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 중 그 인식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지방일 것이다. 지방이란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할 절대악처럼 취급되고 식물성 지방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마가린과 같은 식물성 경화유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올리브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등 일명 ‘착한 기름’은 명절 선물시장을 장악한다. 동물성 지방도 적당량 먹는 것이 좋다고 권고된다. 무지방 우유가 더 나쁘다는 연구도 알려졌다.
이처럼 지방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크게 늘어나면서 복잡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중 뭘 먹고 뭘 피해야 할까? 단일 불포화지방산과 다가 불포화지방산 등의 균형 섭취가 필요하다는 건 무슨 뜻일까?
결국 어떤 기름을 먹으면 좋은지 다양한 연구결과를 종합해 지방 섭취에 대한 정보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에 비추어 어떤 지방 섭취에 주의해야 할지를 살펴보자.
동물성 지방
절대악 아니다
한때 ‘순 식물성’이라는 문구가 마가린 광고의 핵심이 된 것은, 동물성 지방이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동맥경화가 발병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포화지방산 과다로 인한 것이다.
포화/불포화 지방산이란 지방을 이루는 지방산의 탄소 사슬에 수소가 모두 결합돼 있느냐(포화) 수소 결합 없이 탄소끼리 이중결합을 이룬 사슬이 있느냐(불포화)는 분자구조에 따른 구분이다.
흔히 포화지방산은 육류에 많아 동물성 지방, 불포화지방은 곡물과 과일 등에 많아 식물성 지방으로 통하는데, 팜유나 코코넛유처럼 식물성이면서 포화지방산이 많은 예외도 있다.
포화지방은 안정적이고 상온에서 고체 상태이며,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고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산패(변질)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동물성 지방은 더 이상 최악의 기피 대상으로 꼽히지 않는다. 포화지방보다 더 해로운 것이 트랜스지방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탓이다. 포화지방도 체내에서 세포막 구성, 지방 대사 등 본연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지만 않게 먹어줘야 한다.
포화지방산은 하루 섭취 열량의 7% (하루 2,000㎉를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15g) 이내로 섭취하도록 권고된다.
2013년 질병관리본부 건강영양조사과가 1세 이상 남녀 7,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포화지방산 섭취량은 하루 평균14.3g(35%)으로 권고량 한도 수준이다. 최악의 비만국가로 알려진 미국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남성의 섭취량은 16.6g 이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은 소고기가 첫손 꼽히나 한국인의 포화지방 섭취는 돼지고기 사랑(19.4%)에서 비롯된다. 우유(10.5%), 라면(7.1%), 소고기(6.1%)도 무시 못할 포화지방산 공급원이다.
트랜스지방
“안 먹을수록 좋다”
트랜스지방이란 액체인 불포화지방을 동물성 지방처럼, 즉 운송이 쉽고 변질이 잘 안되는 고체 기름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수소를 첨가해 만든 지방이다. 마가린, 쇼트닝이 그 예다.
인공 지방은 체내에서 별 기능 없이 지방세포에 축적돼 체중을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춰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며, 대장암 유방암 당뇨와도 관련이 있다는 점 등 그 해악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트랜스지방 섭취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명쾌하다. “안 먹을수록 좋다”. 포화지방과 달리 트랜스지방은 득 되는 일 없이 해만 된다.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1%(성인 2.2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이조차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트랜스지방 제로 섭취’는 가능한 일일까? 마가린은 버터에 판매대 자리를 다시 내주었지만, 마가린만 피했다고 끝이 아니다. 쿠키 머핀 등 제과제빵류, 감자칩 등 스낵, 초콜릿 가공 과자, 새우튀김이나 스프링롤 등 튀김요리와 냉동식품에 흔히 트랜스지방이 포함된다.
제조 유통의 이점과 함께 바삭하고 고소한 맛까지 내주는 트랜스지방은 식품업체로선 포기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우리나라 정부도 세계보건기구의 트랜스지방 저감화 기조를 발 빠르게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식품 겉포장 영양성분표에서 트랜스지방 함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일회 섭취량 기준 트랜스지방 함량이 0.2g 미만이면 ‘트랜스지방 0’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이다. 때문에 트랜스지방을 안 먹었다고 생각해도 실제 섭취량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결국 가공식품과 튀김요리를 될수록 덜먹는 게 트랜스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튀김 요리 중 높은 온도에서 튀겼거나 오래된 기름을 사용할수록 트랜스지방이 많이 생성된다. 맛있는 음식일수록 한번쯤 트랜스지방 함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챙겨 먹어야 하는 “들기름”
포화지방산은 적당량을 섭취하고, 트랜스지방은 가급적 안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불포화지방산 섭취방법은 알수록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불포화지방산은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를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섭취가 권장된다.
그런데 불포화지방산에는 단일 불포화지방산과 다가 불포화지방산이 있고, 다가 불포화지방산에는 다시 오메가-3 지방산 종류와 오메가-6 지방산 종류가 있다. 그리고 그 섭취량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단일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산화에 강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단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식물성 기름이 올리브유다. 카놀라유도 마찬가지다. 그 효용이 널리 알려지면서 올리브유나 카놀라유를 일부러 찾아 먹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사실 돼지고기와 식용유(콩기름)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일 불포화지방산 섭취가 부족한 편은 아니다.
위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단일 불포화지방산을 하루 평균 15.2g(37%) 섭취하는데 5분의 1이 돼지고기를 통해서다. 또 함량이 높지는 않아도 콩기름, 해바라기씨유를 통해 단일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꼭 값비싼 올리브유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고지혈증 환자들이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다가 불포화지방산 섭취가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대개 불포화지방산은 중성지방을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높은데, 체내 합성이 안 돼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산화에 취약해 과다하게 섭취하면 역시 심혈관질환에 나쁜 영향을 준다.
다가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할 때는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섭취 비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두 지방산이 염증반응에서 서로 맞물리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적정 섭취 비중으로 한국영양학회는 오메가-3 : 오메가-6를 1 : 4~10 정도로 폭넓게 권고한다. 보다 적극적인 전문가들은 1 : 1~4로 오메가-3 섭취를 늘리도록 권고한다.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에 11.5g(28%)의 다가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며, 오메가-3(1.58g)와 오메가-6(10g)섭취 비중은 약 1 : 6이다. 생각만큼 심각한 불균형은 아니나 오메가-3 지방산 섭취가 여전히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오메가-3 지방산 공급원이 있으니 바로 들기름이다. 들기름의 61.3%가 오메가-3 지방산이다. 등 푸른 생선도 잊어선 안 된다. 오메가-6 지방산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콩기름, 옥수수유, 참기름,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등에 많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섭취할 수 있다.
트랜스지방은 피하고, 동물성 기름은 적당히, 들기름과 등 푸른 생선은 의식적으로 먹는 것이 건강한 지방을 섭취하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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