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딱 1년 전, “얘, 얘. 너 남편 신경 좀 써야겠다. 저 인격 좀 봐라 얘” 라고 하는 친구들의 비웃음에 내심 속이 상했다. |
친구들이 말한 남편의 인격이란 ‘똥배’ 였다. 남편의 키는 180cm. 장난 아니게 큰 키에 시원한 이목구비. 그러나 직장생활 하면서 몸매 관리에 소홀한 나머지 지금은 완전히 망가졌다.
“여보. 이젠 우리도 나잇살 관리해야 하잖우. 운동 좀 합시다.” 그러자 남편의 대답이 의외로 쉽게 나왔다.
“어? 응. 그러지 뭐. 체력은 국력이지. 하하”
“엥?” 쓸데없이 운동은 무슨 운동이냐며 귀찮게 굴지 말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흔쾌히 “예스” 하는 대답을 하는걸 보니 자기도 이젠 안 되겠다 싶었나보다. 다음날부터 남편은 정말 군소리 없이 아침에 조깅하고, 저녁에 식사 후 나와 함께 집 앞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았다.
그런데 이 욕심 많은 아줌마가 일을 저질렀다. 남편더러 내친김에 운동장 3바퀴 더 추가하자는 욕심을 낸 게 화근. 남편이 정말 순진하게도 3바퀴를 추가한지 3일 만에 “발목이 좀 땡기네.”란다.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이게 왠일? 발목 인대가 늘어나 더 무리를하면 인대가 끊어질 수 있단다.
아차. 뱃살 좀 뺀다고 나섰다가 생사람 잡겠다 싶었다. 남편은 별수 없이 운동 대신 동네 정형외과 물리치료실에서 운동 대신 재활(?)에 전념했다. 얼마 후,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이 사실을 고했더니 그중 하나가 박장대소를 한다.
“호호호. 얘. 그건 약과다 약과. 우리는 남편도 글쎄 운동하신다 길래 내가 120만 원짜리 러닝머신 한 대를 턱하니 사줬잖니?”
“응. 근데?”
“뭘 근데야? 그거 지금 120만 원짜리 빨래걸이야. 깔깔깔”
“사용을 안 해 먼지만 쌓이고 있다구? 하하하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래도 열심히 운동하다 탈이 난 우리 남편은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착하기만 한 우리 여~보옹. ㅋㅋㅋ
그리고 다시 두 달쯤 지났을까. 회사에 다녀온 남편이 어느 날 운동화 끈을 질끈 묶었다.“재활도 끝났으니 운동 다시 해야지!”오잉? 남편의 각오가 예사롭지 않네? 친구네 집의 120만 원짜리 빨래걸이에 비하면야 우리 남편은 최소 비용으로 운동하는 정말로 모범스런 가장이었다.
하여튼 귀여운 우리 남편 큭큭! 우리 여보 팟팅!! 똥배 들어가라. 아자 아자 아자 ~~~ !!!
황미경(경기도 용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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