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인 k군이 상담실을 찾았다. 부모와의 갈등이 주 문제였다. 몇 차례의 상담이 오간 후에 나
  는 k군에게 부모님께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그는 서슴없이 '기다림'이라고 대답하였
  다.  그가 말하는 기다림의 의미가 궁금했다. 그는  "  저에게 있어 기다림이란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을 의미해요.  물론 아직은 부족해 보이고 잘못될까 염려도 되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선택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싶어요. 설사 잘못 되더라도 믿고 기다려준다면 제 힘으로 일어나서 나아갈
  자신이 있어요.  "  라고 대답했다. 그의 내면에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
  다.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 쌩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

 

 

기다림은 힘이다


기다림은 약한 것이 아니다. 씨앗이 흙을 뚫고 나올 때까지, 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생명은 늘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그 기다림 속에서 생명은 힘을 만들어낸다. 나비가 되기 위해 스스로 실을 감는 애벌레를 보라. 번데기가 되어 매달린 그 시간은 멈춰진 시간이 아니다. 비상을 위해 날개를 준비하는 내적 성장의 시간인 것이다. 그렇기에 기다림은 힘이다.

일본 전국시대 3대 위인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들 수 있다. 이 사람들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만일 세 사람에게 울지 않은 새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본다면 다혈질인 오다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인다’ 라고 할 것이고, 교활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울게 만든다’ 라고 할 것이며,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 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즉, 전국시대를 통일한 이에야스의 기다림이야말로 가장 강한 힘임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기다림의 바탕에 믿음과 준비의 받침돌이 놓여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다림의 빈곤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다. 능동적인 기다림은 환희이고 가슴떨림이다. 가치 있는 모든 것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기다림이 들어있지 않은 것은 가치 또한 지니지 못한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첫 키스, 사랑하는 아이의 탄생 등 인생 최고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에는 늘 손꼽아 기다리는 가슴떨림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점점 기다림을 잃어가고 있다.

 
수박을 먹기 위해 여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듯이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기다리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 퇴화되어 기다릴 줄 모르게 되었다. 조금만 기다려도 짜증이 새 나온다. 왠지 모르게 기다림이란 무능력과 손해를 의미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어디 그 뿐이랴. 우리는 동식물들이 제 속도로 자라나는 것 또한 기다리지 않는다. 성장호르몬, 유전자 조작, 항생제 등으로 급성장시켜 우리의 식탁 위에 서둘러 오르게한다.


기다림이 부족한 사회에서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씨앗의 속도 이상을 강요당한 성장은 거짓이다. 성장은 능동형이고 자동사이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협력을 배우기 전에 경쟁을 배우고 인성의 발달보다 지식의 습득을 강요당하는 교육에서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설사 그 아이들이 빨리 어른의 말을 사용하고, 빨리 어른의 몸이 되고, 빨리 어른의 행동을 흉내 낸다 하더라도 그것은 성장이 아니다.

그것
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시련 앞에 맥없이 무너져 버린다. 원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성인이라 할 수 없다. 성인이란 내일의 기쁨을 위해 기꺼이 오늘의 불편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한 기다림


그러나, 모든 기다림이 값진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장을 위한 기다림 즉, 능동적인 기다림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첫째로 자신의 전(全) 존재에 대한 믿음을 지녀야 한다.
믿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체념할 뿐, 기다릴 수 없다. 아무리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 있어도 새벽이 멀지 않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잠들지 않을 수 있다. 기다림이 기다림으로 끝나지 않고 더 나은 존재로 날아갈 것이라는 애벌레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출혈뿐인 경쟁의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 당신 안에는 미처 발휘되지 못한 숨은 능력이 있음을 잊지 말라.
 

 

둘째, 성장을 위한 기다림이 되기 위해서는 목적과 안목이 있어야 한다. 마치 감나무 아래에 입을 벌리고 누운 사람처럼 무작정 기다린다면 그것은 성장에 해가 될 뿐이다. 여기에서 장기투자의 달인인 ‘워렌 버핏’ 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자신의 투자기법을 야구의 타격 기술에 비유한다.

“  일류 야구 선수는 아무 볼이나 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구질의 공이 들어 올 때까지 꾸준히 기다립니다. 그 결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타자는 좋은 공과 나쁜 공을 구별할 줄 알면서도 쳐야 된다는 유혹을 버리지 못합니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

삶 역시 마찬가지이다. 타자가 포볼을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 되듯이, 우리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구질과 코스로 공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코스의 공이 들어오면 힘껏 휘둘러야 한다.


셋째, 타인의 성장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도우면 자신의 성장은 더욱 배가가 된다. 여기에서 돕는다는 말의 뜻이 중요하다. 그것은 그 사람 역시 나와 같은 성장본능이 있음을 믿는 것과 그 사람만의 성장방식과 속도가 있음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세 살짜리 어린 아이의 숟가락질처럼 어설프다 하더라도 스스로 뻗어나가도록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을 말 한다.

문요한/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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