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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수막구균 백신 접종 하는 게 좋을까?




“우리나라는 왜 수막구균 예방접종을 하지 않나요?” 


수막구균이 뭔지, 국내에서 예방접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처럼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리거나, 해외에 자녀를 유학 보낼 때 들어볼 수 있는 게 바로 수막구균 백신이다. 


국제행사가 열리면 다양한 병원균을 보유한 사람들 자체가 위험 요인인데, 평소엔 국내에 드문 질환이지만, 발병할 경우 위험성은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로 여기지 않는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어떤 나라에선 필수라는 걸 알게 되면 새삼스럽게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할까? 



수막구균은 수막염, 패혈증 등 급성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수막구균에 의한 수막염의 증상은 열이 나고 두통이 있는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패혈증 역시 심하면 24시간 만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발병하면 항생제 치료를 하는데, 치료를 받아도 사망률이 15%에 이르고 뇌 손상, 실명 등 합병증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막구균 예방접종은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지 않다. 뇌수막염이 영유아에겐 치명적이고, 뇌수막염 백신을 모두 맞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은 놀랄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통 뇌수막염 백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b)에 의한 수막염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같은 수막염이기는 해도, 수막구균에 의한 수막염은 이 백신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 


수막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또 있는데 바로 폐렴구균이다. 이는 폐렴 백신으로 불리는 PCV 접종으로 예방한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수막염 예방을 위해 Hb와 폐렴구균에 대해서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수막구균 백신 접종(Meningococcal vaccine)이 필수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은 MMR(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와 TD(디프테리아, 파상풍), 수두, 결핵, B형 간염과 A형 간염 등으로 국가 예방접종 시스템을 갖춘 다른 나라들과 대부분 공통되지만 유독 수막구균 접종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나라로 유학을 가게 될 경우 부모들이 “이게 뭐지?”라며 낯설어하는 게 바로 수막구균 예방접종이다. 


국내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떼어가면 유학 간 현지에서 또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지만, 수막구균 백신은 국내에서 별도로 예방주사를 맞거나 유학을 간 현지 국가에서 맞아야 한다. 


이 나라들이라고 해서 수막구균 감염질환 발병률이 높은 것도 아니나(높은 나라는 아프리카 일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발병 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9학년 학생에 대한 Tdap와 수막구균 백신 접종 시행을 설명하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안내문.

부모 동의를 받아 무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캐나다에서는 생후 2개월과 12개월 영유아에 대해 가장 흔한 C형 수막구균을 예방하는 백신(Men-C)을 접종하고, 9학년(만 14세) 학생 전원에게 A, C, Y, W-135형의 4가지 수막구균을 예방하는 결합 백신(Men-ACYW-135)을 접종한다.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의 목적으로 무상으로 맞을 수 있다. 수막구균 감염질환이 영유아나 10~2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이들이 접종 대상이다. 


B형 수막구균 백신도 있지만, 필수는 아니고 고위험군에만 접종을 권고한다. 


미국은 수막구균 결합 백신을 11~12세에 접종하고 16세에 추가 접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B형 수막구균 백신도 16~18세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반면 영유아에 대해서는 고위험군에만 예방접종을 권한다. 



국내에서도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의사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극히 낮은 국내 발병률을 고려하면 굳이 이를 필수 접종에 포함할 필요는 없다는 게 우리 보건당국의 입장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수막구균에 의한 수막염 발생 사례는 2014년 5명, 2013년 4명 등으로 극히 드물다. 그래서 보체결핍증 등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사람, 군에 입대하는 신병, 수막구균을 다루는 임상병리 미생물 담당자 등 고위험군에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모든 영유아와 청소년에게 예방접종을 의무화하기에는 비용과 예방 효과 면에서 아직 필요성이 낮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