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파트 단지 앞에는 할머니께서 항상 앉아 계십니다. 뻥튀기를 파시는 것이죠. 몸집도 조그맣고 얼굴도 아주 곱게 늙으셨어요. 한 80세로 접어드신 것 같아요. 젊으셨을 때는 참으로 미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오는 날만 빼고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셔서 앉아 계시는 겁니다. 일요일에도….
제가 시간만 나면 가서 할머니께 뻥튀기를 사오곤해요. 여름에는 더우니까 시원한 음료수라도 갖다 드리곤 한답니다.
제가 묻죠 "할머니 힘드신데 집에서 쉬시지 왜 나오셔서 고생하세요? "
그럼 할머니께서는 "집에서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나마 건강할 때 나와서 천 원이 |
제가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쉬기 때문에 종종 시간이 되면 쪼르륵 과일 음료수를 좀 싸들고 할머니께 마실을 갑니다. 할머니 옆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할머니께서 살아오신 인생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더 열심히 보람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머리에 새겨집니다.
언젠가는 할머니께서 보이지 않길래 걱정이 되더라고요. 어디가 아프신가, 아님 방정맞은 얘기지만 혹 돌아가신게…, 별생각이 다 들었답니다. 할머니 가게, 뭐 가게라고까지 할 수 있나요? 큰 도로변 옆 인도길에 할머니 낡은 의자 하나 있는 게 전부거든요. 지나갈 때마다 할머니 의자만 초라하게 있는 걸 보고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할머니께서 다시 보이시는게 아닙니까? 얼마나 기뻤는지 저는 할머니께 다가가 왜 그동안 안나오셨냐고하니까 며칠 아파서 누워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늘 건강하셔서 그 자리에 변함 없이 항상 앉아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오늘도 지나가면서 할머니께 묻습니다. 할머니 오늘 뻥튀기 많이 팔았어요? 곧바로 할머니의 말씀이 내 귓전을 때립니다.
"오늘은 뭐 한개도 못 팔았어, 내일은 좀 팔릴려나… " 하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에는 내일의 희망이 엿보입니다.
할머니 오래 사세요!
최미향/ 대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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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인생 사는 맛인 갓 같아요.^^
ㅎㅎㅎ 불타는 주말 보내시길...
불타는 주말보내고 싶었는데
비가 내렸어요 ㅎㅎㅎ
착하신 분이시군요 ^^
독자분도 참 다정다감하신 듯합니다.
할머니의 다정한 벗으로 오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착한 처자이시네요.
복 받으시겠어요.
서로 서로 보듬고 살아야지요.
등이 되어주고 어깨가 되어주며....
내 마주 앉아 도란도란 얘기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마주 잡은 손길은 더 따뜻하겠지요? ㅎ
많이 파세요~ 할머니~~ㅠ
ㅎㅎㅎ
저도 갑자기 뻥튀기가 먹고파집니다.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
맛난 점심 드십시오 :)
정말 훈훈한 이야기네요.
집에서 노는 것 보다 밖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긴 하겠네요
집의 적적함과 고요함에 너무 익숙해져도 안 좋은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할머니 항상 건강하세요.... 따듯한 글에 많은 여운이 남네요.
가을이면 야외로 아이와 함게 나들이는 많이 하는데..
주의를 해야 겠네요.
아마도 저뿐만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분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에도 또 좋은 글 기대 할께요. 퍼가도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