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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풍어와 제철을 맞은 웰빙 수산물 갈치



최근 해양수산부가 꽃게와 함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것이 올해 풍어를 맞은 갈치이다. 5~12월에 주로 잡히지만 맛은 가을ㆍ겨울에 건진 놈이 훨씬 낫다. 봄ㆍ여름에 산란을 마친 갈치는 겨울을 대비해 늦가을까지 엄청 먹어댄다. 요맘때 잡은 놈의 살이 통통하고 기름이 자르르한 것은 그래서다.


특히 줄 낚시를 통해 건져 올린 것이 맛있다. 올라오는 동안 갈치가 몸부림을 치는데 이때 갈치의 당분인 글리코겐이 분해되는 해당(解糖)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인 김용관에게 갈치는 ‘은빛 옷 입은 바다의 신사’다. 수산물 전문가인 황선도 박사에겐 ‘섹시한 은백의 밸리댄서’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에겐 ‘군대어’(裙帶魚)다.



갈치는 농어목에 속하는 바다 생선이다. 다 자라면 길이가 1∼1.5m에 달한다. 몸이 긴 칼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자어론 도어((刀魚)다. 신라시대엔 칼을 ‘갈’이라 불렀다. 전남에선 칼치다. 영어명은 머리카락 같은 꼬리를 가졌다고 해서 헤어 테일(hair tail)이다. 새끼는 풀치라 한다.


날렵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이다. 음식을 양껏 먹어도 불러 오르지 않는 배를 ‘갈치배’라 한다.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모로 자는 잠이 ‘갈치잠’(칼잠이라고도 한다)이다. 하나같이 갈치의 몸매를 빗댄 표현이다.


갈치는 세 가지 남다른 특성을 보인다. '모성 본능'ㆍ'건치(健齒)'ㆍ'서서 헤엄치기'이다. 암컷은 산란한 뒤 먹이도 먹지 않고 자신의 알을 보호한다.


모성애가 지극한 생선으로 통하는 것은 그래서다. 갈치는 강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 여차하면 살을 벤다.


껍데기가 단단한 것은 절대 먹지 않을 정도로 이빨을 끔찍이 챙긴다. 몸을 꼿꼿이 세운 채 꼬리까지 뻗쳐 있는 등지느러미로 헤엄친다. 곧게 선 상태로 잠도 자기 때문에 일본에선 별명이 ‘서 있는 물고기’다.


갈치는 육식성 어류다. 식욕이 왕성해 멸치ㆍ오징어ㆍ새우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굶주리면 제 꼬리, 남의 꼬리 가리지 않는다. 요즘도 친한 사람이 서로 해치면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고 표현한다. 갈치를 갈치 낚시 미끼로 쓰는 것은 그래서다.


갈치는 크게 은갈치(비단 갈치)와 먹갈치로 나뉜다. 제주도 특산인 은갈치는 대개 낚시로 잡는다. 목포를 중심으로 서ㆍ남해안이 주산지인 먹갈치는 대개 그물로 잡아 올린다.


은갈치가 온몸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것과는 달리 먹갈치는 지느러미부터 몸통 위쪽이 먹물 묻은 것처럼 검정물이 들어 있다.


은빛이 나는 큰 갈치를 그냥 은갈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맛 좋고 값싼 갈치자반’이란 옛말이 있듯이 갈치는 오랫동안 서민의 친구였다. 어쩌면 갈치는 전 세계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생선 좋아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도 갈치와 생태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올해는 갈치를 싸게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갈치 어획량 급증에 따라 갈치의 산지가격이 크게 하락해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 관측센터에 따르면 7월 제주갈치의 산지 가격이 전년보다 거의 40%나 폭락했다.


갈치는 흰 살 생선에 속한다. 다른 흰 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맛이 담백하다. 보통의 흰 살 생선에 비해 지방 함량(100g당 7.5g)이 높은 편이다.


특히 꼬리 부위와 뱃살(가운데 토막)에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므로 고혈압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갈치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18.5g인 고단백 식품이다. 특히 껍질엔 콜라겐ㆍ엘라스틴 등 피부 건강에 이로운 단백질이 풍부해 피부 노화가 고민인 사람이라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어린이용 식품으로도 훌륭하다. 어린 아이의 성장을 돕고 우리의 주식인 쌀밥에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서다.


한방에선 갈치를 오장 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특히 위장을 따뜻하게 하는 생선으로 친다.

갈치는 일반적으로 산성 식품으로 분류된다. 칼슘보다 인의 함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갈치를 먹을 때 알칼리성 식품인 채소를 필히 곁들이는 것이 좋다.


갓 잡은 갈치의 몸 표면을 덮고 있는 것은 은색 비늘이 아니라 구아닌이라고 하는 은백색 색소다. 구아닌은 인공 진주의 광택 원료나 립스틱ㆍ매니큐어 성분으로 사용된다.


영양가가 없고 소화도 안 된다. 구아닌은 독성이 있어 섭취하면 복통ㆍ설사ㆍ두드러기 등을 일으킨다. 배에서 갓 잡은 갈치를 회로 뜰 때 먼저 표면을 호박잎이나 수세미로 문지르는 것은 구아닌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아니사키스'란 고래 회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방어ㆍ고등어 등 붉은 살 생선보다는 기생충 감염 위험이 적고 갈치는 대개 가열 조리해 먹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대로 된 갈치조림을 맛보려면 싱싱한 국산 갈치와 함께 무ㆍ감자ㆍ묵은지 등 부재료, 마늘ㆍ고춧가루 등 양념이 필요하다. 말캉한 무, 간이 밴 감자, 구수하고 칼칼한 묵은 지는 갈치조림의 맛을 더 살려준다.


무 껍질엔 소화효소와 비타민 C가 많아서 껍질째 요리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 마늘ㆍ고춧가루는 비린내를 잡아주기도 하지만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