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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여행 전 꼭 챙겨야 할 건강 체크 리스트





‘가정의 달’인 5월 가까운 곳에 조촐하게라도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국내든 국외든 여행에는 비상용 약과 체온계 준비가 필수다. 여행길에 아이가 아픈데도 곧바로 의료기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는 약을 제대로 먹여 증상을 잘 조절하고, 체온을 정확히 재서 상태를 확실히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영ㆍ유아를 동반한 여행에서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가족여행을 떠나기 전 어린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체온을 재는 방법을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보 부모가 여행 중 가장 잘못하기 쉬운 게 바로 아이가 열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발열 여부를 확인할 마땅한 도구가 없어 손으로 아이 이마를 만져보고는 열이 난다 안 난다를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약을 먹이거나 안 먹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느낌’만으로는 발열 여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예를 들어 부모 손이 찰 때 아이를 만지면 열이 없는데도 열이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간혹 열이 갑자기 심하게 나는 아이는 혈액순환이 안돼 몸이 싸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체온을 잴 때는 고막체온계나 전자체온계를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여행 길에 꼭 가방에 이런 체온계를 챙겨 갈 필요가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체온을 잴 수 있는 고막체온계가 다소 비싸지만 유용하게 쓰이는 편이다. 귓구멍에 살짝 넣어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아이가 자고 있더라도 깨우지 않고 발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체온을 재는 시점 역시 중요하다. 열이 난다 싶으면 그때 바로 재야 한다. 체온은 평소 환경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기 때문에 체온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단 뛰어 놀고 난 직후 재는 건 좋지 않다. 아이 몸에서 신진대사가 증가해 열이 없는데도 체온이 약간 상승할 수 있어서다. 체온을 잴 때 아이 몸에 땀이 나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땀이 난 상태에선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이 실제보다 낮게 나올 수 있다. 또 체온계에 땀이 묻으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눈금이 실제 수치보다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아이는 원래 어른보다 체온이 약간 높다.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서도 체온이 달라진다. 아이들의 체온은 보통 오전 6시 전후 가장 낮고, 오후 6시 전후 가장 높다. 1세 이하의 평균 체온은 약 37.5도, 3세 이하는 37.2도, 5세 이하는 37도다. 7살이 넘으면 36.6~37도로 어른과 비슷해진다. 아이의 평소 체온을 알고 있으면 열이 나는 건지 아닌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행 중 아이가 열이 나는데 당장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어린이용 해열제를 먹이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한 가지 성분의 어린이용 해열제는 생후 4개월부터 복용이 가능하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다시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열을 내리게 할 때는 일반적으로 어린이용 해열제 한 가지를 사용하고, 4~6시간 이내에 해열제를 재차 먹이지 않는 게 좋다. 해열제를 먹인지 30분이 지났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아이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준다. 만약 아이가 춥다고 하면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린이용 해열제는 대개 시럽 형태가 많다. 먹일 때 아이 머리를 약간 뒤로 젖혀주면 약이 기관지가 아니라 입으로 들어가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 누운 자세에서 상체만 살짝 든 채 시럽을 입 안으로 넣으면 자칫 약이 기관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자세는 피해야 한다. 물약도 마찬가지다. 단 시럽보다 묽은 형태의 물약은 먹이기 전 용기 안의 성분이 골고루 섞이도록 먼저 잘 흔들어줘야 한다. 정해진 양을 숟가락이나 작은 컵에 따라서 먹이고, 먹고 난 다음 약이 소량 남아 있다면 물을 타서 전량을 다 먹인다. 여행 길에 약을 정량 덜어 먹일 수 있도록 눈금이 새겨진 숟가락이나 약 계량용 작은 컵을 약과 함께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루약은 1회분 양을 물에 녹여 먹인다. 아이가 잘 먹지 않는다면 단맛이 나도록 설탕이나 요구르트를 조금 타서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간혹 가루약을 잘 먹게 하기 위해 우유나 주스에 타서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방법은 피해야 한다. 약의 특정 성분이 우유나 주스 성분과 만나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약을 탄 우유나 주스는 맛이 변하기 때문에 아이가 우유나 주스 자체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4세 정도 되면 크기가 작은 알약이나 캡슐 형태의 약을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주는 것도 괜찮다. 알약을 처음 먹일 때는 아이가 물만 삼키고 알약을 넘기지 못해 입 속에 약이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땐 알약을 혀의 뒤쪽에 놓아주면 아이가 좀더 쉽게 삼킬 수 있다. 여러 번 시도해도 알약을 잘 먹지 못하면 무리하진 않는 게 좋다. 간혹 아이가 약을 먹다 토할 때가 있다. 만약 약을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면 다시 먹이면 된다. 하지만 약을 먹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라면 약이 이미 몸에 흡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다시 먹여야 할 필요는 없다.


아이 입장에서는 식사가 아닌 약을 먹는다는 게 낯설고 겁나는 일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약 복용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차근차근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도움말: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안정미 인제대 상계백병원 약제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