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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백년의 신화전, 이중섭 전시회 후기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중섭. 전시포스터 그림인 '흰소'는 그의 대표작이다.  소그림은 이중섭의 자화상 또는 민족의 자화상으로 불리운다. 1916년생으로 만 40년 고난에 찬 짧은 그의 생애는 한국근현대사의 아픔과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41세에 요절한 그는 그러나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백년의 신화전>을 보러 갔다.



<백년의 신화전 홍보물 / <흰소> 1955, 종이에 유채, 29*41 ㎝ 홍익대학교 박물관 소장>



이번 전시는 유화 60여점외에 은지화,편지화,엽서화,표지화,드로잉,사진,다큐등 작품과 자료 100여점이 전시되어 그의 전생애와 작품에서 드러나는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어디까지나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모든것을 전 세계에 표현하지 않으면 안되오.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이요!" - 이 중섭 -




화가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 평원의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평양,정주,도쿄에서 학업을 쌓았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화가활동을 시작했다. 일본'문화학원'에서 유학시절 만난 후배 야마모토 마사코와 1945년 결혼한다. 함경남도 원산으로 돌아온 후 해방을 맞이한다. 1950년12월 원산폭격을 피해 어머니를 남겨둔 채 아내, 두 아들과 부산으로 피난을 떠난다.





한국전쟁때인 1950년~53년에는 서귀포와 부산에서 아내, 두 아들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한 피난생활을 한다. 그러나1952년 7월 아내와 두 아들은 일본으로 돌아가고 혼자남아 통영, 서울, 대구등지를 전전하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1953~54년 통영에서 강사로 일하면서 의욕적인 작품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1955년 두 차례의 작품전시회에서 사기를 당해서 가족과 만날 희망이 없어진 그는 거식증과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다가 만40세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제 1전시실
1부: 1916-1850년 평원 ,평양, 정주, 도쿄, 원산에서의 작품세계와 엽서화
2부: 1950년-53년 서귀포와 부산 피난시절의 작품들


제 2전시실
3부: 1954년의 은지화
4부: 1953-54년 통영에서의 전성기


제 3전시실
5부: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화(부인에게 보낸 60여통의 편지)
6부: 1954-1955 서울


제 4전시실 
7부: 1955년 대구
8부: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과 영상들, 그가 그린 문예지의 표지화,잡화,삽화,아카이브,이중섭의대형사진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의 표지사진과 연극대본등.




<가족을 그리는 화가 / 바닷가의 아이들>

<바닷가의 아이들 / 세사람>



이중섭의 그림에는 유독 아이와 얼싸안고 노는 가족들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아이와 물고기, 게, 석류, 비둘기 등을 같이 그린 그림이 많다. 그런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겨우 7년밖에 안되는 결혼생활로 거의 떨어져 지낸 보고 싶은 자식과 부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그림과 편지에 녹아있어 마음 한구석이 시려왔다.




<황소 / 흰소>

<길 떠나는 가족>



또 다른 그의 대표작인 '소'그림이다. 가족과는 떨어져 있었지만 나름 안정기였던 통영시절(1953년부터)에 유명한 '소'연작들이 제작되었다. 이중섭의 '소'는 파워풀한 느낌이 든다.  일제시대 우리나라와 자신을 상징하는 ‘흰소’를 통해 순박함속에 세찬 힘이 느껴지게 그렸다.


그의 소그림을 들여다보면 단순하고도 힘찬 몇 개의 선으로 쉽게 그린 듯 하면서도 상징적이고 힘이 솟구치는 오브제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힘 넘치는 황소그림 연작에는 나중에는 절망한 자신을 상징하는 듯한 마르고 코피가 떨어지는 소를 그려서 같이 그림을 보던 내 친구는 울컥 눈물이 났다고 한다.




<봄의 제전 / 부부>


<봄의 제전>



작품<바닷가의 아이들><봄의 제전>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많은 작품속에서 아이들과 게, 물고기, 비둘기, 석류, 꽃등 인간과 자연, 성과 에로티시즘이 혼연일체가 되는 조화와 환상의 세계를 그렸다. 특히 아이가 등장하는 많은 그림들에서 나는 때묻지 않은 동심과 아무런 속박 없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아이와 동,식물등을 그린 그의 그림에서는 원초적 생명력과 생의 환희가 느껴진다. 원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일본유학까지 했지만 청년실업가였던 형은 반동으로 몰려 총살당하고 6.25전쟁의 피폐함으로 이산가족이 된 불우한 그가 상상에서나마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고 원초적 생명력이 살아 꿈틀대는 환희와 유토피아를 그린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느낀 이중섭의 그림은 구상적으로도 완벽해보였다.  특히 회화 ,조각, 판화, 드로잉이 합쳐진듯한 은지화는 또 다른 이중섭만의 독창적 세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서거 60주년을 맞아 잘 아는 듯 했지만 사실 잘 몰랐던(ㅋㅋ) 화가 '이중섭'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던 귀한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