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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구!!?? '명절증후군' 이겨내는 전략~

 

 

 

  명절과 함께 오는 명절증후군 

 

어느 나라의 의학서적에도 등장하지 않으나 매년 두 차례씩 많은 한국인들을 괴롭히는 질병 아닌 질병이 있으니 바로 명절증후군이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로 가사를 담당하는 주부들이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증상과 징후를 총칭하는 말이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피로와 부담, 우울, 무력감을, 신체적 증상으로는 두통과 어지러움, 소화 불량 등을 들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산업화 이후 진행된 핵가족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핵가족화가 심해지면서 주방의 일손만 줄고, 정작 주방일은 줄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연휴 내내 주부들은 ‘차리고’, ‘치우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의 다섯 가지 ‘고(苦)’에 시달린다.

 

 명절증후군의 원인이 신체적 노동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더 주부들을 괴롭히는 것은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눈치,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 심리적인 스트레스일지도 모른다.

 

 명절증후군은 본래 주부들에게만 해당하는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남편과 자녀, 심지어 시어머니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남편은 장시간 운전으로 인한 피로, 취업이나 결혼을 뒤로 미룬 성년 자녀들은 친척들의 불필요한 안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에는 며느리를 본지 얼마 안 된 시어머니들도 명절증후군을 호소한다고 한다.

 

 명절을 없앨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명절증후군을 잘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원인을 찾으라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해 보면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명절증후군도 그렇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제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술자는 기계 고장의 원인을 알아야 수리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의사는 환자 고통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명절증후군의 원인은 크게 현실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으로 구분 가능하다.

 

 현실적 측면이란 오랜 시간 동안 운전을 하거나 음식 장만하기 등 실제로 몸을 피곤하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고, 심리적 측면이란 주로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말한다.

 물론 두 측면을 항상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부분이 자신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원인에 따라 다음과 같은 다른 접근을 취해보자.

 

 

 

  현실적 고통에는 현실적 방법으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은가? 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주부들은 명절 기간 동안 주방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과 자녀들에게 둔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를 풀면, 화도 잘 풀리지 않을뿐더러 다음에 종로에 가면 또 뺨 맞기 십상이다. 종로에서 어떻게 하면 뺨을 안 맞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장시간 운전 때문에 힘든 남편은 가족 중 운전 가능한 사람과 교대로 운전하거나 교통체증이 덜 심한 시간에 이동을 하면 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온갖 매체에서 고속도로가 언제 제일 막히는지 예보를 해도, 어김없이 그 시간이 되면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고속도로로 차를 가지고 나온다.

 주방 일로 힘들어 하는 주부들은 남편이나 자녀 등 가능한 사람에게 적극 도움을 요청해 보자.

 도움을 요청한다고 해서 자신이 일을 못하는 주부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자존심 세우지 말고 적극 도움을 요청해서, 가사 노동을 줄여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온 가족과 함께 다른 방식으로 명절을 지내는 것이다.

 명절 연휴 내내 집에서 식탁과 TV만을 배회하는 가족을 선동해 밖으로 나가자.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여행도 좋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외로운 이웃을 찾아가는 것도 좋다.

 

 만약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연휴 이후에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남편에게 얻어 내든지 아니면 평소 생활비를 아끼든지 자신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현실적인 보상을 하면서 연휴의 노고를 풀어주자. 돈 아깝다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더 큰 돈이 들지도 모른다.

 

 

 

  심리적 스트레스는 통제감으로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힘들어 하고, 취업이나 결혼을 못한 이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친척들 때문에 힘들어 한다.   그리고 새내기 시어머니는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해 힘들어 한다. 또한 예전의 자신과 너무나 다른 당당한 며느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역시 중요한 스트레스 이유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바로 통제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통제감 상실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심리학자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일지라도 그 상황을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느낌을 갖으면 정신건강에 이롭고, 아무리 가벼운 고통이더라도 통제감이 없으면 심각한 정신장애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통제감은 중요하다.


 만약 통제감 상실 때문에 명절이 괴로우면 통제감 회복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주방에서 시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힘들다면 주방의 주도권을 가지는 주방장이 되면 된다.  

 당연히 시어머니를 조리사로 부릴 수는 없으니, 시어머니는 총 주방장으로 임명해 안방에 모셔다 드리고 중요한 순간(음식 간을 볼 때)에만 그 역할을 부여하면 된다.  그러면 시어머니도 기분 좋고, 며느리 역시 몸은 힘들어도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취업이나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고 불편한 내색을 하지 말고, 여유 있게 웃어넘기면서 역으로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고 안부를 물으면 된다.   만약 자녀를 둔 삼촌이 이런 안부를 묻는다면, “뭐 때가 되면 하겠죠”라면서 슬쩍 넘기면서 곧바로 삼촌이나 그 가정의 안부를 물어보라.   “그나저나 민수(삼촌의 아들, 사촌)는 요즘 공부 어때요?”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자신이 아닌 사촌 동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당당한 며느리 때문에 명절이 괴로운 시어머니라면 며느리에게 명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라고 선수를 쳐보자.

 요즘 며느리들은 예전과 달라서 시어머니가 하자는 음식 대신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자거나 아니면 갑작스럽게 이번 명절에는 여행을 가자고 한다.   당연히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의 이런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예전 시어머니들처럼 시집살이를 고되게 시킬 수도 없어 은근히 스트레스라고 한다. 

 
이럴 경우는 먼저 며느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통제감을 갖게 되어, 모두가 즐거울 수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올 추석은 바로 그런 명절로 만들어 보자.

 

 

 

누다심 / 심리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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