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보건당국이 가장 먼저 내놓는 예방 수칙은 ‘외출 후 손 씻기’다. 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기엔 지나치게 단순하고 당연해 보여서 오히려 가볍게 여기고 무시할 수도 있는 수칙이다.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는 보건당국의 권고를 평상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최근 1~2년 사이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논문이 그간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온종일 무엇을 만지고 다녔는지 알게 된다면 손을 자주 씻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최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미생물학회 학술지 엠스피어(mSphere)에 게재된 뉴욕대 제인 칼턴 교수(생물학)의 논문 한 편을 소개했다. 칼턴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2014년 6~7월 뉴욕시내 8개 지역, 66개 현금인출기의 숫자판을 면봉으로 닦아 숫자판 표면에 묻어있는 것들을 채취했다. 연구팀이 이 샘플을 대상으로 DNA를 분석한 결과 각종 박테리아와 미생물이 발견됐다.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사람의 피부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박테리아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피부 세포는 쉴 새 없이 떨어져 나가므로 이 발견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고 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음식물의 흔적이 현금인출기 숫자판에서 묻어나왔다는 점이다. 센트럴 할렘 지역 현금인출기의 샘플에선 닭고기의 흔적이, 아시아인들이 많이 사는 차이나타운과 플러싱 지역에선 잔가시가 많은 생선과 패류의 DNA가 주로 나타났다. 백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현금인출기에선 케이크와 사탕 등 단 음식의 잔해가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통해 뉴욕 사람들이 지역별로 고유한 식습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현금인출기를 만진 후 손을 씻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묻혀놓은 온갖 미생물이 내 입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현금인출기가 사람 간에 미생물이나 미생물 DNA를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씻기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연구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진이 미국미생물학회 학술지 엠시스템스(mSystems)에 발표한 논문은 지하철이 병원균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커티스 허텐하우어 부교수(생물정보학)가 이끈 연구진은 매년 2억3800여만 명을 실어 나르는 보스턴 지하철의 위생 상태를 조사했다. 허텐하우어 부교수는 “지하철은 매일 수천 명, 수만 명이 오가는 장소”라며 “따라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미생물을 옮기는 전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하철이 어떤 미생물을 매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흘에 걸쳐 보스턴 지하철 3개 노선의 15개 객차 안에서 의자와 벽, 가로·세로의 긴 손잡이, 가로 손잡이에 매달려있는 손잡이의 표면을 면봉으로 닦아 샘플을 채취했다. 5개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승차권 자동발매기의 터치스크린에서도 샘플을 수집했다. 연구진이 이들 샘플의 DNA를 분석해보니 사람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다양한, 때로는 역겨움을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관찰됐다. 피부 접촉을 통해 옮는 박테리아, 사람의 구강 내에 있다가 재채기나 기침 시 밖으로 튀어나온 박테리아는 흔했다. 어떻게 지하철에 묻게 됐는지 연유를 알기 어려운, 사람의 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관찰됐고, 심지어 생식기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까지 발견됐다. 이런 박테리아는 옷이나 지하철 의자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연구진은 지하철에서 발견된 일부 미생물의 경우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허텐하우어 부교수는 “지하철의 미생물에 대해 알고 나면 손을 더 자주 씻고 싶어질 것”이라면서도 “이 미생물들이 특별히 더 위험한 것은 아니므로 많이 걱정할 것은 없다”고 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을 때 손에 묻을 수 있는 미생물의 종류가 사람을 만나 악수할 때 손에 옮겨 붙는 미생물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물론 지하철 손잡이와 악수 사이에 차이점이 없지는 않다. 허텐하우어 부교수는 “지하철 손잡이를 한 번 잡는 것은 하루에 수천 명을 만나 악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만지는 물건을 만진 후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다.



글 /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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