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생활

남자의 자격 건강검진에서 보는 '폐암 ', 그 예방법

  유명인사 가운데서도 폐암환자들이 많다.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과 영화배우 스티브 맥퀸, 게리 쿠
  퍼, 율 브리너, 영화제작자 월트 디즈니, 가수 냇 킹 콜, 코미디언 이주일씨도 폐암으로 숨졌다. 폐암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국인의 암 사망률 1위

 

폐암은 암 사망률 1위 암이다. 가장 흔한 암은 위암이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을 숨지게 하는 암은 폐암이 란 뜻이다. 해마다 1만여 명이 폐암으로 숨진다. 선진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에서만 해마다 20만여 명이 폐암으로 숨진다. 이는 유방암과 전립선암, 대장암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사망자 숫자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폐암은 치료가 어렵다.
폐암 환 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은 고작 14%에 머무르고 있다. 대장암 63%, 전립선암 90%, 유방암 86%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3기 이상으로 진행된 상태며, 1기에서 3기로 악화하는데 6개월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증식 속도가 빠르다.

 

폐암은 조기발견도 어렵다.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 5명 중 4명은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된 뒤에야 발견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슴엑스선촬영검사로 조기폐암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폐암이 늘고 있는 것이 반갑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폐암이 강요하는 고통 때문이다. 다른 부위의 암은 몰핀 등 마약으로 통증이 어느 정도 조절되지만 폐암 때 나타나는 호흡곤란은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공기로 가득 차야 할 폐포가 피로 채워지므로 폐암환자는 극심한 호흡곤란에 시달려 야 한다.

 

 

조기발견에는 저선량 CT검사

 

폐암 역시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수년 전 국내 의료계에 도입된 저선량 CT(컴퓨터 단층촬영)검사를 알아두자. 저선량 CT란 일반 CT의 방사선 양을 5분의 1 가량으로 줄인 장치다. 저선량 CT의 장점은 기존 가슴엑스선촬영검사로 찾아내지 못 하는 조기폐암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직경 3mm의 작은 종양까지 발견할 수 있다. 검사시간은 5분 남짓이며 아프지도 않다. 기존 CT와 달리 혈관주사를 통한 조영제의 주입도 필요 없다.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20년 동안 하루 1갑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 이라면 폐암 조기발견을 위해 의사와 상의해서 저선량 CT를 받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폐암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폐암의 예방수단이기 때문이다. 폐암의 9할은 담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흡연군에서의 폐암 발생 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3,4명인데 비해 하루 10~20개비의 담배 를 피우는 사람들에선 10만 명당 59명, 하루 40개비 이상의 이른바 골초들에선 10만명 당 무려 217명의 폐암 발생률을 보인다.


평균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13배나 폐암에 잘 걸리며, 간접 흡연자도 비흡연자에 비해 1.5배 정도 폐암에 걸릴 확률이 증 가한다. 그러나 담배를 끊게 되면 폐암 발생률은 느리지만 분명히 감소한다. 금연 후 3년부터 폐암 발생률이 떨어지기 시작해 15년 이 지나면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진다.

 

 

최선의 방어는 금연과 운동

 

분명 담배 연기에 강한 유전자는 존재한다. 체인 스모커로 알려진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98세까지 장수했으며, 하루 2백 개비의 담배를 피웠다는 공초 오상순 시인도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지만 흡연과는 무관한 숙환으로 사망했다.


문제는 자신이 그러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 다는 것이다. 드물게 존재하는 유전자에 기대기보다 금연하는 것 이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많은 애연가들이 금연은 어렵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흡연은 기호가 아닌 중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필자는 금연하려고 애쓰는 분들에게 쐐기 이론을 강조한다. 갈쿠리 모양의 쐐기는 뽑아내려고 애쓸수록 더욱 깊숙이 박히기 마련이다. 이럴 땐 쐐기 위에 다른 쐐기를 박음으로써 원래 쐐기를 밀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기서 다른 쐐기란 몸에 좋은 습관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 가장 권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금연을 위해선 금연 자체에 신경 쓰는 것보다 운동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폐활량을 늘이는 데도 운동이 그만이다. 거꾸로 삼단논법을 적용하면 운동이야말로 한국인의 사망률 1위 암인 폐암을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홍혜걸/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