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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한방에서 생식기능을 주관하는 장기, 신장을 강화하는 약재





한방에서 생식기능을 주관하는 장기는 신장이다. 신장을 보(補)하면 성기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한약재 중엔 신장을 강화하는 약재가 많다. 이름이 ‘자’(子)로 끝나는 식물엔 상당한 효능이 숨어 있다. 대개 열매의 씨앗에 ‘자’(子)를 붙인다. 오미자ㆍ차전자ㆍ구기자ㆍ복분자ㆍ토사자ㆍ호마자(검은깨)ㆍ구자(부추와 부추씨) 등이 대표적이다. 구자를 제외한 씨앗을 예부터 ‘오자’(五子)라 하여 특별하게 여겼다.





이중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토사자ㆍ사상자, 요즘 배변을 돕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차전자(차전자 껍질), 차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결명자다. 토사자(兎絲子)는 새삼의 씨앗이다. 토끼 토(兎)자, 풀이 실처럼 엉켜 있다 하여 실 사(絲)자, 씨앗 자(子)자의 합성어다. 새삼의 뿌리 모양이 토끼와 비슷해 그런 명칭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허리가 부러진 토끼가 새삼의 씨앗을 먹고 나았다고 하여 토사자(토사자)라는 옛 이야기도 전해진다.


새삼은 양기를 돕는 삼(蔘)의 한 종류로 ‘땅에 인삼, 바다에 해삼이 있다면 하늘엔 새삼이 있다’고 할 만큼 귀하게 여겼다. 생존력ㆍ번식능력이 뛰어난 식물이란 이유로 성기능이 약한 남성에게 추천된다. ‘동의보감’엔 “토사자는 정력을 증강시키고 기운을 북돋운다. 요통과 무릎이 시린 증상에 잘 듣고 소갈증(당뇨병) 환자가 수시로 마시면 좋다”는 대목이 나온다. 토사자는 음양곽ㆍ하수오와 함께 정력 증진을 위해 처방하는 대표적인 한약재다. 성기능 감퇴로 발기가 잘 안 되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소변을 지리거나(전립선비대증) 자기도 모르게 정액을 흘린다고(유정증) 호소하는 환자에게 강정제로 흔히 처방된다. 토사자는 국산이 최고다. 중국의 본초서인 ‘명의별록’에도 “조선의 냇가나 연못ㆍ밭ㆍ들판에서 나온다”고 했다.





사상자(蛇床子)는 미나리과(科)에 속하는 식물의 씨앗이다. 사상은 ‘뱀이 누워 자는 침상(寢床)’이란 뜻이다. 뱀 사(蛇)자, ‘눕다’는 ‘상(床)’자, 씨앗 자(子)자를 합친 식물명으로 ‘뱀도랏’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살모사가 이 풀 아래에 눕기를 좋아하고 그 씨앗을 즐겨 먹는다. 뱀이 선호해서 ‘뱀밥’이라고도 한다. 사상자의 성질이 따뜻해 냉혈 동물인 뱀이 따뜻한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사상의 씨를 즐긴다는 말도 민간에선 전해진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말린 사상자 씨론 사상자차, 열매론 사상자술을 만든다.


한방에선 음낭과 사타구니 주변의 습진을 ‘낭습증’(囊濕症)이라 한다. 사상자는 낭습증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식기능 강화와 불감증 치유 효과도 기대된다. 차전자(車前子)는 질경이의 씨앗이다. 질경이는 중국 한나라의 마무(馬武)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사막을 횡단하다가 마차 앞에서 발견했다는 ‘차전초’(車前草)와 같은 식물이다. 돼지 귀처럼 생긴 질경이는 마차나 차가 지나다니는 길가에서도 잘 자랄 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질경이의 어린잎은 대개 식용, 10월에 열리는 열매는 약용으로 이용한다.


차전자는 이뇨 효과가 있으며 설사를 멈추게 한다. 씨앗을 살짝 볶아서 쓰는 것이 좋다. 요즘 차전자는 차전자 껍질(차전자피) 덕분에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전자 껍질이 ‘만병의 근원’이란 변비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차전자 껍질엔 변비 예방 성분인 식이섬유가 100g당 72g이나 들어 있다. 차전자 껍질을 섭취할 때는 충분한 물로 내용물을 완전히 부풀린 후에 먹어야 한다. 물과 함께 섭취하면 장관 벽에 작용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며 장벽에 있는 불순물까지도 몸 밖으로 배설되도록 도와준다.





차전자 껍질은 포만감을 유발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장내 유익한 세균을 자극해 면역력을 높여준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지혈증 환자에게 이롭고 당분의 흡수를 지연시켜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돕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전자 껍질은 서울 약령시장(경동시장) 일대에서 ‘차전자 환’ 등의 형태로 구입할 수 있다. 일부 제약회사에선 차전자 껍질 성분이 든 변비약을 개발, 판매 중이다.


결명자(決明子)는 콩과 식물인 결명(決明)의 씨앗이다. 간(肝)을 맑게 하고 눈을 밝게 하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변(便)을 잘 통하게 하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결명(決明)은 ‘모든 눈병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별명이 눈동자를 회춘시킨다 하여 환동자(還瞳子), 천리를 볼 수 있다 하여 천리광(千里光)이다. ‘동의보감’엔 “결명자를 100일간 먹으면 밤에 촛불 없이도 사물을 볼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예부터 민간에서는 시력을 개선시키고 눈이 충혈 되거나 아플 때 결명자 섭취를 권장했다. 실명(失明)을 부르는 눈질환인 녹내장 예방식품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결명은 씨앗 뿐 아니라 잎도 눈 건강에 유익하다. 시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보리차 대신 결명자차를 마시게 하거나 결명의 잎을 나물로 무쳐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그래서다.





볶은 결명자를 물에 넣고 끓인 뒤 씨앗을 걸러내면 결명자차가 만들어진다. 한방에선 결명자차를 장복(長服)하면 청간(淸肝, 간을 깨끗이 함)하고 풍열로 인한 적안(赤眼)ㆍ야맹증, 습관성 변비ㆍ고혈압 예방에 좋다고 본다. 결명자는 성질이 차가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명자를 속이 냉(冷)한 사람이 먹으면 소화 장애나 설사가 동반될 수 있다. 성질이 차가운 만큼 볶아서 먹는 것이 좋다. 저혈압 환자가 먹으면 혈압이 더 떨어져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결명자를 베개 속에 넣고 자는 것도 유익하다. 두통을 완화하고 불면증을 해소하는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결명자를 속에 채운 베개는 중풍(뇌졸중)으로 오래 누워 지내는 사람에게도 권장된다.  결명자는 알맹이가 고르고 충실하며 황갈색이나 흑갈색을 띠는 것이 상품이다.





오자(구기자ㆍ복분자ㆍ오미자ㆍ토사자ㆍ사상자)를 함께 넣어 만든 차가 오자차다. 오자차를 만들려면 물 3ℓ에 오자(각 10g씩)를 모두 넣고 잠시 담가 둔 뒤 끓인다. 물이 끓어 오르면 불을 줄이고 약한 불에서 30분가량 더 끓이면 오자차가 완성된다. 자 재료를 건져내고 식혀서 하루에 한 두잔씩 공복에 마시면 좋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