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는 수어로 취급
일본에서도 ‘천하 3미’ 중 하나로 간주
영양적으론 고단백ㆍ저열량 식품
해양수산부가 3월의 웰빙 수산물로 지정한 생선은 숭어∙조기∙넙치 등이다. 그중 숭어는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인데 3월의 웰빙 생선으로 올린 것은 이달엔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겨울의 끝자락으로 여긴 까닭이다.
맛있는 것을 칭송할 때 ‘한 겨울 숭어 맛’,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옛말이 있는 것은 겨울 숭어 맛이 절정이어서다. 숭어는 계절마다 맛이 다르다. 봄∙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밍밍하고, 가을 숭어는 고소하다. 수온이 올라가면 수분이 많아지고 흙냄새가 나는 등 맛이 떨어진다.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생긴 까닭이다.
정약전이 쓴 어류도감 ‘자산어보’에는 숭어에 대해 “맛이 좋고 깊어서 생선 중 첫째로 꼽힌다”고 기술돼 있다. 우리 조상은 숭어(崇魚)를 수어(秀魚, 首魚)라고도 불렀다. 온갖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뛰어날 뿐 아니라 생김새가 길고 빼어나다고 여겨서다.
숭어를 칭하는 방언 이름은 100가지 이상이다. 전남 무안에선 몸집이 큰 것을 숭어, 그보다 작은 것을 ‘눈부럽떼기’라 한다. 작은 놈에게 ‘너는 숭어도 아니다’고 놀렸더니 눈을 부릅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라면서 이름이 계속 달라지는 생선을 출세어(出世魚)라고 하는데 숭어∙방어∙농어 등이 여기 속한다.
일본에서도 숭어는 에도(江戶)시대에 성게∙해삼 창자젓과 함께 ‘천하 3가지 별미’로 간주됐다. 숭어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길며 머리가 납작한 편이다. 길이가 40∼80㎝가량 되는 중형급 생선이다. 최대로 성장하면 길이 120㎝, 무게 8㎏에 이른다. 청색의 등(등 푸른 생선의 일종)과 은색의 배를 갖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나 유기물 등을 먹고 산다. 회∙소금구이∙국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영양적으론 저열량∙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은 22g으로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이 즐겨 먹으면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다. 100g당 열량이 105㎉여서 다이어트중인 사람도 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열량이 같은 무게의 조기(93㎉)보다 약간 높지만 송어(121㎉)∙참치(132㎉)보다는 낮다.
또한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ㆍEPA 등 오메가-3 지방이 풍부하다. 등 푸른 생선∙붉은 살 생선다운 장점이다. 그래서 숭어는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철분(빈혈 예방)과 세포 재생을 돕는 비타민인 나이아신도 제법 들어 있다.
숭어의 외양상 특징은 몸 아래쪽에 주판알 크기의 돌출 부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꼽이 있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돌출 부위는 위의 출구(유문)이 발달한 것으로 닭의 모이주머니와 같다. 유문을 가진 것은 숭어가 뻘을 먹고 살아서다.
뻘을 먹는 숭어를 한방에선 귀한 약재로 썼다.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린다고 여겨서다. 세종 때 편찬된 ‘향약집성방’에도 “숭어는 진흙을 먹어서 백약을 꺼리지 않는다”고 기술돼 있다. 한방에선 숭어를 위(胃)를 열어 먹은 음식을 잘 통하게 하고(소화를 돕고) 오장을 이롭게 하며 살찌게 하는 생선으로 친다(동의보감).
숭어의 알로 만든 어란(魚卵)은 대중에 널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이다. 산란기인 3∼5월에 잡힌 숭어의 알에 참기름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영산강에서 잡히는 참숭어의 알을 사용한 것이 유명하다. 조선 시대엔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갓집의 술안주로 쓰였다. 과거에 어란은 경기도 평택∙전남 영암이 유명 산지였다. 요즘은 영암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숭어는 참숭어(가숭어)와 보리숭어(개숭어)로 흔히 구분된다. 가격은 참숭어가 보리숭어보다 비싸다. 부산에선 참숭어가 밀치라 통하며 별미 횟감으로 친다. 참숭어와 보리숭어는 같은 숭어과(科)라 외양이 엇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성어를 기준으로 크기는 보리숭어가 더 크다. 뚜렷하게 다른 부위는 눈이다. 눈동자 테두리의 색깔이 보리숭어는 검은색, 참숭어는 노란색이다.
한편, 숭어 하면 슈베르트의 가곡 ‘숭어’(피아노 5중주곡)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 가곡의 원래 제목은 ‘송어’였다. 초기 번역가의 실수로 엉뚱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숭어’로 개명됐다. 숭어와 송어는 이름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생선이다. 우연히도 둘 다 민물과 바닷물에서 생존이 가능하다. 민물 생선인 송어 가운데 바다송어(salmon trout)는 아예 바다에서 생활한다.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귀성 어종인 숭어는 10월부터 2월까지는 연안보다 상대적으로 수온이 높은 먼 바다로 나갔다가 봄철 산란기가 되면 강 하류나 포구로 되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은어처럼 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진 않는다. 길이 45㎝ 정도인 어미가 되면 바다로 나가 산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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