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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천천히 먹는 습관, 질병 위험 낮춘다




어느덧 다시 연말이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연중 마지막 달 한겨울에 접어들었다. 


이럴 때 자칫 바쁜 일과에 치이다 보면 식사마저 무엇인가에 쫓기는 기분으로 급하게 해치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식탁이 아닌 책상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며 음식을 먹거나, 이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서 한 끼를 간신히 때우는 날도 있다. 


밥을 빨리 먹는다는 것은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빠른 속도로 밥을 먹는 게 평소 습관인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에서 밥을 빨리 먹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됐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은 심장질환과 당뇨, 뇌졸중 등의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논문들이다. 


일본 히로시마대학 연구진은 남자 642명과 여자 441명의 식사 습관과 건강과의 관계를 5년에 걸쳐 추적 조사했다. 


연구진이 이들을 밥을 천천히 먹는 그룹과 보통 속도로 먹는 그룹, 빨리 먹는 그룹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밥을 빨리 먹는 사람들은 대사증후군이 발병할 위험이 11.6% 더 높았다. 


이 연구에서 대사증후군은 비만이나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당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됐다.



밥을 빨리 먹는 게 몸에 무리를 주는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음식을 빨리 섭취하면 음식으로 위를 채우는 속도와 내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다. 


음식이 몸속으로 들어가 위를 팽창시키고 소화 작용에 관련된 호르몬이 뇌에 도달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15~20분이 걸린다. 식사가 5분 만에 끝나버린다면 내 위장이 충분한 음식을 섭취했어도 뇌는 아직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사람은 실제로 필요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음식으로 섭취할 가능성이 높고, 이런 식사 습관이 반복되면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일본에서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는 음식을 빨리, 배가 부를 때까지 먹는 사람들은 천천히 먹는 사람보다 과체중일 가능성이 3배라는 점을 확인했다. 


빨리 먹는 사람은 위산이 역류하는 경우도 더 잦았다. 한 끼 600㎉를 섭취하는 성인 10명을 관찰해보니 5분 안에 식사를 마친 사람은 위산이 12.5차례 역류했지만 30분 동안 먹은 사람은 위산 역류가 8.5회에 그쳤다.

 


중국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음식을 입에 넣고 40번 씹을 경우 15번 씹을 때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30명에게 파스타 한 접시를 주고 한 어느 실험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9분 안에 식사를 끝내도록 했을 때는 649㎉에 해당되는 양의 파스타를 먹었지만, 음식을 오래 씹으며 20분 동안 먹으라고 주문했을 때는 칼로리 섭취량이 579㎉로 감소했다.



음식 먹는 속도를 늦추려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함께 밥 먹는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도록 한다. 한 입을 삼킨 뒤 대화하고, 또 한 입을 먹은 뒤 이야기하는 것이다.


식탁에 함께 앉은 사람 중 먹는 속도가 가장 느린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의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가 너무 고픈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허겁지겁 빨리 먹게 된다. 굶주린 상태로 음식 앞에 앉지 않도록 한다. 식사 전에 틈틈이 물을 마셔 공복감을 달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