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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강황과 울금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효능

 

강황은 카레에 노란색을 주는 식물의 이름이다. 대표적인 옐로 푸드인 강황의 인기는 카레의 본거지인 인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황은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오래전부터 약재로 써 왔다. 요즘 서양에선 화장품·과자 등 다양한 제품에 이용한다. 강황이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놀라운 효능이 잇달아 확인됐기 때문이다.

강황에 포함된 커큐민(curcumin, 폴리페놀의 일종)이란 항산화 성분은 여러 질환의 예방·치료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절염의 통증을 덜어준다는 것이 강황의 첫 번째 효과다.

 

둘째, 체중과 체지방을 약간 줄여준다. 다수 동물 연구에서 커큐민이 체중 감량과 뱃살을 줄이는 데 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과체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커큐민을 하루 800㎎씩 30일간 섭취하게 했더니 체중, 체지방, 엉덩이둘레, 허리둘레가 많이 감소했다.

 

 

 

 

 

 

 

셋째, 당뇨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2009년 미국 어번(Auburn) 대학 연구진은 커큐민이 흔히 처방하는 당뇨병 약인 메트포르민보다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더 뚜렷하다고 발표했다.

넷째, 두뇌 건강을 도울 수 있다. 커큐민이 특정 염증 자극을 차단하고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예방과 연관이 있다. 2018년 ‘영양학 진보’(Advances in Nutrition)지엔 “카레의 주재료인 강황의 항염증 화합물인 커큐민을 섭취하면 만성 염증으로 인해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다만 커큐민은 물에 잘 녹지 않는 데다 입자가 커서 체내 흡수율이 낮다. 카레로 만들어 먹을 때는 우유, 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강황 가루와 후추를 더해도 커큐민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푸드’(Foods)지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검은 후추의 핵심 성분인 피페린(piperine)과 강황의 커큐민이 결합하면 생체이용률이 20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황과 후추가 함께 들어 있는 카레가 건강식으로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강황과 울금은 아주 많이 헷갈린다. 심지어는 재배 농가도 두 식물을 곧잘 혼동한다. 둘의 식물명은 물론 생약명까지 같다. 강황과 울금이 함께 기록된 역사상 최초의 서적인 중국 당나라 때의 신수본초(新修本草)에도 ‘둘은 서로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기술돼 있다.

 

 

 

 

 

 

 

 

강황과 울금은 둘 다 생강(生薑)과다. 모양도 생강과 닮았다. 강황은 생강의 강(薑)자에, 색깔이 노랗다는 황(黃)자를 더해 강황(薑黃)이라고 명명했다. 울금은 기운이 가벼워 막힌 기운인 울(鬱)을 뚫어주고 색이 황금색이란 이유로 울금(鬱金)이다.

강황과 울금은 강황이란 식물에서 얻어지는 ‘한 지붕, 두 가족’의 식물이다. 강황의 뿌리와 줄기가 강황, 덩이뿌리가 울금이다.

같은 식물의 다른 부위인 강황과 울금은 식품학적으론 별 차이가 없다. 항산화·항염 효과가 뛰어난 커큐민이 풍부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방에선 둘이 정반대의 약성을 가진 것으로 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강황은 성질이 따뜻하고 울금은 차다. 평소 몸이 찬 사람에겐 강황, 열이 많은 체질의 소유자에겐 울금을 권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색깔도 강황은 진한 노란색, 울금은 주황색에 가깝다. 맛도 강황은 매운맛보다 쓴맛이 강하지만, 울금은 매운맛이 쓴맛보다 더 강하다.

 

강황은 카레의 주재료다. 카레가 노란 것도 강황 때문이다. 카레란 명칭은 스리랑카의 타밀어 ‘카리(kari)’에서 비롯됐다.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넣어 만든 스튜’란 뜻이다. 강황을 포함해 고수 등 20여 가지 재료가 섞여 있다.

 

울금은 대개 한약재로 사용된다. 특유의 맛 때문에 울금 섭취를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어서다. 비릿한 음식에 넣으면 비린내가 사라진다. 생울금을 갈아서 찌개, 생선구이 등에 넣으면 잡내가 제거된다. 과거엔 방충·살균 효과가 있는 울금을 옷, 서화를 보관하는 보자기에 함께 넣기도 했다.

 

울금의 원산지는 인도, 중국, 오키나와 등이다. 천옥금(川玉金), 심황(深黃), 을금(乙金)이란 별칭도 갖고 있다. 황제족(皇帝足)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열대지방에선 왕족, 귀족의 장수식품으로 통했다.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