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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최적의 생태계, 자연유산의 지킴이 '동강'








올여름 기록적인 가마솥 무더위는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이 빚어낸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간의 무분별한 이기심이 오염물질을 마구 쏟아내어 지구생태계를 파괴한 환경재앙이라는 사설을 읽은 적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발생했는데, 프랑스와 중국에서는 호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는가 하면, 인도와 상하이 등 남부지역에서는 4~5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 되고, 미국의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는 43도의 체감 온도가 관측돼 고온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하는 등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홍수와 폭염 등 이상 기온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유발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1993년 영월 일대에 대홍수가 발생해 정부는 영월댐[동강댐] 건설을 계획하고 댐 건설사업을 시작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고 한다.


이러한 계획이 백지화된 것에는 자연생태계의 최적의 장소인 동강에 사는 여러 종류의 희귀동식물을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연생태계의 보고인 동강은 어떠한 곳인가?






자연유산의 멋들어짐이 그대로 살아있는 동강은 영월의 대표적인 자연관광지이면서 래프팅의 최적지로도 유명하다. 영월은 단종과 김삿갓의 유적지, 20여개가 넘는 다양한 박물관, 동강, 한반도지형과 똑같이 닮은 선암마을, 선돌, 어라연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카누 등 다양한 레저가 있는 지역이다. 영월의 대표적인 자연관광지인 동강은 남한강 수계에 속하며 정선읍 남쪽 가수리부터 영월에 이르기까지의 57km 구간을 '동강'이라 부른다.





동강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의 사행천으로 대부분 석회암층으로 현재도 하천운동으로 인한 퇴적작용과 침식작용 등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또 동강 유역에는 지표운동과 지하수·석회수의 용식작용 등으로 인해 많은 동굴이 형성되어 있고, 석회암으로 구성된 바위절벽에는 돌단풍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강물 속에는 쉬리, 민물조개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백로, 원앙 등의 조류와 수달 등과 같은 희귀동물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명승 제14호로 지정된 영월 어라연은 강원도 여행지중 손꼽히는 영월 10경중 8번째로 영월의 동쪽을 흐르는 동강 윗줄기에 해당하는 계곡이다.





강물 속에 뛰노는 물고기들의 비늘이 비단같이 빛난다’는 뜻의 ‘어라연’(魚羅淵)은 원래 지명이 어라연(於羅淵)이였으나 죽은 단종의 혼령이 이곳의 경치를 보고서 신선처럼 살고자 하였는데 이때 물고기들이 떼로 몰려들어 비늘을 반짝이며 반겼는데, 그 일대의 모양새가 마치 물고기비늘로 뒤덮힌 연못과 같았다고 하여 ‘어라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협곡을 따라 흐르는 동강의 중앙부 바위섬이 위치한 어라연은 돌로 된 바위 위에 분재와 같은 소나무와 물에 잠긴 너럭바위에서 반사되는 햇살, 병풍 같은 절벽이 감탄을 자아낸다. 분재와 같은 소나무는 달력표지의 대표 사진으로 많이 활용되며, 사진작가들의 사진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어라연 계곡의 주변에는 경사가 심하며, 계곡의 바로 위에는 칼날 능선이 형성되어 있다. 강의 위쪽부터 아래로 3개의 소가 형성되어 있는데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라 불리는 역암으로 된 ‘삼선암’은 옛날 선인들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 하여 정자암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 삼선암은 원래 하나의 바위였으나 하천운동으로 인해 3개로 나뉘어졌다고 하며, 하선암에는 한 때 댐을 만들기 위해 제방을 쌓아두어 물이 고여 있다고 한다.






어라연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차량출입이 통제되어 트레킹으로 잣봉을 경유하여 어라연을 돌아보는 방법과 래프팅을 타고 둘러보는 방법이 있다.






래프팅은 장애물이 있거나 물 깊이가 얕아도 물이 있고 급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지만, 원시의 숲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 등 천혜의 자연을 거느린 동강은 완만한 물살과 급류를 모두 갖추고 있어 스피드와 스릴을 즐길 래프팅의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래프팅은 5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할 수 있는데, 보통 5~6월에 학생들의 수련회나 수학여행, 7~9월초까지는 여름 성수기로 주말에 만 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최고조에 이르다가 10~11월에는 사진작가들과 산악인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동강 래프팅의 코스로는 3~4가지 코스가 있지만, 주로 이용하는 코스가 문산나루터에서 시작하여 섭세나루터까지이다. 보통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코스는 약 12km로 영월읍 문산나루터에서 출발하여 두꺼비바위-어라연-돤꼬까리-만지-섭세강변까지 진행하는 코스로 경관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래프팅 강사 경력 4~5년차인 강사 홍정의는 고등학교 때 영월의 친구를 통해 동강 래프팅을 처음 접한 후 여름 성수기와 주말을 이용해 래프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지만, 래프팅의 매력에 푹 빠진 그가 래프팅을 통해 전해주는 동강 어라연의 자잘한 이야기는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게 한다.





동강의 상류에 위치한 두꺼비 바위는 어라연의 수호신으로, 바위의 모양이 두꺼비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며, 된꼬까리는 옛날 떼꾼들이 제일 넘어가기 힘든 물길로 ‘되다(된)’ ‘꼬인다, 뒤틀린다(꼬까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관광객들에겐 가장 스릴이 넘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힘든 물길을 건너면 만지라고 하는 주막터가 있어서 이곳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가곤 했다고 한다.





동강 어라연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차량출입이 통제되어 트레킹이나 래프팅으로만 볼 수 있다. 동강에 들어올 수 있는 배도 허가된 배만이 들어올 수 있어서 제한이 따른다.


동강 래프팅의 코스길이 매년 조금씩 바뀌는데, 하천운동으로 인해 강물이 불어나 동강 내의 바위나 돌들이 굴러 다니면서 길이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길이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때로는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한 곳에는 급류가 심하여 간혹 위험한 일이 발생될 소지도 높다.





영월의 동강유역에서만 자생하며 3~4월에 꽃을 피우는 ‘동강할미꽃’은 세계에서 유일한 희귀식물로 동강 주변 석회암 절벽에서만 자생한다. 할미꽃은 호석회성 식물로 일반 토양이 점차 산성화되면서 할미꽃도 줄어들게 되었는데, 동강할미꽃이 절벽에 자생하는 이유도 석회암 때문이다.


이렇듯 동강은 여러 종류의 희귀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며,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손이 가장 적게 닿는 지역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청정지역 1급수에서만 사는 다슬기가 강가 바위와 돌틈에 가득 자생할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해서 때로는 물이 거울과 같이 되어 물 속에 비친 산을 뚜렷이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낸 환경재앙인 영월 대홍수로 동강댐 건설을 계획했다가 백지화했지만, 30년 뒤에 건설하겠다는 뒷담화도 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한 희귀식물인 동강할미꽃이 수몰 위기에 처한 동강을 구해냈고, 올여름 몸으로 체험한 가마솥 더위가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의 모습임을 안다면, 자연유산을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자연유산의 지킴이 동강’이 그 일에 선봉에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