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체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체벌의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다. 때에 따라 체벌과 학대 사이의 구분이 명확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아동학대를 한 부모는 자신의 행동이 아이 훈육을 위한 체벌이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벌, 훈육 방법으로는 부적절
체벌이 훈육 목적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체벌이든지 체벌은 훈육 방법으로 부적절하며, 체벌은 즉각적으로 문제 행동을 멈출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그 행동이 사라지게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체벌의 목적은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것인데, 체벌하면 생각보다 행동 교정이 잘 안 된다. 체벌했을 때 아픈 감정은 반감을 일으키고, 올바른 행동에 대한 내면화도 잘 안 된다.
체벌, 부모 ‘화풀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소지
체벌은 대개 부모가 아이들 때문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을 때 시작한다. 부모는 아이를 때리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체벌을 한다고 합리화한다. 아이를 때리면서 아이의 행동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부모 자신의 화를 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손바닥 한두대를 때리다가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때린다. 결국 학대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체벌로 효과를 보려면 체벌의 강도는 점점 더 세질 수밖에 없다.
체벌보다는 아이의 행동을 장기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아이도 부모도 좀 더 차분해져서 감정을 조절하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찬찬히 설명하면서 타이르는 것이 더 낫다. 아이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바람직한 행동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줄여가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행동 수정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벌과 아동학대 어떻게 구분할까?
지금 내가 하는 것이 훈육인지 학대인지 고민이 될 때는, 같은 행동을 다른 사람이 우리 아이에게 해도 좋을지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이에게 하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것 같은 행동, 그런 행동이 아동학대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제2의 정인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아동학대 신고 의무화 법에 따라 아동·청소년 단체의 장이나 종사자, 의료인 등은 아동학대가 의심되면 신고를 해야 한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는 아동학대 의심 신호에 대해 정보를 제공했다. 아래와 같은 상황으로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보면 누구든지 112로 신고하면 된다.
신체적 학대
- 사고로 보기에 미심쩍은 상처, 흔적
- 발생, 회복에 시간 차이가 있는 상처나 골절
- 신체 상흔으로 자주 병원을 가는 경우
- 사용된 도구의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는 상처
- 담뱃불 자국, 뜨거운 물에 잠겨 생긴 화상 자국
- 겨드랑이, 팔뚝, 허벅지 안쪽 등 일반적으로 다치기 어려운 부위의 상처
- 다른 아동이 울 때 공포 반응을 보임
- 공격 또는 위축된 극단적 행동
- 부모, 보호자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 집에 가는 것을 극도로 피하는 경우
정서적 학대
- 수면 이상
- 비행, 퇴행 등의 문제 행동
- 신체적 원인이 없는 잦은 통증, 여러 증상의 호소
- 자해 또는 자살 시도
성적 학대
- 걷거나 앉는 것을 어려워함
- 성기 부위의 통증이나 가려움
- 성기 또는 회음부 손상, 상처
- 성병, 임신
-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
- 퇴행, 혼자 있기를 극도로 피하는 경우
- 특정 장소나 특정 유형의 사람들을 극도로 피하거나 두려워하는 경우
방임
- 성장지연
- 영양실조, 적절하지 않은 영양섭취
-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위생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
- 지속적인 피로의 호소
- 학교에 일찍 등교하고 집에 늦게 귀가하려고 함.
- 예방 접종 등 적절한 의학적 치료의 불이행, 건강 상태의 불량
- 음식을 구걸하거나 훔침
- 기타 비행, 도둑질
- 머릿니, 빈대, 회충
- 특정한 사유 없는 무단결석의 반복
헬스조선 이금숙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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