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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의 '감성과 영감'의 원천

  파리의 패션쇼 주간을 마치고 돌아온 이상봉은 컬렉션을 준비하던 여름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글 패션을 더 
진화시켜야 한다든지, 김연아의 리본 프린트 드레스를 더 매력적으로 다듬어야 한다든지 
  하면서 스스로를 과로에 함몰시
키고 있다. 건강의 중요함을 알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건강의 소중함’을 진솔하게 
들려주며, 자신이 생각해온 참된 건강의 의미를 들려준다.


내년에도 십년 후에도 서른일곱 살로 살겠다

 

디자이너 데뷔 30년을 맞고 있는 이상봉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슈를 내놓으며, 디자이너로서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얼마 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을 성황리에 마쳤고, 김연아가 입은 무지개 컬러의 한글 티셔츠를 디자인하며 자신의 디자인적 소양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그의 디자인은 언제나 한국적이고 현대적이며, 이전의 디자인보다 더 재미있고 우아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진화와 성숙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웃고 말지만 지금도 나는 내 나이를 주저 없이 서른일곱이라고 얘기하죠. 야성보다 더 강한 감성, 송곳보다 날카로운 영감을 갖지 않으면 좋은 디자인은 나올 수 없어요. 더구나 나이를 먹게 되면 패션 세계가 요구하는 순발력과 상상력은 무뎌지게 마련이죠. 나는 그게 두려워서 나이 먹는 일을 아예 버려버리겠다고 선언했죠. 하지만 그게 버린다고 버려지나요. 감성과 영감은 둘째 치고 우선 몸이 피로하고 눈이 침침해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없는 걸요. 건강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죠. 좋은 디자이너는 영감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통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죠.”



강한 사람도 병 앞에서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상봉은 몇 해 전부터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허리 통증 등을 느끼며, 몸의 이곳저곳에서 이상 신호가 울리는 것을 듣고 있다. 자신의 컬렉션을 비롯해 여러 기업과의 공동 작업을 소화하지 못하는 자신의 체력과 건강상태에 안타까울 때가 많지만 신체적 한계와 노화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중이다.

 

3년 전 나는 내 몸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으며, 정밀검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면도날로 미는 알전구 머리를 한지 20년이 넘지만 항암치료를 하느라 머리가 빠지고 입술이 보기 흉하게 부어오른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참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커다란 좌절감을 느껴야 했죠. 나는 내가 아주 강한 유형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의 내 모습은 그 반대더라고요. 물한 모금 삼키지 못하고 초조해하던 끝에 ‘과로’라는 결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지만 나는 그때 내가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죠.”



언젠가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견지해야 한다

  

그 후로 그는 ‘항상 건강하세요’라는 말로 지인들과의 인사를 대신하게 됐고, 회사 직원들에게도 ‘건강검진’과 ‘건강보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게 됐다. 사람은 언제든 병원에 갈 수 밖에 없는 존재이고, 지금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럴 수 있으며, 그것이 자연의 이치인 만큼 성실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더구나 건강보험의 확대된 적용범위와 소득 수준에 따른 보험료 부과 등 형평성과 부의 재분배 효과가 그는 매우 마음에 든다고 얘기한다.

집이 없어도 살 수 있고, 차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그 삶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죠. 건강은 삶을 유지하게 하는 기본 조건이니까요. 건강해야 어깨도 펼 수 있고, 어딘가로 갈 수 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건강을 지키는 것, 그건 자기 자신을 사랑 하는 처음이자 완성에 해당하는 일이죠.”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유능한 디자이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사랑을 실천하는 선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만은 일과 패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혹사를 선택했고, 자신의 신변에 빨간불이 켜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얼마간 힘들고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모든 것을 잘 정리하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발병의 가능성을 얘기하며, 그것에 대한 대비를 강조한다.

 

글 이일섭, 사진 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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