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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또 잊어버렸네”…젊은 건망증 원인 이유




"혹시 나 치매 아닌가?"


평소 자주 깜빡깜빡하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음직 하다. 대부분은 단순히 피곤해서, 너무 바빠서 아니면 평소 건망증이 좀 있어서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다 보면 뇌도 과부하가 걸린다. 그러면 뇌에 저장돼 있던 기억을 꺼내는 과정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걸 전문가들도 건망증이라고 부르는데, 엄격히 말하면 병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처럼 건망증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그런데 한창 젊은 나이인 20~30대에 건망증이 유독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영츠하이머’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젊다는 뜻의 영어 단어 ‘영(young)’과 치매를 의미하는 ‘알츠하이머(Alzheimer)’가 합쳐진 말이다.


나이는 젊은데도 기억을 잃어버리는 치매에 걸린 것처럼 건망증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엔 자신의 평소 생활 습관이나 어릴 때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츠하이머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최근 들어 젊은 층의 건망증이 많아진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가 정보기술(IT)의 영향을 꼽는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용 전자기기가 보편화하면서 사람의 뇌 대신 이런 기기가 정보를 기억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나 주소, 생일 등 소소한 내용까지 모두 뇌가 아닌 전자기기에 저장된다. 간단한 계산마저 스마트폰으로 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전자기기에 점점 의존하게 됐다.


특히 아주 어릴 때부터 휴대전화를 접하고 자란 젊은 세대는 전자기기 의존도가 기성세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기억력 감퇴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처럼 전자기기 과의존에 따른 건망증을 피하려면 기억해야 할 간단한 것들은 되도록 기기에 저장하지 말고 직접 암기하거나 메모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빈도를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젊은이들의 건망증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술도 빼놓을 수 없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인 해마가 기능이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마비될 수 있다. 일정 시간 동안의 단기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음 다음 날 음주하던 시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필름 끊김’ 현상이 나타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그저 과음 탓을 하며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젊을 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건망증뿐 아니라 나중에 치매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술이 간뿐 아니라 뇌 역시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신경계가 비타민을 흡수하는 걸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한 감정이 건망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건강한 보통 사람의 뇌는 계속해서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지만,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의 뇌에선 사고의 흐름이 단조로워지고 인지 기능이 효율적으로 발휘되지 못한다. 


기억력이나 집중력 감소가 일시적이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자신에게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간혹 건망증이 심해 공부나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주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직장을 다니면서 여러 차례 같은 실수를 반복해 상사나 동료들에게 자꾸 지적을 받는 사람이 학창시절에도 숙제나 준비물을 잊어버렸던 경험이 많은 식이다.


이럴 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의심해볼 수도 있다. ADHD는 대개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겪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자의 상당수가 성인이 된 다음에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ADHD 환자가 꼭 지능이 낮은 건 아니다. 지능이 정상적이어도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인지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건망증이 심하거나 부주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부주의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왔는데 성인이 돼서도 건망증이 심하다고 느낀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도움: 을지대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