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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고혈압과 당뇨병, 유전자와 환경의 부조화




고혈압과 당뇨병 인구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의 유병률은 30세 이상 인구의 30%에 이르고, 당뇨병도 15%나 된다. 60세 이상 인구에서는 고혈압은 50% 이상, 당뇨병은 30% 이상이 된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혈압과 당뇨병의 합병증은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되었다.과거에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이렇게까지 흔하지는 않았다. 40년 전인 1970년대 초에는 우리나라의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이 약 1.5%로 지금의 1/10에 불과했다.


그 이전에는 그보다 더 적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필자의 스승님이 의과대학생이었을 당시에 대학병원에도 당뇨병 환자가 입원한 경우는 드물어서 처음으로 당뇨병 환자가 입원한 날 “자, 여러분 우리 병원에도 드디어 당뇨병 환자가 입원했습니다. 모두 모이세요”라고 집담회를 소집할 정도였다고 한다.




수렵과 채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구석기시대에는 항상 음식이 부족했으며 사냥을 위해 활동량은 많아서 인류는 비만해질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음식이 생기면 굶주림에 대비하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 지방으로 비축해둬야 했다. 우리 몸의 유전자는 그런 환경에 맞게 적응되었다.


오늘날 현대인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고 과거보다 많이 움직이지도 않기에 쉽게 비만해지고 당뇨병에 걸리게 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또한 치명적인 탈수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사냥을 위해 뛰어다녀야 했기에 땀을 흘리면 탈수 위험이 더 커져서 물과 소금을 충분히 비축하도록 호르몬을 분비하는 유전자가 개발되었다. 오늘날은 과거보다 쉽게 소금과 물을 구할 수 있고 필요 이상의 소금을 섭취하게 되어 고혈압도 증가하게 되었다.


당뇨병, 고혈압

현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 질병들은 과거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었던 굶주림, 탈수를 피하기 위해 개발된 유전인자들이 지난 200년 동안 변화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부적응 기제로 작용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환경의 변화를 유전자의 변화가 따라갈 수 없어서 발생한 현상이다.



먹을 것이 풍족해지고 덜 움직여도 되는 환경 변화는 불과 백 년~수십 년 사이에 일어났지만, 유전자 변화는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 한 수만 년~수십만 년이 걸린다. 환경과 유전자의 부적응으로 인한 질병이 앞으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구석기시대에는 우리의 생존력을 향상시켜 주었을 유전자이지만, 지난 1~2백 년 사이의 급속한 환경의 변화에 그 유전자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함으로써 생긴 각종 질병을 극복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 방법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함께 적용해 나갈 수 있다.



첫 번째,

생활 습관을 구석기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다.



유전자에 맞게 환경을 바꾸는 방식이다. 더 적게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과거에는 없었을 담배도 피우지 말고 술도 더 적게 마신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것은 부분적 성공만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 몸은 가급적 많은 음식을 섭취하려고 하고 덜 움직이려 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체중 감소와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극히 일부는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한다.


개인적인 노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회적으로도 뒷받침해 준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식품 산업에 대한 규제와 각종 무료 운동 시설을 많이 만드는 등의 노력들이다.



두 번째,

바뀐 환경에 맞게

생존력을 향상시켜 주도록

유전자 치료를 하는 것이다.



비만을 유발하는 유전자나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이로운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진화를 유도한다.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방면의 지식도 축적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준은 아니다. 한두 가지 유전자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더 복잡한 문제이다. 하지만 좀 더 미래에는 가능한 기술이다.



세 번째,

그 중간 단계로

의료 기술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현재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검증되지 못한 대체의학에 의존하지 말고 엄격하게 유익함이 입증된 의학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하여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몇 가지 약물이 있다. 수술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과 고혈압도 적절한 약물치료와 시술로 합병증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부작용과 효과를 잘 저울질하여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점점 더 좋은 방법들이 나오고 있다. 개인별로 맞춤 치료가 가능하도록 정밀 의학이 발전하고 있다.



현대의 만성질환들은 전염병처럼 하나의 원인과 치료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 인자들이 관여하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병과 뇌졸중, 콩팥병, 비만처럼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질병 하나만 특정 약물로 치료하려고 시도하여서는 안 된다. 환경과 습관을 고려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개개의 질병마다 특정 전문의에게 의존하는 것보다 자신의 주치의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