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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밤에 심해지는 치통, 치통에서 벗어나려면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밤이 긴 겨울철이면 치통을 앓는 사람들은 더 괴로워진다. 치통이 대개 밤에 심해지기 때문이다. 누워 있으면 서 있을 때보다 머리 쪽으로 혈액이 많이 몰린다. 그래서 치아와 잇몸 내부에 있는 혈관이 확장되고 압력도 높아진다. 이런 현상이 통증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시리거나 붓거나 음식을 먹을 때 아프다고 느끼는 등 치통의 양상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증상을 보면 대략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일단 치통이 시작됐다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치통의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게 바로 시린 자극이다. 찬물이나 따뜻한 차를 마셨을 때, 양치질을 할 때 시린 느낌이 확 올라오는 것이다. 건강한 치아는 단단한 껍질(법랑질)로 싸여 있어 안쪽의 상아질이 보호받는다. 그러나 잘못된 칫솔질이나 씹는 습관, 노화 등으로 법랑질을 비롯한 치아 겉면이 마모되면 상아질에 구멍이 생기고, 이 구멍을 통해 음식 찌꺼기 같은 자극물이 신경으로 전달돼 통증을 일으키게 된다. 시린 느낌도 통증의 일종이다. 이 상태를 계속 방치하면 시린 자극보다 더 큰 아픔을 느끼게 된다.





시린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충치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시린 느낌이나 통증이 있다면 충치 때문인 경우가 많다. 충치로 치통까지 나타날 정도면 세균이 법랑질을 뚫고 상아질까지 침범한 상태다. 만약 충치균이 상아질 안쪽의 신경이나 혈관 조직 근처까지 들어갔다면 음식이 이에 닿기만 해도 아프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교체할 시기가 지난 금과 레진 같은 보철물과 치아 사이에는 간격이 생길 수 있다. 보철물이 오래 돼 들뜨는 것이다. 그 사이로 음식 찌꺼기가 들어가면 쉽게 충치가 생긴다.


치아와 잇몸 사이의 경사진 부분(치경부)에서 법랑질이 마모됐을 때는 특히 시린 증상이 심해진다. 칫솔질을 위아래가 아닌 좌우로 세게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습관적으로 이를 꽉 무는 사람도 치경부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법랑질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치아에 음식이 닿지 않았는데도 수시로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치아가 깨졌거나 금이 갔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강한 외부 충격이나 딱딱한 음식을 씹다가 치아가 깨지면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치료를 빨리 받게 된다. 하지만 치아에 미세하게 금이 가면 맨눈으로는 거의 구분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오랫동안 방치하기 십상이다.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이 있거나,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많이 먹거나, 아래위 치아가 잘 맞지 않는 경우에도 치아에 금이 갈 위험이 높다.





치아 통증과 함께 잇몸까지 욱신거리거나 얼굴이 붓는다면 잇몸병(치주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치주질환은 치아 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세균 덩어리(치태)와 치태가 딱딱하게 굳은 치석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생긴다. 이렇게 되면 요즘처럼 찬바람만 불어도 이가 시리고, 술을 마시거나 과로를 해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얼음찜질을 하거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치아나 잇몸 주변인 귀나 턱 쪽이 아프거나 두통이 있을 때는 턱 관절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입을 벌릴 때 턱이 아프거나 딱딱 소리가 난다면 더욱 턱 관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봐야 한다. 이럴 때 일시적으로 통증을 가라앉히려면 얼음찜질보다는 온찜질이 낫다.




시린 증상을 비롯한 치통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누구나 겪는 증상이라고 무심코 넘긴다. 특히 잇몸병은 심각하게 진행될 때까지 시린 느낌 말고는 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방치하곤 한다. 그러다 통증이 악화하면서 잇몸이 붓고 피가 나는 등의 증상까지 나타난 뒤 병원을 찾으면 치료 시기가 너무 늦거나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치아를 빼거나 젊은 나이에 틀니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가 시리거나 욱신거리는 등의 증상은 치아나 잇몸에 문제가 있음을 경고하는 우리 몸의 신호다.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증상을 인지한 즉시 정확한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통이나 잇몸병을 막으려면 평소 양치질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거친 칫솔모나 좌우로 문지르며 닦는 칫솔질은 치아를 마모시키거나 잇몸을 손상시키는 주범이다. 주기적으로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아 치태와 치석을 제거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간혹 스케일링 후 이가 더 시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치태와 치석이 사라져 일시적으로 없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설명한다.


(도움말: 박성진 강남 차병원 치과 교수,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장)



글 / 임소형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