이나 소시지 등 가공식품만 찾는 아이를 달래고 어르느라 식사 때마다 진땀을 빼는 게 일상적 풍경이다. 그러다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는 나머지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많은 비타민이 필요하다"고 홍보하는 제약회사의 유혹에 넘어가 합성비타민제를 사서 아이에게 먹이며 적당히 타협하게 된다. "최소한 비타민 부족에 시달릴 일은 없겠지"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보통 부모의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20조원이 넘고, 국내에서는 연간 약 300억~7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비타민제 시장에서 비타민 제조사들이 떼돈을 버는 비결이다. 이렇게 애한테 합성비타민을 먹이는 게 과연 아이의 성장과 건강에 도움이 될까?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먹을 게 없어 음식으로 도저히 비타민을 먹을 기회가 적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가능하다면 합성비타민이라도 먹이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2015년 세계 11위를 차지한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비타민 결핍에 시달일 일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식만 잘 먹이면 굳이 합성비타민을 먹이지 않더라도 비타민이 부족할 일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모자라면 당연히 보충해줘야 하지만, 모자라지 않는데 더 먹는다고 특별한 이익을 얻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모가 자기 마음 편하자고 애한테 합성비타민을 먹이더라도 이게 아이 몸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지도 의문이다.





우선 과일, 야채 등 자연식품에 든 천연비타민과 달리, 비타민 제제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우리 몸에 흡수되는 비율이 훨씬 낮다. 2분의 1 내지 3분의 1, 심지어 10분의 1밖에 흡수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욱이 이렇게 먹인 합성비타민이 몸에서 제 기능을 하려면 자연식품을 통해서만 섭취할 수 있는 플라보노이드 같은 물질의 도움이 필요하다. 합성비타민만 먹는다고 해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모자란 것보다야 낫겠지, 해로울 건 없잖아"라며 별 고민 없이 합성비타민을 애에게 먹이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착각이다.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과잉 섭취하면 합성비타민은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비타민 A, D, E는 지용성이라 몸에 쌓일 수 있어 부작용이 더 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비타민 A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졸리고 관절이 아프며, 털이 빠지고, 뇌의 압력이 올라간다. 심지어 폐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비타민D가 넘치면 탈수와 구토, 변비, 근육 쇠약 등의 증상을 가져올 수 있다. 비타민E가 과잉이면 혈액 응고를 지연시킬 수 있다.


수용성인 비타민C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많이 먹으면 소변에 결정이 생겨 소변이 혼탁해지고, 소변이 산성으로 변해 돌이 생기기 쉽다. 분만의 고통만큼 심하다는 통증을 유발하는 신장결석이 생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알약 한 알의 편리함에 현혹되거나 굴복하지 말고 자연식품에 든 진짜 비타민을 먹일 것을 강하게 권했다.

 


<참고문헌: '우리 아이 걱정 마세요-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서민·강병철 지음. 알마刊)>



글 / 서한기 연합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