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비추는 일조시간이 짧아지면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겨울 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 계절성 정동장애)가 원인일 수 있다. SAD는 대개 9∼10월 쯤 나타나기 시작해 이듬해 3∼4월이 되면 사라진다.
SAD의 증상은 일상생활에서 흥미를 잃고 신경이 예민해지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다. 기력도 떨어진다. 애꿎은 가족ㆍ직장동료ㆍ친구를 원망하기도 한다. 아직 SAD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조량과 관련돼 있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겨울이 되면 낮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밤 시간이 길어진다. 이때 심신을 평안하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이 과다 분비되면서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햇빛을 받으면 몸 안에서 합성되는 비타민 D의 결핍도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타민 D는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 비타민이어서 부족하면 기분이 다운된다. 실제로 낮보다 밤이 긴 북반구 국가일수록 SAD를 많이 겪는다.
영국의 유명 영양치료사 나탈리 램은 영국의 온라인 매체 ‘메일 온라인’(Mail Online)의 1일자 기사(음식을 통해 SAD 치료하고 면역 시스템 강화하는 법)에서 “SAD는 낮은 세로토닌과 비타민 D 농도와 관련이 있다”며 “‘행복물질’로 통하는 세로토닌은 장(腸)에서 만들어지므로 장이 건강해야 SAD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에 갈 만큼 상태가 심하지 않다면 생활환경의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추스를 수 있다. 최선의 SAD 예방법은 적정 시간 햇볕을 쬐는 것이다. 낮 시간에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커튼을 열어 집안을 밝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의자ㆍ소파 등 가구도 햇빛이 잘 드는 쪽으로 옮겨 본다.
설탕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효과적인 SAD 예방법이다. 설탕 등 단순당과 빵ㆍ파스타ㆍ비스킷ㆍ케이크 등에 든 정제된 탄수화물은 장에서 사는 유해 세균ㆍ효모의 먹이가 된다. 대신 채소ㆍ육류ㆍ생선ㆍ콩ㆍ건강에 이로운 지방 등을 섭취하는 것이 장 건강과 SAD 예방을 돕는다. 장 건강에 이로운 허브(herb)를 요리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이지ㆍ로즈마리ㆍ타임 등 치료용 허브를 요리에 사용하면 면역력이 강화된다. 요리할 때 마늘을 넣는 것도 유익하다. 마늘의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이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SAD 예방에 기여한다. 겨울에 계란ㆍ육류ㆍ콩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은 SAD는 물론 감기 등 다른 겨울철 질환 예방에도 유효하다. 특히 계란엔 세로토닌의 원료가 되는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이 풍부하다. 계란 100g엔 약 125㎎의 트립토판이 들어 있다. 세로토닌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신경전달물질로 우리 몸이 행복을 느끼게 한다.
계란 속 트립토판이 몸속에서 세로토닌으로 변환될 때 비타민 B군이 필요하다. 비타민 B군이 풍부한 부추ㆍ멸치ㆍ시금치 등을 계란과 함께 섭취하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단에 비타민 Cㆍ비타민 Dㆍ비타민 Eㆍ아연ㆍ오메가-3 지방 등 웰빙 영양소를 듬뿍 채우는 것도 SAD 예방에 효과적이다. 아연ㆍ셀레늄ㆍ비타민 Cㆍ비타민 E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증강시키는 영양소다.
비타민 D는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생성돼 흔히 ‘선 샤인 비타민’이라고 불린다. 자외선차단크림을 바르지 않은 상태로 오후에 15분 이상 피부를 햇볕에 노출시켜야 비타민 D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엔 비타민 D3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이 대안이다. 비타민 D는 세로토닌의 생성을 도와 겨울에 비타민 D 보충제를 챙겨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러 종(種)이 복합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면 비타민 D 생성이 증가해 우울ㆍ불안ㆍSAD 등 기분과 관련된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은 계란이다. 볶음 채소나 피망처럼 냉장고에 있는 남은 채소와 함께 두 개의 계란을 스크램블해 먹는 것도 시도할 만하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으론 계란 외에 연어ㆍ비타민 D 강화우유ㆍ버섯ㆍ오렌지 주스 등이 있다. 특히 햇볕 아래에서 재배된 버섯엔 비타민 D가 많이 들어 있다.
등 푸른 생선ㆍ계란ㆍ풀을 먹고 자란 가축의 고기ㆍ아보카도ㆍ견과류ㆍ씨앗류 등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은 세로토닌이 뇌에서 더 많이 생성되도록 한다. 식사할 때 절주(節酒)하고 물을 주로 마시는 것도 SAD 예방에 이롭다. 겨울은 연말ㆍ연시 등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즌이다. 과다한 알코올 섭취는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겨울철 저녁 시간엔 술 대신 물이나 가벼운 음료를 마시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SAD 예방에 유익하다.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겨울엔 무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은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며 바빠질 새해를 앞두고 준비하는 시기이므로 강도 높은 일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과중한 스케줄에 대해선 ‘노’(No)라고 대답하는 것이 좋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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