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휴가 당시 한류를 직접 목격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내가 쓰던 오사카 호텔 거의 전부를 배우 장근석의 콘서트 참가자(주로 할머니)가 점령했다. 우연히 내 옆방에 자리를 잡은 할머니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홋카이도 지역의 부부지부장쯤 된다고 했다. 하루 전 홋카이도에서 오사카로 넘어왔단다.





짧은 영어로 들어본 그녀의 사연은 기구했다. 교사로 정년한 뒤 자식과 남편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고 우연히 장근석을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한손에는 쇼핑백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장근석의 사진을 스크랩하고 자신의 소감을 정리한 노트가 무려 7권이다. 직접 줄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쨩(장근석의 일본발음)의 웃음을 볼때마다 젊어지는 것 같다 하며 웃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죠? 당신도 근쨩을 좋아하나요? 라는 말에 예스 혹은 하잇하잇, 하며 웃어보였다. 참 어찌보면 절망과 외로움의 나락에 빠져 허우적 댔을지 모르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던져주고, 나아가 삶을 다시 시작케 하는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런일도 있었다. 우리집 바로 옆에는 사창가가 있다. 오후 7시쯤 되면 진분홍색의 문을 열고 새벽 3~4시쯤 닫는다. ‘지금이 어느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이들이 드나든다. 영등포경찰서 출입할 때는 경찰에게, 한번은 영등포구청 쪽에도 왜 안없어지냐고 문의했는데 토지 문제 등으로 사안이 복잡하다는 말만 돌아왔다.


주로 사람들은 영등포역으로 가는 지름길인 사창가 언저리를 걸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밝은 불빛의 그쪽을 최대한 쳐다보지 않으려 한다. 주로 새벽 1시쯤 나타나는, 태닝을 마친 고급차량이 아주 천천히 가게와 여성들을 시선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과는 딴판이다. 누구는 의지만 있다면 다른 일을 한다고 지적하고 누구는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있다며 성적상품화가 만연한 작금을 개탄하지만 그곳에 여전히 사창가가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전 야근을 마치고 집에 오는데 한 외국인노동자로 보이는 남자가 뭔가를 물었다. 어수룩한 한국말로 섹시녀 어디있어요 라고 했다. 나는 말없이 건너편을 가리켰다. 그는 댕큐를 연발하며 헐레벌떡 뛰어갔다. 안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꿈과 성공, 혹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역만리로 건너왔을 그의 인생과 사창가를 향하는 그의 뜀박질이 겹쳐져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마음둘 곳은 과연 어디있을까. 가족을 잃은 일본의 할머니와 타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을 보며 몸보다 마음이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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