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 쌈밥은 ‘밥도둑’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 풍부
해양수산부가 최근 3월의 웰빙 수산물로 선정한 임연수어는 봄에 절정의 맛을 자랑한다. 이맘때 살이 찌고 기름이 자르르하게 올라서다.
[ 임연수어, 특이한 이름의 유래 ]
생선 이름치곤 특이하다. 조선의 실학자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엔 함북에 살던 임연수(林延壽)란 사람이 이 생선을 잘 낚아 임연수어(林延壽魚)가 됐다고 기술돼 있다. 함경도에 임연수라는 원님이 있었는데 성정이 포악하고 탐욕스러워 여종이 이 생선을 못된 원님 썰듯이 토막을 내며 불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 속설도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엔 임연수어(臨淵水魚), 전호지엔 이면수어(利面水魚)라 쓰여 있다. 조선 시대 고문헌엔 대부분 임연수어(臨淵水魚)라고 표기돼 있지만, 서유구는 사람 이름에서 딴 임연수어(林延壽魚)가 바르다고 주장했다. ‘이면수’라고도 불린다.
[ 임연수어의 숨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제철 ]
북한에선 ‘참치’라고 하면 다랑어가 아닌 임연수어를 가리킨다. 영문명은 ‘오호츠크 애트카 매커럴’(Okhotsk atka mackerel)이다. 임연수어 어장인 알래스카 남부의 애트카 섬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임연수어는 한류성 생선이다.
동해와 일본ㆍ오호츠크 해 등지에서 주로 잡힌다. 몸길이는 45∼50㎝로, 생김새가 복어나 쥐노래미와 닮았다. 배는 불룩하고 몸은 좁고 등은 푸르고 배는 희다. 비늘은 잘고 눈은 작다. 머리가 크고 양 볼이 넓다.
산란기는 9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다. 이때가 임연수어의 제철이다. 예전엔 동해안에서 어부에게 ‘횟데기’란 이름으로 천대받는 생선이었다 먹성이 워낙 좋은데다 좋아하는 먹이가 동해안 어부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명태 새끼(노가리)를 주로 먹기 때문이다.
맛도 과거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등어ㆍ갈치 등 국민 생선에 밀려 존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기름지고 감칠맛이 강한 고등어나 연하고 발라 먹기 쉬운 갈치에 비해 임연수어는 특별한 맛이 없다. 학교 급식 때문에 임연수어의 존재를 알게 된 사람도 많다.
[ 임연수어를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먹는 법 ]
임연수어는 살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적은 흰 살 생선이다. 특히 비늘 부위가 두꺼운데, 소금구이하거나 튀기면 껍질 맛이 일품이다. 임연수어 비늘은 불에 잘 타지 않는다. 맛은 쫄깃하고 바삭하며 고소하다.
가끔 비늘에 붙은 측면의 가시가 납작하게 숨어 있다가 목에 걸린다. 아이에게 임연수어를 먹일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소금 간을 적당히 하고 튀김가루를 소량 솔솔 뿌려서 바짝 익힌 임연수어 껍질은 밥 한 그릇을 금방 해치우게 하는 ‘밥도둑’이다.
“서해안 사람은 숭어 껍질에 밥을 싸 먹다가 가산을 탕진했고 강원도 사람은 임연수 껍질 쌈밥만 먹다가 배까지 팔아먹었다”, “임연수어 쌈 싸 먹다 천석꾼도 망했다”란 옛말이 있을 정도다. 노릇노릇 구운 껍질 부분을 분리해 김밥 싸듯 밥에 껍질을 동그랗게 싸서 먹는 음식이 임연수어 껍질 쌈밥이다. 처음부터 따로 껍질을 분리해 굽기도 한다.
남은 몸통 부분은 찌개ㆍ조림으로 만들어 먹는다. 임연수어는 대개 자반고등어처럼 배를 갈라 굵은 소금을 친 상태에서 요리한다. 소금기가 배어들면 물로 씻어 내고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보관하기도 한다. 말린 상태로 구워 먹거나 조림해서도 먹는다.
영양적으론 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거의 20g이다. 지방도 꽤 들어 있다(100g당 7.1g). 임연수어의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DHAㆍEPA)이다. 심혈관 질환 예방과 두뇌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빈혈 예방을 돕는 철분도 100g당 7.9㎎이나 들어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기여하는 비타민 B3(니아신)와 타우린(함황 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하고 있다. 100g당 열량은 150㎉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식품 의약 칼럼니스트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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