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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먹었지만 살이 빠지는 ‘마인드풀 이팅’




식습관과 체중,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히려는 여러 연구 중에서도 최근 들어 연구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주제가 하나 있다. 한국어로 ‘마음챙김 먹기’ ‘마음이 있는 먹기’ ‘먹기 명상’ 등으로 번역되는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이 그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인드풀 이팅이란 음식의 색깔과 냄새, 질감을 충분히 감상하고 음미하면서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하는 먹기를 뜻한다. 마인드풀 이팅을 하려면 음식을 먹으면서 TV나 책,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봐서는 안 된다. 업무용 책상 앞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것도 마인드풀 이팅이 아니다.



마인드풀 이팅에 관한 최신의 실험 결과는 지난 5월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개최된 ‘비만에 관한 유럽 의회’에서 발표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캐롤린 던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일반인 참가자 80명을 상대로 15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80명 중 42명을 실험군으로 선정해 15주 동안 마인드풀 이팅을 하도록 했다. 실험군에는 ‘초콜릿 케이크, 치킨처럼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괜찮지만 음식의 맛과 향에 집중하며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지침을 줬다. 나머지 38명의 대조군에는 별다른 행동 방침을 주지 않고 ‘실험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알렸다. 



15주가 지난 후 체중을 측정한 결과 실험군은 평균 1.9㎏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단을 제한하지 않았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실험군 참가자의 75%는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도 겪지 않았다. (대조군은 체중 0.3㎏이 줄었는데 이는 대조군 참가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마인드풀 이팅이 신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켜 체중 감량을 일으켰는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다만 마인드풀 이팅의 방법으로 음식을 먹을 경우 식욕이 금세 충족돼 과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던 교수는 “음식의 맛과 냄새, 음식을 먹고 있는 목적을 확실히 인식하고 먹는다면 한두 입을 먹는 것만으로도 음식 먹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 보고서는 마인드풀 이팅의 체중 감량 효과가 소화 작용이 일어나는 기전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화는 소화기관과 신경계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뇌가 소화기관의 신호를 전달 받아 포만감을 느끼기까지 약 20분이 걸린다. 


음식을 너무 빨리 먹는다면 과식을 한 후에야 뇌가 포만감을 느끼고 ‘음식 섭취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우리 몸에 내린다. 운전이나 일을 하면서 먹거나 TV, 책,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어도 뇌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바빠 포만감 신호를 전달 받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이는 과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인드풀 이팅과 체중 감량의 상관관계를 의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 몇 건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가 끝나면 마인드풀 이팅의 효과를 지금보다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하버드 의대 보고서는 마인드풀 이팅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타이머를 20분으로 설정하고 20분에 걸쳐 천천히 식사하도록 한다.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숟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하면 천천히 먹는 데 도움이 된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 왼손잡이라면 오른손으로 먹어 본다. 


한 번 먹을 때 조금씩 깨물고 오래 씹어야 한다. 먹으면서 이 음식의 원재료가 어디에서 재배돼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식탁 위에 올라왔을 지 상상하는 것도 좋다. 


식사 시간이 아닌 때에 냉장고 문을 열고 있다면 정말로 배고픈 것인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잠깐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집안 정리를 하면서 간식 생각을 잊어버리도록 한다. 그런 후에도 허기가 느껴진다면 그 때 간식을 먹어도 늦지 않는다.



<글/ 최희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