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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안방에 들어갔다 오면 웃음꽃이 피는 남편

육 개월 전 남편은 이십 년도 넘게 피워오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금단현상 때문에 몹시 힘들어하더니 요즘은 제법 적응을 한 눈치입니다. 금연을 시작하니 금주 또한 절로 되고 퇴근도 일러져 아이들이 여간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남편도 많이 건강해 졌고 가정적인 가장이 된 것 같아 저도 기쁘기 한량없지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그간 꼬박꼬박 주던 담뱃값을 그대로 자기한테 달라는 게 아니겠어요? 딴은 그 말
  도 일리가 있고, 그 좋아하던 술자리도 마다하는 게 기특(?)해서 들어주었지요.  사실 남편은 매번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제게 타가는 터라 비상금 모을 틈도, 여유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이 남자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겁니다. 내가 모르는 좋은 일이 있느냐, 물어도 아니라고만 하니 그런가 하고 넘어갔지요.

 

그러던 며칠 전의 일입니다. 남편 옷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단벌뿐인 겨울 외투에 뭔가 두툼한 것이 만져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신없는 사람이니 서류라도 넣어둔 모양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봉투를 꺼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봉투 안에는 육개월 간 모았을 법한 비상금이 제법 두둑하게 들어있지 뭐겠어요? 간간이 아이들 통닭이랑 피자도 시켜주곤 하더니 남은 돈은 고스란히 저금을 해둔 모양입니다.


그 돈을 발견하곤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여우같은 마누라 눈을 피해 감춰둔다고 둔 곳이 하필 장롱 속 외투일까요? 제가 조금이라도 심란한 날이면 옷장을 뒤져 옷 정리를 하는 별난 취미를 갖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순간 그 돈을 몽땅 다른 곳으로 감춰버리고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뗄까, 아님 맛있는 거 사달라고 조를까,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지만 비상금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담배의 유혹도 뿌리쳤을 남편이 안쓰럽단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 그 돈을 있던 자리에 그대로 넣어 두고 아직까지 아무런 내색도 안하고 지켜보고만 있답니다.
그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제가 설거지에 바쁠 때면 슬그머니 안방에 들어갔다가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나오는 우리 남편.

저는 저대로 그 돈을 모았다 결혼기념일에 한턱내려는 건 아닐까, 내 생일 때 특별한 선물을 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답니다. 하여 요즘 우리 집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답니다.
담배를 피울 땐 거의 날마다 술을 마시던 남편이 금연을 한 뒤론 퇴근하자마자 귀가를 합니다. 덕분에 살도 적당히 붙고 요즘처럼 무더운 저녁엔 아이들과 산책 겸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다지고 있지요.

오늘도 일찌감치 귀가할 남편을 위해 맛나고 영양 만점인 삼계탕을 준비합니다. 그토록 힘든 금연을 실천하여 자칫 잃을 뻔했던 우리 가정의 행복을 찾아준 고마운 남편, 그의 건강은 앞으로 제가 지켜야겠지요? 아울러 금연에 성공하는 그날까지 물심양면 남편을 도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