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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웰빙식품으로 급부상한 해외파 견과류





견과류는 최근 들어 소비자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 식품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20여년 전만해도 견과류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고칼로리ㆍ고지방 식품이란 이유에서다. 밤ㆍ대추를 제외한 대부분의 견과류는 열량이 100g당 평균 550㎉, 지방 함량이 50∼70g에 달한다.


미국에선 “호두(견과류의 일종)와 연어 중 어떤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한가?”를 놓고 논쟁을 벌일 만큼 견과류는 요즘 웰빙식품으로 급부상했다. 견과류 속의 지방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견과류는 밤ㆍ호두ㆍ잣ㆍ은행ㆍ땅콩 등 겉이 딱딱한 식물을 가리킨다. 밤ㆍ잣ㆍ은행 등이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견과류라면 아몬드ㆍ피스타치오ㆍ피칸ㆍ마카다미아넛ㆍ브라질넛ㆍ헤이즐넛ㆍ캐슈넛 등은 ‘해외파’ 견과류다.


이중 아몬드는 미국영양협회가 선정한 ‘콜레스테롤 관리에 유익한 5대 식품’에 오트밀ㆍ등 푸른 생선ㆍ적포도주ㆍ콩과 함께 포함됐다.


2003년 미국 FDA(식품의약청)는 아몬드 제품 라벨에 “확실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이라고 전제한 뒤 “아몬드를 비롯한 견과류를 매일 1.5 온스(약 34개)씩 섭취하면 심장질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건강강조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몬드가 심장 건강에 유익한 것은 아몬드 지방의 대부분이 혈관 건강을 돕는 불포화 지방이기 때문이다. 아몬드의 불포화 지방 비율이 높다는 것이 항상 장점인 것은 아니다. 기름을 사용해 아몬드를 볶으면 아몬드의 불포화 지방 상당량이 포화 지방으로 바뀐다.


불포화 지방은 공기 중에서 포화지방보다 훨씬 빨리 산화(산패)된다. 아몬드의 보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아몬드는 냉장고에 넣어 둘 필요는 없지만 밀폐 용기에 담아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두는 것이 최선이다. 향신료(마늘ㆍ고춧가루ㆍ후추 등)나 건어물 등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식품과 함께 보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냄새를 흡수할 뿐 아니라 아몬드의 산패가 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몬드는 열량이 높다. 100g당 열량이 598㎉(조미한 것은 779㎉)에 달한다. 하루 두 줌 이상 섭취는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몬드가 포만감을 금세 느끼게 하여 다른 식품들의 섭취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아몬드는 껍질째 먹는 것이 최선이다. 껍질에 항산화 성분(활성산소 제거)인 카테킨 등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몬드 한 줌엔 녹차 한잔이나 익힌 브로콜리 반 컵에 든 것과 비슷한 양의 플라보노이드가 들어 있다.



피스타치오(pistachio)도 서양에선 체중과 혈압을 내려주는 식품으로 통한다. 중국에선 개심과(開心果)라고 부른다. ‘웃음 열매’라는 뜻이다. 딱 벌어진 껍데기 모양이 마치 웃는 얼굴의 모습과 닮았다고 본 것 같다.


여느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피스타치오도 ‘지방 덩어리’다. 100g당 지방 함량이 44.9g에 달한다. 지방은 1g당 9㎉의 열량을 내므로 피스타치오가 고칼로리 식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서구에선 ‘날씬한 견과류’(skinny nut)로 통한다. 마른 체형을 갖는데 유효한 열매란 뜻이다.


100g당 열량이 557㎉이나 되지만 금세 포만감을 안겨 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한다. 미국 농무부(USDA)는 피스타치오를 하루에 30g(열매 약 49개) 이하 섭취할 것을 권했다.  



지방의 72% 가량이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라는 것도 피스타치오의 영양상 장점이다. 피스타치오엔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파이토스테롤(식물성 스테롤), 혈압을 내려주는 미네랄인 칼륨ㆍ마그네슘이 모두 풍부하다.


고단백 식품이란 사실도 피스타치오의 강점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20.6g으로 같은 무게의 쇠고기 등심(20.1g) 수준이다. 칼륨ㆍ마그네슘 등 미네랄과 비타민 B군ㆍ비타민 E(항산화 효과) 등 비타민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피스타치오는 맛이 담백해서 소금 간 없이도 즐길 수 있다. 소금ㆍ후추 등 향신료를 살짝 뿌려 먹어도 괜찮다. 껍데기 유무와 상관없이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냉장실에선 3개월, 냉동실에선 6개월 간 신선함이 유지된다. 



헤이즐넛(Hazelnuts)은 개암나무의 열매이다. 모양은 도토리와 비슷하며 고소하고 달콤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다. 옛날 중국의 조정에선 신하가 황제 앞으로 나아갈 때 개암으로 입 냄새를 없앴다고 한다. 중국에선 개암을 하늘에서 내려온 식물로 여겨 고급 음식에 사용했다. 혹부리 영감이 개암나무 열매를 깨무는 소리에 도깨비들이 도망갔다는 옛 이야기도 유명하다.


초콜릿을 먹다보면 초콜릿 속에 아몬드도 들어 있지만 모양이 둥글고 고소한 맛이 나는 열매가 씹히는데 이것이 헤이즐넛이다. 아몬드ㆍ호두ㆍ캐슈넛과 함께 4대 견과류에 속하며 ‘회춘 비타민’ㆍ‘생식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해 노화방지와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심장병 예방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이즐넛은 전 세계 소비량의 85%를 원산지인 터키가 공급한다. 껍데기를 벗긴 헤이즐넛은 바로 먹지 않으면 상하기 쉽다. 냉장고에 두면 4개월은 보관이 가능하다. 오래 보관하려면 껍데기를 까지 않은 상태로 냉장 보관한다.



브라질넛(Brazil nut)은 아몬드의 두 배 정도 크기이며 커다란 잣처럼 생겼다. 노화방지ㆍ심장병ㆍ동맥경화 예방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넛엔 특히 셀레늄이 풍부하다. 셀레늄은 동맥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없애 혈관을 젊게 하고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춰준다.


브라질넛엔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성분도 많이 들어있다. 브라질넛 하나면 하루에 필요한 셀레늄을 섭취할 수 있다. 단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