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늘고 대인 관계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혼밥(혼자 먹는 밥)’은 소비문화의 하나가 됐다. 업무와 인간관계에 시달리다 보면 밥 먹는 순간만이라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혼밥이 ‘힐링’을 주는 만큼, 가족과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도 사람에겐 위로가 된다. 특히 혼밥이 불가피한 1인 가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어린 자녀까지 있다면 식구들이 가능한 한 함께 먹는 게 정신건강 및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네소타 의대 연구팀은 가족이 함께 먹는 식사가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가정은 평균 주 3회 함께 밥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집의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보다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있었고 섭식장애를 겪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 어린이들은 가족에 대해 더 단단한 결속감을 느끼고 있었고 학업 성취도가 더 좋았으며 의사전달 능력도 더 뛰어났다.
하지만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가족이 주 3회 이상 함께 밥을 먹지 못한다고 해도 자녀들에게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미네소타 연구진에 따르면 주 2회만 함께 식사하는 집의 어린이들도 3회 이상 같이 먹은 집의 어린이들과 비슷한 이점을 누리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을 먹더라도 ‘양보다 질’이라는 얘기다. 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이 대화하면서 서로 애정을 보여주는 게 식사 횟수보다 중요하다.
반드시 온 가족이 모여 앉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식구들이 제각각 모두 바쁘다면 두 사람만 같이 먹어도 ‘가족 식사’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장소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이 함께 먹는 밥은 집에서 해서 먹든 음식점에서 사서 먹든 기분 좋은 유대감과 심리적 안정을 자녀들에게 선사했다. 연구진은 “부모가 고용된 일터의 주방에서 먹어도 자녀들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함께 먹는 타이밍이 저녁일 필요도 없었다. 퇴근 후, 방과 후에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침이나 점심을 같이 먹어도 어린이들은 가족 식사의 장점을 톡톡히 누렸다. 가족이 함께 먹는다면 식단이 100% 건강식이 아니어도 자녀들의 건강은 크게 지장 받지 않았다. 연구진은 “예를 들어 신선한 샐러드와 전자레인지로 데운 냉동 피자를 함께 먹는 경우에도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 것과 비교했을 때 자녀 건강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가족 식사의 이점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자녀들과 식사를 함께 준비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어린이들은 장보기부터 재료 준비, 조리, 식탁 차리기, 설거지 및 뒷정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일부 참여하는 것으로써 생활에 필수적인 기능을 획득할 수 있다. 독일 만하임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식사 준비 과정에 참여한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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