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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 저장강박




무엇이든 버리지 못하고 집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용 여부에 상관없이 저장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증상을 ‘저장강박’이라고 부른다.


2014년 ‘포천 빌라 살인 사건’에서도 범인은 2구의 시신을 집에 그대로 보관했는데, 역시 저장강박 증세였다. 범인의 집에는 시신 외에도 각종 쓰레기와 쓰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런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집에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울의 자치구들은 ‘저장강박’ 매뉴얼을 만들 정도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나 등장할법한 이야기 같지만 아주 예외적인 얘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저장장애라는 단어는 미국 정신장애 분류체계(DSM-5)에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저장장애를 일반적인 강박처럼 질병으로 바로 진단할 수는 없다. 보통 저장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우울증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물건을 쌓아두고 버리지 못하는 행위 자체만을 두고 병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장강박의 경우 외부에서 쉽게 개입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주거 공간 안에서 강박이 나타나는데 타인에게 위협이 된다거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오래 방치한 물건에서 악취가 발생하거나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면 주변 이웃들의 주거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도 최근에는 매뉴얼 등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장강박을 겪는 경우 중에서 동물의 사체를 오래 방치하는 등 물건 이외의 대상에 강박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



저장강박을 겪는 사람들은 본인의 물건을 타인이 치우는 것에 대해 극도의 불안과 함께 거부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일시적으로 치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강박 자체가 그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을 때 엄청난 상실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또다시 비어있는 공간에 자신의 물건을 쌓아두게 되는 경우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의료진들은 특히 저장장애가 우울증이나 조현병, 치매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박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큰 위해가 올 것이라고 느끼는 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물건들이 사라지면 집 천정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 등이다. 또 이웃과의 교류가 단절된 경우에도 이런 저장강박이 쉽게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고립됐다는 소외감에 저장강박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혼자서는 ‘쓰레기 집’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평소에는 그러지 않다가 저장강박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치매 환자의 경우 물건에 대해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이를 자신의 집에 모두 쌓아두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장강박이 심해지기 전에 심리치료 상담이나 의료진으로부터의 조언을 통해 이웃의 골칫덩이가 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