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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또 다른 나를 만든다, 멀티 페르소나

 

 

올여름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를 꼽으라면 ‘싹쓰리’를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과거 정상에 올랐던 유명 아이돌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친 국민들에게 시원한 여름 곡을 선물한다는 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싹쓰리에서 주목할 것은 유재석, 이효리, 비가 각자의 이름 대신 새로운 활동명을 골랐다는 점이다. 유재석은 ‘유두래곤’, 이효리는 ‘린다G, 비는 ‘비룡’이라는 활동명을 택했다. 일종의 ‘부캐(부 캐릭터)’인 셈이다.

 

연예계에는 이처럼 전혀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 부캐, 즉 ‘멀티 페르소나’ 유행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재석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만 갖고 있는 부 캐릭터가 6개가 넘을 정도다. 코미디언 김신영씨가 ‘김다비’라는 이름으로 전혀 다른 캐릭터처럼 행동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일종의 멀티 페르소나다.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와 성격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자 색다른 매력이 발견되기도 한다.

 

 

페르소나(persona)의 뜻은 그리스어로 ‘가면’이라는 의미다. 더 정확히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과거에는 영화감독이 그려내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배우에게 ‘자신의 분신’이라는 뜻에서 부르던 말이기도 했다. 여기에 다양하다는 뜻의 ‘멀티’가 붙으면 ‘다중적 자아’라는 의미로 쓰인다.

 

일반인들에게 멀티 페르소나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을까. 이미 소비자 경향을 분석하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 초 ‘멀티 페르소나’가 올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예인들의 부캐처럼 거창한 의미의 멀티 페르소나는 아니지만, 누구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안고 살아가며 그러한 캐릭터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SNS 공간에서는 ‘또 다른 나’를 더 쉽게 드러낼 수 있게 된다. 익명성에 가려진 계정은 특히 전혀 다른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기존에 사회에서 요구돼 왔던 고정적 역할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내가 생겨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쉽게 예를 들면 회사에서의 ‘나’, 그리고 가정에서의 ‘나’, 친구들처럼 또래 모임에 있을 때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각자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SNS 공간까지 더해지면 나의 취미를 앞세우는 새로운 내가 탄생할 수도 있고 특정한 이념을 추구하는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옷과 패션의 전문가인 내가 될 수 있고 또 그러한 부캐로 새롭게 내 삶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내면에 있는 내가 다양하게 등장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평소 자신이 직업이나 상황 때문에 잊고 있었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한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일 것이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내 취미 활동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사회생활 속에서 가끔은 제약받았던 내 성향이 자유로운 공간에서 표출되면서 새로운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페르소나, 부 캐릭터를 발견하기 위해 나 자신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가능성을 찾는 과정은 우리 삶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다양한 역할과 캐릭터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자연스러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바람직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부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간은 오히려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가장 원하는 나다. ‘진짜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