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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멕시코 미식 여행





멕시코 요리는 한식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다. 매콤한 칠리를 많이 쓰고, 고기와 채소를 균형 있게 곁들여 먹는 방식이 그렇다. 


타코, 부리토, 퀘사디야 같은 대표적인 멕시코 음식이 우리나라에도 소개돼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멕시칸 푸드의 전부는 아니다. 멕시코 지역 곳곳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이 있고, 그래서 멕시코 여행은 미식 여행이 될 수 있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 멕시칸 푸드의 진수를 알아보자. 멕시코를 여행하게 될 때 타코만 먹으면서 멕시코를 즐겼다고 말하지 않도록. 


감귤류에 재워 10시간 이상 익힌 마야식 돼지고기 요리 코치니타 피빌.  ●메리다(멕시코)=김희원 기자


마야의 슬로 푸드: 코치니타 피빌


유카탄 반도는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한 마야 문명이 지배하던 곳으로 식문화 역시 멕시코 다른 지역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마야 전통의 조리법을 기반으로 다양한 풍미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미식의 고향이다. 이러한 유카탄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가 코치니타 피빌(Cochinita Pibil)이다.

 

현지에서 나는 감귤류에 돼지고기를 재운 뒤 바나나잎에 싸서 향이 나는 나뭇잎과 함께 땅 속에 묻어 10시간 넘게 익힌 슬로 푸드다. 푹 삶은 돼지고기 수육처럼 살코기가 부드럽게 찢어진다. 물에 삶은 게 아니라 뜨거운 돌의 열기로 익힌 것이어서 고기 맛이 보존되고 훈제 향이 잘 배어들어 있다. 


유카탄 지역에 가서 코치니타 피빌을 맛보지 않는다면 음식을 먹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멕시코에서 흔히 그렇듯 이를 또르띠야에 싸서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한다. 


똑같은 요리법으로 조리한 닭고기 요리도 있다. 포요 비필(Pollo Pibil)이다.


초콜릿 색깔의 몰레 포블라노 등 3가지 몰레를 얹은 엔칠라다.   ●푸에블로(멕시코)=김희원 기자 


칠리와 초콜릿의 만남: 몰레 포블라노


우리나라에서도 아보카도로 과카몰레를 만들어 나초와 함께 먹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조리법이 더러 알려졌다. 몰레는 소스를 뜻하는데, 과카몰레는 직역한다면 아보카도 소스라고 하겠다. 


물론 멕시코에는 과카몰레만 있는 게 아니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몰레 조리법이 지역마다, 집안마다 전해 내려온다. 생 칠리 또는 말린 칠리가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여기에 다양한 재료와 향신료를 넣어 독특한 몰레를 만든다. 


그렇다면 초콜릿 맛 몰레는 어떨까? 멕시코에서 즐겨먹는 카카오 가루를 넣어 부드러운 맛을 낸 몰레 포블라노가 바로 그것이다.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인 푸에블라에서 만들어진 고유한 몰레다. 


푸에블라에서는 몰레 포블라노를 다양한 음식에 넣어 먹는다. 고기 요리에 얹어 먹고 나초를 찍어 먹기도 하며, 엔칠라다, 부라 등 통상적인 멕시코 요리 위에 끼얹어 먹기도 한다. 초콜릿 색깔이지만 초콜릿처럼 단 건 아니고 다만 초콜릿 향을 즐길 수 있다. 


푸에블라에서는 수녀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식이 개발돼 전국적으로 알려질 정도고 성공한 음식들이 있다. 몰레 포블라노 외에도 칠레 엔 노가다(Chile En Nogada)가 유명하다. 칠레 엔 노가다는 칠리 고기 견과류 등을 섞어 튀긴 것 위에 하얀 호두 소스, 붉은 석류알, 푸른 고수를 얹어 멕시코 국기 색깔을 재현한 요리다. 


튀긴 토르티야 위에 고기, 채소, 생치즈를 얹어 먹는 틀라유다.   ●와하카(멕시코)=김희원 기자 


이것은 피자? 틀라유다


멕시코 음식의 기본은 토르티야다. 옥수수반죽을 얇게 펴 둥글게 빚어 구운 밀전병 같은 것으로, 여기에 다양한 재료를 싸먹거나, 얹어먹거나, 싸서 튀겨 먹거나 하는 음식들이 많다. 타코,부리토, 엔칠라다 같은 익숙한 멕시코 음식들이 그런 것이다. 


틀라유다(Tlayuda) 역시 그 중 하나다. 다만 부드러운 토르티야가 아니라, 이를 튀겨서 단단하게 만들어 먹는다. 그 위에 양상추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등 채소와 과일, 닭고기나 돼지고기 등 육류, 그리고 생치즈를 얹은 것이 틀라유다다. 


생김새는 피자와 꼭 닮았고, 크기도 피자처럼 거대하다. 양이 웬만큼 큰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 다 먹기가 힘들다. 피자처럼 굽는 건 아니다. 쫄깃한 생치즈가 맛의 포인트다. 여기에 원하는 소스를 얹어 먹으면 된다. 멕시코 남부 와하카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금과 은이 채굴되던 식민지 시기부터 과나후아토 지역에서 먹었다는 엔칠라다 미네라스. ●과나후아토(멕시코)=김희원 기자 


금광 개발시기의 음식: 엔칠라다 미네라스 


엔칠라다는 토르티야에 고기 콩 치즈 등을 넣고 돌돌 말아 매운 칠리 소스를 뿌려 먹는 음식이다. 과나후아토 지방에서는 엔칠라다 미네라스(Enchilada Mineras)를 먹는다. 엔칠라다 위에 깍둑썰기한 감자와 치즈를 한껏 올린,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다. 


과나후아토는 멕시코시티 서쪽 지방으로, 16세기 스페인이 멕시코를 식민지로 개척하기 시작한 후 금광 은광이 발견돼 활발히 개발된 지역이다. 엔칠라다 미네라스는 과거 금광 개척시기부터 광부들이 먹었던 음식으로 일컬어진다. 


감귤류에 재운 돼지고기를 불에 구워 채소와 함께 먹는 폭축.  ●메리다(멕시코)=김희원 기자 


삼겹살처럼 구워 먹는: 폭축


코치니티 피빌처럼 감귤류에 재운 돼지고기를 불 위에 구운 요리가 폭축(Poc-Chuc)이다. 삼겹살 구이와 다를 바가 없지만, 소금 후추의 맛만 나는 게 아니라 달콤한 향이 난다. 이 역시 유카탄 지역에서 즐겨 먹는 요리다. 


흔히 곁들여 나오는 양상추, 양파, 토마토 등 채소, 칠리소스 등과 함께 먹으면 된다. 돼지고기 구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