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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꿈을 잃어버린 세상, 다시 꿈꾸라






심리학자라고 하니 꿈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꿈을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간밤의 꿈을 상세히 알려주면서 해석해 달라는 이들도 있죠. 그러나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꿈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려는 심리학자들에게 꿈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연구주제니까요. 꿈을 꾼 사람이 정확하게 꿈을 보고하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이 뭐라든 사람들은 꿈을 중요시합니다. 대부분의 수면 시간은 하루 6시간 내지 8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는 인생의 1/4내지 1/3이나 일상과 단절되어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꿈이라는 또 다른 현실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꿈을 중요시 여길 수밖에요. 그래서일까요? 입증되지 않은 꿈과 관련된 속설을 진실인양 믿기도 합니다.





꿈은 현실과 반대다.
꿈에서 조상을 뵈었을 때에는 복권을 사라.
꿈을 꾸면 깊이 자지 못한 것이다.
태몽이나 예지몽은 미래를 알려준다.


어떤 분들은 속설의 참과 거짓을 따지고 싶어 할지 모르지만, 저는 이런 속설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에 주목해 볼까 합니다. 꿈이 현실과 반대라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이 고달플 때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또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즐거운 현실이 깨질까봐 불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또 꿈에 나타난 상징(조상, 돼지, 변, 유명인 등)을 복권이나 투자처럼 돈과 연결시키는 이유는 팍팍한 현실이 더 나아지길 바라기 때문이죠. 밤새 꿈에 시달렸다거나 꿈을 꿔서 깊이 자지 못했다며 투덜거리는 것은 더 편안히 쉬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태몽이나 예지몽이 미래를 알려준다고 믿는다는 것 역시 불안한 미래를 확신하고 싶기 때문이죠.





이렇게 꿈을 통해 사람들은 힘든 현실을 벗어나고 싶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소망을 표현합니다. 이런 면에서 꿈이란 단어에 수면 중에 꾸는 뇌의 이미지(dream)라는 뜻 외에, 장차 이루고 싶은 희망(vision)이라는 뜻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꿈을 묻습니다.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는 뜻이죠.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저는 커서 OOO이 되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른들도 이런 질문을 아이들에게 잘 던지지도 않을뿐더러, 이런 질문을 받은 아이들도 시큰둥하게 대답합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미래의 직업을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뿐 아니라 아이들도 자기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고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방송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는 충격적이었는데요,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공무원이었다고 합니다. 국가를 위해서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안정된 월급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불안하고 피곤하며, 뭘 해도 잘 되지 않는 답답한 세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른들의 좌절을 지켜보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즘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꿈이 사라진 세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때문에 우리 모두는 더욱 꿈을 꿔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본래 꿈이란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희망 아니던가요. 어떤 이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잠으로, 밤의 꿈으로 도망칩니다. 물론 꿈에서도 현실과 달리 좋은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경험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깨버릴 꿈입니다. 우리의 뜻대로 조작이 불가능하기에, 때로는 악몽으로 가득하죠.




힘들고 어려울수록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꿈을 꿔야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수많은 것들은 과거 누군가가 꿈꾸었던 것들입니다. 하늘을 날고자 소망했던 이들의 꿈이 비행기를 탄생시켰으며, 어디에 있든지 목소리를 듣기를 원했던 이들이 전화를 발명했습니다. 이런 문명의 이기(利器)만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독립 역시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꿈이었고, 자유 대한민국 역시 전장에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순국선열들의 꿈이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갑니다. 당장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꿈이 있기 때문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상이 행복하고 설레죠. 언젠가는 현실을 바꿔놓을 꿈입니다. 꿈이 잃어버린 세상,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시겠습니까? 힘든 현실을 외면해 이불 속으로 들어가 꾸는 꿈입니까, 아니면 현실과 고통과 맞서면서 현실을 바꿔놓을 꿈입니까?



글 / 강현식 심리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