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움파.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3월의 식재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아라”라는 말은 결혼식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덕담이다. 부부가 파 뿌리처럼 흰머리(노인)가 될 때까지 화목하게 지내면서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파는 절세미인 양귀비의 양아들이자 정부였던 안녹산의 젊음의 비결로도 유명하다. 불가(佛家)에선 파가 오신채(五辛菜)의 하나로 꼽는다. 오신채란 먹으면 음욕(淫慾)을 일으키고 화를 내게 하여 승려의 수행을 방해한다는 마늘·파·부추·달래·흥거의 다섯 가지 채소를 가리킨다. 우리 선조는 파를 봄의 미각을 북돋는 식품으로 여겨 산갓, 당귀싹, 미나리싹, 무와 함께 입춘오신반(立春五辛盤)에 포함했다.

 

 

 

 

 

 

 

파는 종류가 다양하다. 대개 크기, 굵기에 따라 종류를 구분한다. 길이가 길고 대가 굵은 것은 대파다. 대파는 다시 겨울에 수확하는 난지형 잎파와 여름이 제철인 한지형 줄기파로 구분된다. 길이가 짧고 대가 얇은 쪽파는 대파보다 수분과 진액이 적고 매운맛이 덜 하다. 김치 양념에 넣거나 그대로 파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대파와 쪽파보다 더 가는 실파도 있다. 국이나 음식 위에 고명으로 많이 넣는 실파는 쉽게 무르기 때문에 보관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3월의 식재료로 보리, 양배추, 견과류와 함께 움파를 선정했다. 움파는 겨울에 베어낸 줄기에서 자라나온 대파를 가리킨다. 대파는 연중 나오지만, 12월∼이듬해 4월에 출하되는 대파를 움파라고 한다.

 

 

 

 

 

 

 

대파는 뿌리부터 잎·줄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채소다. 한국인의 전통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신 채소 중 하나다. 대파는 생으로 먹으면 알싸한 매운맛과 특유의 향이 난다. 익히면 단맛을 내기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널리 쓰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선 예부터 중요한 채소였으나 서양에선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추위와 더위에 잘 견디는 특성이 있어 한반도 전역에서 재배된다.

 

대파는 몸을 따뜻하게 해 열을 내리고, 기침, 담을 없애준다고 해서 감기의 특효 채소로 알려져 있다. 대파 뿌리에 다량 함유된 매운맛 성분인 황화알릴은 면역 증강, 항균 효과가 뛰어나다. 대파엔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 예방과 숙변 제거에 효과적이다. 흰 대엔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대파의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21㎎(실파 24㎎, 쪽파 18㎎)으로, 양파(8㎎)보다 많다. 파에 함유된 비타민 C는 열에 약하므로 완전히 익히기보다는 생으로 요리하거나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이 비타민 C를 더 많이 섭취하는 요령이다. 열량은 대파 100g당 25㎉(쪽파 25㎉, 실파 13㎉)로,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한방에선 잠을 잘 자지 못하여서 고민인 사람에게 대추와 대파의 흰 대를 1 대 1 비율로 섞어 달인 대추총백차를 잠들기 전에 마시라고 권장한다. 총백은 대파의 흰 대를 가리킨다.

 

대파에 함유된 황화알릴은 살균 효과가 있다. 식중독균 등 유해 세균을 죽인다. 중국의 유교 경전인 ‘예기’(禮記)엔 “고기를 먹을 때 봄엔 파와, 가을엔 갓과 함께 먹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시장에서 고를 때는 흰 대가 굵직하고 싱싱한 것을 사되 눌렀을 때 무르지 않아야 한다. 흰 대가 휘지 않고 잎 색깔이 짙으며 잎끝이 마르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잎이 너무 길면 부러지거나 물러지기 쉬우므로 잎보다는 흰 대가 긴 것을 고른다. 전체 길이가 50㎝ 이상, 흰 대부분이 30㎝ 이상 되는 것이 양질이다.

 

짧게 두고 먹을 때는 대파를 비닐봉지,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일단 씻은 대파는 물기를 없앤 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옮긴다. 조리 후 남은 것은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거나 절단해 냉동 보관한다.

 

 

 

 

 

 

 

조리에 이용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대파를 깨끗이 씻은 뒤 뿌리 부분을 자르고 용도에 맞게 손질한다. 대파는 단맛이 나는 흰 대를 주로 먹는다. 물이 많고 끈적거리는 대파는 김장할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요리의 감칠맛을 살려주므로 국, 찌개, 무침에 주로 들어간다. 곰탕, 설렁탕의 고명 등으로도 쓰인다.

 

대파 흰 대를 송송 썰어 고기 요리에 넣으면 알싸한 맛이 누린내를 없애준다. 생선회, 생선찌개 등 생선 요리에 넣으면 비린내가 싹 가신다. 대파의 녹색 부분엔 점액질이 있음으로 국물에 넣을 때는 점액질을 떼는 것이 방법이다.

 

대파는 냄새가 쉽게 날아가므로 미리 다지거나 썰어놓을 필요는 없다. 끓이면 매운맛과 향기가 사라지므로 다른 음식을 다 끓인 뒤에 마지막에 넣는 것이 좋다.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