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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드라마 ‘가시나무새’로 보는 유방암 조기진단



현재 방영중인 KBS 월화드라마 ‘가시나무새’는 두 젊은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사랑과 우정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서정은과 한유경 역을 맡은 한혜진과 김민정의 불꽃 튀는 경연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의 제목은 전설에 나오는 새 이름을 빌린 것이다. 이 새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나무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거기에 앉으면 일생에 단 한 번 아름다운 울음을 운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두 여주
  인공은 자연스럽게 가시나무새를 연상시키는데, 두 주인공 못지않게 강렬한 캐릭터로 가시나무새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이 극중 배우 이애린이다.


30여 년 간 톱스타로서 인기를 누려온 이애린은 자신의 정체성을 오로지 배우로만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숨겨진 딸이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배우 생활의 위기를 맞자 이렇게 절규한다.
 “나는 배우야. 사람이 아니야. 배(俳)자를 봐. 사람인, 아닐비!  나는 배우지 사람이 아니야.”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애린 역을 맡은 배우 차화연 씨는 1987년 MBC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배우 역할을 인상적으로 해 냄으로써 톱스타에 오른 연기자다. ‘사랑과 야망’ 은 방영 시간이 되면 시내가 한산해진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당대 최고의 드라마였다.

 


당시 27세였던 차 씨는 이 드라마에서 인생의 갖은 굴곡을 겪는 여배우 미자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녀는 ‘ 전설의 여배우 ’ 가 되었다. 1988년 일본에서 한 사업가와 극비리에 결혼을 한 후 연예계를 떠나 20 여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 씨가 2008년 SBS 일일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 로 컴백했을 때 사람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했다.


차 씨의 미모는 여전했으나 팬들이 그녀에게서 기억하고 있는 젊음의 푸른 기운은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젊은 시절보다 더 뜨거운 연기 열정으로 세월의 공백을 메워나갔다.  2009년 KBS 드라마 ‘시티홀’ 에서 대통령을 꿈꾸는 천재 관료 조국(차승원)의 어머니 역을 맡아 열연했고, 같은 해 영화 ‘백야행’ 서 범죄에 가담한 주인공 요한(고수)의 어머니로 진한 모성을 표현했다.


2010년 SBS 사극 ‘제중원’에서 주인공 황정(박용우)의 어머니로 나왔는데, 짧은 장면에 출연했음에도 극 내내 존재감을 유지하는 역할이었다. 2010년엔 SBS ‘나는 전설이다’는 컴백 후 다양한 어머니 역할을 해 온 차화연 씨의 카리스마가 폭발한 드라마였다. 그녀는 명문가 집안의 품격을 지키는 것을 삶의 소명으로 생각하는 홍 여사로 나와 변호사 아들(김승수)과 결혼한 전설희(김정은)를 끈질기게 못 살게 굴었다. 학벌도, 배경도 없이 자신의 아들을 탐낸 전설희가 못 마땅해 표독스럽게 구는 모습이 소름끼칠 정도였다.

 

이번에 ‘가시나무’ 에서도 그녀의 열연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중시해서 도도한 품위를 유지하려는 ‘배우’ 와 젊은 시절에 자신이 낳은 딸을 버렸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내공은 역시 차화연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KBS2 '가시나무새'


극중 배우 이애린은 촬영 중인 영화 속에서 유방암에 걸리는 역할을 맡아 사전에 연기 연습을 하다가 자신의 가슴에 통증이 있음을 알고 놀란다. 자신의 손으로 가슴 언저리를 만져보다가 유난한 아픔이 느껴지자 뭔가 이상하다고 직감하게 된다. 병원을 찾은 그녀에게 의사는 “이렇게 아플 때까지 몰랐냐”면서 “좀 더 일찍 오지 그랬냐”고 말한다. 결국 그녀는 유방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 끝에 암세포를 제거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머리가 백발로 변하고 한 쪽 어깨가 내려앉아 무게 중심을 잘 잡지 못하게 된다.

 

‘가시나무새’ 에서 이애린에게 발병한 유방암(乳房癌, Breast cancer)은 말 그대로 젖샘에 발생하는 암종이다. 서양에서는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종이지만, 한국에서는 발생 빈도가 자궁경부암·위암 다음 순서였다. 최근들어 그 빈도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여서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변에서 남성 유방암 환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 환자에 비해 그 비율이 1% 정도로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암종이 대부분 그렇지만 유방암도 그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지방질 또는 육류가 많은 서구식 음식물을 섭취하는 사람에게 빈발하고, 연령별로는 35세 이후 특히 50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높다. 조기에 초경을 경험하였거나 임신을 하지 못한 여성이나 독신녀, 30세 이후에 첫 아기를 출산한 여성, 모유로 양육하지 않은 여성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고 한다.


대부분의 질병처럼 가족, 친척이 유방암을 앓은 경우에 발생 위험율이 높아진다. 드라마 ‘가시나무새’ 에서 이애린은 의사로부터 유방암 진단을 받을 때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의연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병원 문을 나서며 거의 쓰러질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데,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유방을 절제하기 십상인 유방암은 여성들에게 육체적 고통 뿐 만 아니라 정신적 공황도 안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애린의 경우에 영화 촬영 때문에 자신의 젖가슴을 촉진해보는 계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정기적인 촉진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오죽하면, 남편의 사랑을 받는 여성은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까지 있을까. 부부 간에 자주 사랑을 나누다보면 신체, 특히 젖가슴의 이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초기 유방암 크기는 2cm 이하라고 한다. 손으로 감지할 수 있는 종양의 크기는 대략 1cm이므로 웬만한 유방암은 자가 검진으로 잡아낼 수 있다.

 

 

 

KBS2 '가시나무새'

의사나 다른 사람이 유방을 검진하면 손끝으로만 느끼지만 스스로 만지면 가슴과 손끝에서 같이 느낄 수 있어 더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은 대부분 젖가슴이 크지 않으므로 손으로 유심히 만지면 종양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 일상생활을 꾸려가면서 자기 가슴을 스스로 정기적으로 점검해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여성은 달력에다가 표시를 해서라도 유방 자가 검진을 매달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검진은 생리가 끝난 후 2~3일째에 하는 것이 좋다. 유방이 가장 부드럽고 덜 부풀어 있어 만지기 쉽기 때문이다. 폐경이 된 여성은 ‘매월 1일’식으로 임의로 한 날을 정하는 게 좋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5단계 자가 검진법의 첫 번째는 목욕 직후 거울 앞에 서서 양쪽 유방을 비교하면서 평소와 다른 모양, 혹은 돌출 및 함몰 부위가 있는 지 살핀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양손을 깍지 끼워 머리 위로 올리고 가슴을 편 상태로 다시 관찰 한 후에 ‘양손을 옆구리에 올려놓고 다시 관찰한다. 그리고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을 이용해  왼쪽 유방을 샅샅이 만져 본 후 왼 손으로 오른쪽 유방을 역시 세밀히 검진한다. 겨드랑이를 만지는 것도 필수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젖꼭지를 짜보아 분비물이 나오는 지 살펴야 한다.


 자가 검진에서 유방에 새로이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면 일단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암종은 촉감이 딱딱하고 손으로 흔들어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또 유두가 전과 달리 함몰되거나, 유방 표면이 돌출·함몰되고 유방 굴곡에 변형이 있을 때도 바로 병원을 찾아서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드라마 ‘가시나무’ 는 모성의 역설적 상황을 가슴 아프게 보여준다. 이애린은 유방암 발병에 ‘친딸 동영상’ 파문으로 연예계 은퇴가 겹쳐서 생애 최악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영화 제작사에 돈을 물어주느라 빈털터리가 돼서 달동네의 궁벽진 방에서 투병을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숨겨진 딸인 한유경(김민정)의 친구 서정은(한혜진)이 찾아와  “ 당신의 외손녀 ” 라며 아기를 안길 때, 이애린은 으악, 비명을 지르며  “ 저리 가버려 ” 라며 절규한다. 자신이 버린 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 딸이 낳은 아기가 찾아왔으니 기겁을 한 것이다. 그러나 아기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는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얼른 품에 안게 된다.

 

30여 년 전에 자신이 낳았던 딸의 모습이 아기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본명인 윤명자를 버림과 동시에 가족들을 잊고서 이애린이라는 예명의 배우로만 살아온 여성이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한 후 여성성의 상실에 괴로워하지만, 외손녀라는 새로운 생명을 통해 그동안 잃었던 모성을 서서히 회복하는 것이다.


 이애린이 자가 진단을 통해 유방암을 자각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녀가 유방암을 말기에 발견했더라면, 아마 외손녀를 돌보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스타 배우가 아니더라도 소박한 인간으로서 희열을 맛볼 수 있음을 영영 몰랐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젊었을 때 버린 딸에게 용서를 빌고 화해를 하는 시간도 얻지 못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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